대학 시간강사는 대학에서 전임교수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에 걸맞은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전혀 없다. 이러한 모순으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이 지난 1998년 이후 벌써 8명이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대학 시간강사제도가 있다. 대학 시간강사는 고등교육법상 교원이 아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는 시간강사를 “교육과정의 운영상 필요한 자”로 규정하고 대학은 “시간강사 등을 두어 교육 또는 연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국의 대학에 7만여 명의 시간강사가 전체 대학 강의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지만 전임교수와 달리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없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5월 조선대 비정규교수의 자살을 계기로 촉발된 시간강사 문제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가 대학시간강사 대책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사통위는 대학 시간강사의 고용안정성을 제고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을 전임강사의 1/2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는 방향의 대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6월 21일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 시간강사 지원대책(안)>을 발표했다. 교과부의 대책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5년 동안 연간 400명씩 총 2천명의 강의교수를 채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채용된 강의교수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대학 시간강사제가 하나의 제도로 굳어진 이유는 근본적으로 대학이 전임교원을 제대로 충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은 학생 20명당 한명의 전임교원을 고용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60%정도에 머물러 있다. 대학이 전임교원을 채용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전임교원을 충원하지 않고 대신 시간강사를 채용하더라도 법적 제재를 전혀 받지 않기 때문이고 시간강사는 전임교원의 1/5, 심지어는 1/8의 비용밖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현재 부산대의 경우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의 연봉을 합산하여 나누면 평균연봉이 8천 2백만원이 조금 넘는 반면, 동일한 시수의 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 시간강사의 평균연봉은 1천4백만원 정도이다). 교과부가 이런 사태를 수수방관하며 심지어 방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전임교원을 채용하지 않고 시간강사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교과부가 나서서 대학이 시간강사의 일부를 계약직 교원으로 고용할 경우 대학의 교원 충원율에 반영토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준다면 어느 대학도 전임교원을 채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제교원을 채용하더라도 대학의 교원 충원율은 유지될 테고 대학이 굳이 비용을 들여 전임교원을 채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립대에서 먼저 시행된 이후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계약직 강의전담교수제와 동일한 계약직 강의교수제도가 시행된다면 연구와 교육,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이라는 대학 고유의 기능은 폐기될 것이다. 이번에 교과부가 발표한 시간강사 대책안은 전체 시간강사에게 법적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처우를 개선한다는 대책이 아니라 극소수의 계약직 시간강사를 양산하여 비정규직 시간강사제도를 영구히 온존시키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

대학의 고유한 기능을 회복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연구와 교육이 분리되어 있는 현행 고등교육법을 개정하여 시간강사에게 온전한 교원 지위를 부여해야만 한다. 고등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각종 차별과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즉각 OECD 평균 수준의 고등교육 재정을 확보하여 먼저 대학의 법적 교원 충원율을 100% 달성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은 역할과 지위의 모순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대학 시간강사에게 조건 없이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시간강사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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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1 19:29 2011/10/0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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