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입구이자 출구다. 입구와 출구로서 문은 그 용도가 분명하다. 문은 항상 어떤 곳을 가리킨다. 언젠가 첨성대는 하늘로 향하는 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늘로 향한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기인가? 나는 첨성대 안에 직접 들어가본 적은 없지만 내부를 본 적은 있다. 시간이 더 지나 나는 첨성대가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마 하늘을 향한 문이든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문이든 얼마나 시적인 표현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늘 어떤 시각장애인이 허공을 향해 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사람은 지상으로 추락했다. 사진을 보니 문은 건물의 벽에 달려 있었던 모양이다. 누구도 걸어서는 그곳으로 들어갈 수 없는 그런 문이었다. 경찰은 사망한 시각장애인이 옥상으로 가는 문인 줄 알고 열었을 거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진짜 옥상으로 가는 문은 잠겨 있었다고 한다. 누가 왜 이런 문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여러 가지 추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 문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이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문은 크거나 작거나 어딘가로 향하는 통로다. 사람이 다닐 수도 있고 짐승이 다닐 수도 있다. 문이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든 문은 어딘가로 통하는 통로다. 입구가 없는 집이 없고 출구가 없는 집이 없다. 만약 누군가 문이 없는 집을 지었다고 생각해보자. 외관은 집의 모양이겠지만 집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눈은 입구인가 출구인가? 입은 출구인가 입구인가? 귀는, 코는? 얼굴에는 5개의 문이 있다. 나의 눈으로 들어오는 것은 무엇이고 나가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입과 코로 들고 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귀로 나가는 것은 무엇이고 들어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귀는 단지 입구일 뿐일까? 귀는 어디로 향한 출구일까? 귀로 나가는 것은 무엇일까? 참 기이한 생각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오늘 처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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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6 21:22 2019/05/2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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