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잊고 있었던 시인 기형도의 시집을 보았다.
그렇군. 여전히 기형도는 기형도고, 기형도의 시는 여전하다.
89년 나는 스물 둘이었다.
시인이 죽은 그해 3월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분명 절망하고 있었을 것이다.
스무 살, 스물 하나, 스물 둘 나는 온통 절망뿐이었다.
시인은 사라지고 나는 덧없이 마흔이 되었다.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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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3 14:43 2011/10/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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