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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비정규직법 시행 앞두고 해고.계약 거부 잇따라

 

 

홈에버 계약직 노동자 김정숙씨… “해고통보 받고 딱 죽고 싶었다

비정규법이 이렇게 무서운 줄 이제야 알게 됐다


황세영 기자 
 
 
△노동자 김정숙
까르푸에서 이랜드로 합병된 후 홈에버로 이름을 바꾼 대형 할인매장 계약직 직원인 김정숙씨(48세)는 지난 5월 10일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5월 17일까지가 계약기간이니 더 이상 출근하지 말라는 해고통보를 받게 된 것. 김씨는 해고통보를 받던 날 "할 말이 있느냐"는 담당 부장의 질문에 너무나 억울하고 황당했지만 “할 말 없습니다”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자신을 냉혹하게 해고한 그 사람에게 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눈물이 앞을 가렸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너무나 막막했습니다”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놓는 김씨의 눈에 다시 이슬이 맺혔다. “심장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너무 자신이 초라하고 딱 죽고만 싶었어요. 도저히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아 조퇴를 하고 이불 뒤집어쓰고 하염없이 울기만 했어요”라고 했다.

김씨의 남편은 8년 동안 뇌졸중으로 인한 뇌경색과 맞서 투병한 끝에 뇌종양으로 지난해 2월 돌아가셨다. 25살 된 아들은 학원을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 중이다. 병을 앓고 계시는 친정 엄마도 김씨가 모시고 있다. 사실상 김씨의 어깨에 세 식구의 모든 생계가 걸려 있는 것. 김씨의 집은 인천시 구월동. 원래 주안에 살다가 구월동에 있는 직장(홈에버)에 다니기 좋도록 이사를 한 것이다. 김씨는 “돌아가신 아빠가 수술도 많이 했어요. 카드빚도 짊어지고 살고 있지요. 천직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린다.

최고 친절 사원을 해고한 이랜드

김씨가 지금은 홈에버로 바뀐 까르푸에 입사한 것은 2005년 8월 17일. 김씨는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파는 축산 매장에서 판매업무를 한다. 시식코너를 운영하고 물품을 진열하고 매장을 청소하고, 할인 행사를 하면 바코드를 교체하는 것도 김씨의 몫.

김씨는 주부 모니터 사원이 ‘최고 친절 사원’으로 뽑아줄 만큼 고객을 만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4월 어느날 출근을 하니 담당 대리가 “주부 모니터 사원이 최고 친절 사원으로 글을 올렸다”면서 “다시 한 번 만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게시판에 올랐다고도 했다. 김씨는 “이랜드로 넘어오고 나서 일을 너무 힘들게 하게 됐다”며 “출근하면 파트장이 매출성적과 고객 반응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성적이 나쁘면 점프교육을 시킨다’며 압박감을 줬어요”라고 했다. 점프교육은 이랜드가 이천일 아울렛 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해서 인권유린 비난을 받았던 악명 높은 교육(?)방식이다. 고객을 가장한 모니터링 사원이 서비스 만족도를 점검해서 점수가 낮은 직원들을 ‘토끼 뜀뛰기’를 시키면서 교육(?)시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매장 직원이 다수인 계약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40대 여성사원이다. 아이들의 엄마들이 관리자의 명령에 따라 집단적으로 토끼뜀을 하는 인권유린을 이랜드 자본은 ‘점프 교육’이라는 말로 이미 실시하고 있었다. 불안한 고용에 시달리는 계약직 노동자의 비참한 생활이 이랜드 그룹에서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아직 직접 뜀뛰기를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점프교육이라는 말을 말만 들어도 너무나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라고 했다. 그런데 이랜드는 점프교육 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써서 고객 만족도를 체크하더니 막상 친절사원으로 인정받으니 바로 해고를 해 버린 것이다.

