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와 넹은 2015년 6월 우리 집으로 왔다.
우리 집이라고 해도 2층 주택 건물 1층에 나처럼 세 가구가 세들어 살고 있는데, 작은 마당과 화단이 있는 제일 안쪽 집 아주머니가 녀석들을 데리고 왔다.
아주머니는 온천천을 산책하던 중 바구니에 담긴 새끼 고양이 세 마리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리고 와서 바구니째 보일러실로 사용하는 창고에 두었다고 한다. 아마 누군가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자 한 달 정도 된 후 내다 버린 모양이었다. 냥이와 넹은 그 바구니에 그대로 아주머지 집 보일러실에서 자랐다.

내가 녀석들을 처음 본 건 8월쯤이었는데, 녀석들은 마당으로 나와 누워 있거나 서로 장난을 치면서 놀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다가가면 보일러실로 달려가 숨곤 했다. 냥이와 넹이 외에 검은 녀석이 한 녀석 있었는데, 이 녀석은 숫컷이었는지 9월 어느 날 어딘가로 떠났다. 10월쯤 되어 아주머니가 바빠 자주 신경을 쓰지 못한다고 하여 내가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냥과 넹이와 인연을 맺었다.

냥이과 넹이는 암컷이다. 냥이와 넹이는 내가 먹이를 주기 시작한 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기척을 느끼고 우리집 문앞으로 달려와 냐옹 냐옹하고, 넹이는 넹 네엥 이렇게 울었다. 그래서 이름을 냥과 넹이라고 지었다.

넹이는 냥이에 비해 좀 약하고 잘 먹지도 않고 덜 활달한 편이었다. 냥이는 다음해 봄에 발정기가 왔고 몇 번 숫놈들과 교미를 했다. 그리고 넹이와 살던 보일러실을 떠나 옆 원룸 건물로 이사를 했다. 넹이는 발정기가 오지 않았고 한동안 냥이 없이 혼자 지냈다. 내가 자주 먹이를 주지 못하고 하루에 한 번 정도만 먹이를 주는데도 내가 집에 오면 어떻게 알았는지 대문 앞으로 나와서 마치 마중을 나온 것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한 해가 지나고 넹이는 냥이만큼은 아니어도 건강해져서 잘 먹고 잘 놀았다. 여전히 조용하고 덜 활달하긴 해도 얼굴이 예쁘고 어른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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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18:28 2024/01/06 18:28

나는 고양이 열 녀석과 산다. 녀석이라고 부르는 것은 '마리'가 서양 여자의 이름이 아니고 짐승을 세는 단위이기 때문이고 나는 나와 사는 녀석들을 짐승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어나면 제일 먼저 거실과 방을 청소한다. 나는 방 하나 거실 하나 긴 복도 같은 부엌 하나가 있는 집에서 산다. 화장실 쪽 거실에는 언제나 모래가 잔뜩 흩어져 있다. 방에는 내가 자는 동안 뛰어다닌 녀석들의 털과 먼지가 뿌옇게 쌓여 있다.
청소가 끝나면 화장실에 있는 녀석들의 화장실 통을 청소한다. 로마 굿똥이라는 아주 큰 화장실 통인데 아침과 밤 두 번 청소한다. 화장실 청소가 끝나면, (녀석들이 많으니 청소도 오래 걸린다) 어제 씻어 둔 녀석들 밥그릇과 물그릇을 갈아주고, 설거지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시간이 좀 나면 커피를 내리고 맥미니와 앰프를 켜고 음악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똥을 누고 얼굴을 씻는다. 이게 길면 두 시간이 걸린다. 이제 집에서 밥을 먹거나 녀석들에게 인사를 하고 가방을 챙겨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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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2 17:11 2024/01/02 17:11

마음을 움직여

일상 2023/12/23 21:04

뭔가를 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유라는 시간.

여유를 갖기 위해서는 마음을 붙잡아 둘 정신의 힘이 필요하다.
정신이 몸을 완전히 장악하고 통제하기 위한 힘.
마음은 몸에 휘둘린다. 뇌가 보내는 신호에 민감하고 복종한다.
마음과 정신을 이런 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정신이 마음보다 고차적이라던가 정신은 몸이나 마음과 독립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마음이 몸에 더 가깝게 느낀다.
몸이 불편하면 마음도 불편하다.
몸이 편하면 마음도 편하다.
몸이 가볍고 부드러우면 마음도 활기차고 평온하다.
몸이 무겁고 힘들 때 억지로 몸을 움직여 몸을 흔들면 마음도 금방 몸의 움직임에 반응한다.
이런 걸 보면 몸과 마음은 정신보다 훨씬 더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뭔가를 쓰기 위해서는 역시 몸이 편안하고 사지가 부드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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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3 21:04 2023/12/23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