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고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아주 오랜 만에 재미있는 할리우드 활극 영화를 한 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헌터 킬러>라는 영화인데 이런 이야기다. 미국과 전쟁을 벌이려는 러시아 국방장관이 쿠데타로 러시아 대통령을 축출하고 전운이 고조되는 이 와중에 미국의 용감무쌍한 군인 아재들이 러시아 해군기지 한복판에서 러시아 대통령을 구출하고 국방장관을 제거한다는 정말 용감무쌍하게 허무맹랑은 이야기다. 상징이나 뭐 그럴 듯한 의미도 전혀 없다. 그냥 나처럼 맥주를 마시면서 머리를 비우고 볼 수 있는 그런 영화다. 아직도 이런 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를 보니 할리우드의 미래가 암울하다. 
여튼 그냥 시각적 볼거리 이외에 이 영화에서 내가 하나 깨달은 건 저 놈의 나라에는 (실제 그런지 알 수 없으나) 매파든 비둘기파든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들, 집단이 있다는 것이다. 이건 참 흥미로운 일이다. 한국의 정치 조직이나 시민단체나 심지어 노동조합이나 어느 조직이든 대부분 자신의 조직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 구성원이 무조건 충성하고 따른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참 훌륭한 사람들이고 찬탄할 수 있는 문화다. 물론 노선의 차이나 여타의 입장으로 한 조직 내에서 대립하는 그룹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속한 노조(한국비정규교수노조)의 경우를 보면, 거의 몇 달 만에 그간 수년 동안 유지해 왔던 강사법에 대한 관점을 위원장과 집행부 몇몇에 의해 뒤집어졌는데도 집행부 내에서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조합원의 지위 변경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대의원 대회 한 번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인다. 강사법과 관련된 대의원대회 사정을 들어보니 아주 극 소수의 대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그냥 거수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결정한 사안에 대해 무조건 믿고 따르는 풍토.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조합원 토론조차 없이 이미 결정하고 몇 번의 엉성한 간담회로 밀어 붙인 집행부와 이에 대해 일언반구 반론이 없는 조합원들. 중앙 집행부가 결정하면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분회의 집행부들을 보면 이 노조의 미래가 할리우드의 미래와 얼마나 다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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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6 21:29 2019/05/2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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