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외계인 찾기
이기환 논설위원
입력 : 2015-07-22 16:49:41수정 : 2015-07-22 21:29:10
 
“강원 양양 하늘에 갑자기 ‘세숫대야 같은(如盤)’ 둥글고 빛나는 것이 나타나…공중에서 온통 적색이 되어…하늘 가운데서 약간 북쪽으로 올라가니….”

1609년 9월25일(광해군 1년), 강원감사 이형욱은 딱 한 달 전(8월25일) 강원 일원에서 동시다발로 관측된 기이한 자연현상을 생생한 필치로 보고한다. “원주에서는 ‘붉은색 베’(紅色如布)’, 강릉에서는 ‘큰 호리병(大壺)’, 춘천에서는 ‘큰 동이(大盆)’ 같은 물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형욱은 “천지진동의 우레소리가 들렸지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고 경이로운 순간을 전했다(<광해군일기>). 요즘이었다면 필시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출현했다’고 기록했을 것이다. 

한류붐을 일으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가 바로 400여년 전의 이 실록 기록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됐다.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도민준·김수현분)과 지구녀(천송이·전지현분)와의 로맨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사실 외계인의 출현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불가사의한 일들은 도처에서 일어났다. 1947년 6월24일 미국의 실업가 케네스 아널드는 시속 2500㎞로 나는 9대의 비행물체를 발견했다. “마치 접시가 수면 위로 튀며 스쳐 지나갔다”는 아널드의 표현으로 신조어 ‘비행접시(flying saucer)’가 탄생했다. 1947년 7월 초 미국 뉴멕시코주 로즈웰에서 발견된 비행물체의 곁에는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시신 4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150㎝ 남짓한 키에, 눈동자 없는 커다란 눈, 팔다리가 매우 가는 시체들이었다. 40년이 지나서야 미 공군은 개발 중이던 정탐용 기구에 실린 실험용 인형이라 해명했지만 그래도 안 믿는 이들은 안 믿는다. 하기야 지미 카터마저도 1969년 10월 “나도 10분이나 UFO를 봤다”고 했다. 7년 뒤인 1976년 대통령이 된 카터가 그랬으니 믿어야 할까. 

최근 러시아의 억만장자 유리 밀너가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하는 1억달러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제목이 ‘돌파구 듣기(Breakthrough Listen)’라는데, 아마도 어딘가에 존재할 외계인들과 신호의 돌파구를 연다는 뜻이리라. 다 좋은데 그렇게 찾은 외계인들이 온통 <별그대>의 ‘도민준’이면 지구 남자들은 어쩔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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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3 20:18 2015/07/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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