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젠하이저 무선 헤드폰을 샀다.

<엑센텀>이라는 노이즈 캔슬링 블루투스 헤드폰이다. 이 헤드폰을 산 이유는 노이즈 캔슬링을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훨씬 이전에 젠하이저 유선 헤드폰 HD 600을 가지고 있었는데, 집에서만 착용할 수 있고, 또 귀를 완전히 덮는 형태인데 귀 아래 턱을 누르는 느낌이 불편해서 잘 사용하지 못했다. 그래도 HD 600의 음질은 끝내준다.
<엑센텀>은 유선 HD 600과 달리 귀를 완전히 덮는데도 귀 아래 턱을 조이지 않아 아주 편안하다. 무게도 가벼워 두 시간 이상 착용해도 불편하지 않다. 무엇보다 소리가 굉장히 좋다. 소리에 취해 이 헤드폰을 찾게 될 정도다.

18만원 정도인데 나는 운이 좋아 구입할 때 고음질을 구현한다는 BTD600이 같이 왔다. 아이폰 15는 USB C에 그냥 꽂으면 되고, 이전 아이폰은 커넥터에 USB를 연결하는 USB-A to Lightning 젠더를 구해야 한다. BTD600을 사용했을 경우 소리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 미세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기가 뭐하다. 그래도 BTD600을 꽂으면 24-96의 음질을 구현한다고 한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신기한 면이 있다. 그릇 부딪히는 소리처럼 거칠고 쨍한 소리는 조금 줄여주는 편이지만 다른 소리들, 일테면 거리에서 차소리는 확실히 작게 들린다. 그리고 겨울 파카를 입고 일반 헤드폰을 착용하면 걸을 때나 고개를 돌릴 때 서걱하면서 파카 표면이 닿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이 소리를 완전히 차단한다. 특히 집에서 진공청소기로 청소할 때 윙하는 소리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차단한다.

물론 100%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노이즈 캔슬링은 주변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다. 나는 이걸 착용하면 고요하게 앉아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음악을 듣지 않아도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작동하지만 이걸 착용하고 키보드를 누르면 키보드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주변 소리가 조금 약하게 들리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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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7 15:52 2024/02/07 15:52

냥이와 넹은 2015년 6월 우리 집으로 왔다.
우리 집이라고 해도 2층 주택 건물 1층에 나처럼 세 가구가 세들어 살고 있는데, 작은 마당과 화단이 있는 제일 안쪽 집 아주머니가 녀석들을 데리고 왔다.
아주머니는 온천천을 산책하던 중 바구니에 담긴 새끼 고양이 세 마리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리고 와서 바구니째 보일러실로 사용하는 창고에 두었다고 한다. 아마 누군가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자 한 달 정도 된 후 내다 버린 모양이었다. 냥이와 넹은 그 바구니에 그대로 아주머지 집 보일러실에서 자랐다.

내가 녀석들을 처음 본 건 8월쯤이었는데, 녀석들은 마당으로 나와 누워 있거나 서로 장난을 치면서 놀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다가가면 보일러실로 달려가 숨곤 했다. 냥이와 넹이 외에 검은 녀석이 한 녀석 있었는데, 이 녀석은 숫컷이었는지 9월 어느 날 어딘가로 떠났다. 10월쯤 되어 아주머니가 바빠 자주 신경을 쓰지 못한다고 하여 내가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냥과 넹이와 인연을 맺었다.

냥이과 넹이는 암컷이다. 냥이와 넹이는 내가 먹이를 주기 시작한 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기척을 느끼고 우리집 문앞으로 달려와 냐옹 냐옹하고, 넹이는 넹 네엥 이렇게 울었다. 그래서 이름을 냥과 넹이라고 지었다.

넹이는 냥이에 비해 좀 약하고 잘 먹지도 않고 덜 활달한 편이었다. 냥이는 다음해 봄에 발정기가 왔고 몇 번 숫놈들과 교미를 했다. 그리고 넹이와 살던 보일러실을 떠나 옆 원룸 건물로 이사를 했다. 넹이는 발정기가 오지 않았고 한동안 냥이 없이 혼자 지냈다. 내가 자주 먹이를 주지 못하고 하루에 한 번 정도만 먹이를 주는데도 내가 집에 오면 어떻게 알았는지 대문 앞으로 나와서 마치 마중을 나온 것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한 해가 지나고 넹이는 냥이만큼은 아니어도 건강해져서 잘 먹고 잘 놀았다. 여전히 조용하고 덜 활달하긴 해도 얼굴이 예쁘고 어른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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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18:28 2024/01/06 18:28

나는 고양이 열 녀석과 산다. 녀석이라고 부르는 것은 '마리'가 서양 여자의 이름이 아니고 짐승을 세는 단위이기 때문이고 나는 나와 사는 녀석들을 짐승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어나면 제일 먼저 거실과 방을 청소한다. 나는 방 하나 거실 하나 긴 복도 같은 부엌 하나가 있는 집에서 산다. 화장실 쪽 거실에는 언제나 모래가 잔뜩 흩어져 있다. 방에는 내가 자는 동안 뛰어다닌 녀석들의 털과 먼지가 뿌옇게 쌓여 있다.
청소가 끝나면 화장실에 있는 녀석들의 화장실 통을 청소한다. 로마 굿똥이라는 아주 큰 화장실 통인데 아침과 밤 두 번 청소한다. 화장실 청소가 끝나면, (녀석들이 많으니 청소도 오래 걸린다) 어제 씻어 둔 녀석들 밥그릇과 물그릇을 갈아주고, 설거지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시간이 좀 나면 커피를 내리고 맥미니와 앰프를 켜고 음악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똥을 누고 얼굴을 씻는다. 이게 길면 두 시간이 걸린다. 이제 집에서 밥을 먹거나 녀석들에게 인사를 하고 가방을 챙겨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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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2 17:11 2024/01/02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