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에 대한

2012/04/11 16:25

익숙한 것들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너무 익숙해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익숙함이 주는 평온에 늘 안주하기 마련이다. 나는 매번 봄이 오면 꼭 여행을 가야지, 이렇게 다짐했다. 그리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면허증과 차가 생긴 후 매년 그런 생각을 했고 4년 정도 그런 생각을 실현하지 못했다고 또 후회했다. 지난겨울에는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다. 홀로 시퍼른 물결 앞에 서서 그 두려운 푸른 바다를 마주보고 싶었다. 언제나 이렇게 나는 나의 뇌가 떠올리는 풍경에 몸서리친다. 나는 마치 붙박힌 바위처럼 고요하게 멈추어버린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읽기가 두려운 것은 이런 익숙함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은 단어 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나의 세포를 자극하고 심장을 두들긴다. 

언제나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일이 오늘과 마찬가지라면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 나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불행하다. 나는 그렇게 자신에게 말한다. 행동하라. 일어서라. 손을 뻗어라. 주먹을 쥐고 앞으로 걸어가자. 나는, 너에게로 가고 싶다.

"그가 내게 하루 종일 무얼 하느냐고 물어서 대답을 해주었더니, 그는 내게 말했다, 반은 놀리는 듯 반은 가엾다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헬레나, 당신은 잘못 살고 있군요, 그러고 나서 그는 선언했다, 그것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다른 삶을 살겠노라, 삶의 기쁨들을 좀더 누리겠노라 결심해야 할 것이라고. 나는 대답했다, 나는 그의 말에 조금도 반대하지 않으며, 언제나 기쁨을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요즘 유행하는 그 모든 우울한 것들이나 울적함 같은 것보다 나를 더 짜증나게 하는 것은 없다고, 그러나 그는 나의 그런 신념의 선언은 아무 의미도 없다, 기쁨의 신봉자들이 대개 제일 음울한 사람들이다, 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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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1 16:25 2012/04/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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