너무나 나쁜 박성수 이랜드 회장

문자 그대로 악질 자본가인 이랜드 박성수 회장에 대해 김씨는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김씨는 “이랜드 회사, 특히 박성수 회장은 너무나 나쁜 사람이예요.”라고 했다. 박성수 회장은 지난해에만 교회에 십일조를 130억원 했다. 주식 배당금만 83억을 수입으로 챙겼다. 홈에버에 고용된 계약직 노동자 3000명 전체의 임금이 약 360억. 이랜드 자본이 홈에버 33개 매장에 30명씩 990명을 해고하라는 지침으로 절약할 수 있는 이랜드의 비용은 약 118억8000만원. 박성수 회장 자신이 갖는 주식배당금만 유보하고 십일조만 조금 적게 내면 천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천 가구의 생계를 파탄으로 내 몰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오랜 동안 교회에 다닌 김씨는 27살부터 집사의 직분을 맡을 정도로 독실한 신앙인이다. 김씨는 박성수 회장이 믿음 좋고 신앙으로 이랜드를 세운 건실한 기독 사업가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김씨는 박성수씨의 회사운영 방식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박성수 회장은 교회로 초청받아 간증을 하면서 ‘내 손으로는 부당해고를 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자랑 한다. 정말 기가 막힌다”고 했다. 홈에버에서 일한 지 19개월이 되는 김씨는 회사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협에 의하면 고용안정을 당연히 보장받아야할 처지다. 왜냐하면 단협에는 18개월 이상 일한 계약직은 계속고용을 명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까르푸가 이랜드로 매각될 때 노동조합은 근속수당도 전임자도 포기하면서까지 모든 것을 던지는 싸움을 통해 계약직 노동자의 고용보장 딱 하나만은 쟁취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의 해고는 전형적인 단협위반, 즉 부당해고인 것이다.

김씨는 “기독인 단체들이 박성수 회장이 십일조를 모범적으로 내고 탈세도 전혀 하지 않는 모범적인 성공한 기독 사업가라고 알리고 있어요. 박성수 회장의 간증을 듣기 위한 교회의 요청이 쇄도해요. 교인 규모가 상당한 대형교회가 아니면 초청도 못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해요.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자연스럽게 이랜드 제품을 사게 돼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음 착한 김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욕(?)을 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는 책을 쓴 장로님이 3일간 천국에 갔다 왔는데 조** 목사의 집이 없었데요. 예수님한테 왜 그 유명한 조** 목사님 집이 없어요?라고 물으니 예수님이 ‘나는 그런 이름 들어본 적도 없다’라고 대답했데요. 나는 박성수 회장도 예수님한테 그런 대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는 일이 너무 힘들 거예요

지난 12일 김씨는 난생 처음 일인시위라는 것을 했다. 굉장히 망설이며 어렵게 첫 발걸음을 뗐다는 김씨.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나고 나서야 대선, 총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비정규법이 문제가 많다는 것도요. 나뿐만 아니라 서민들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준비 안된 상황에서 이런 일을 당하면 그 어려움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지금 야간 수당 하고 포함해서 한 90만원 남짓 받는데, 다른 일 찾아서 적응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산다는 게 너무 힘들 거예요”라는 김씨. 비정규악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전격 해고된 김씨는 지금 물러서면 또 다른 직장에서도 주기적으로 해고될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래도 1주일을 앞두고 해고 통보를 받았어요. 그런데 다른 조합원은 바로 당일 해고 통보를 받기도 했지요. 동생도 홈에버에 다니고 있어요. 지금 회사의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워 이기지 못한다면 언제 동생이 희생될 지, 또 다른 어떠한 사람이 희생될 지 모르지 않아요?”라는 김씨. 그래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결코 물러설 수 없다고 말한다.
“17일까지만 일하고 18일부터는 회사에 나오지 말라고 한 말을 따르지 않을 생각이에요. 출근투쟁이라고 하나요? 김경욱 위원장님이 함께 출근투쟁을 지켜주시기로 했어요. 65명의 구월동 매장 조합원도 다 같이 하기로 했구요.” 이랜드에는 여성 보안부대가 있어서 강제로 끌려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사는 게 힘들어서, 병드신 어머니를 보살피고 생계를 돌보자면 일을 잠시라도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일하면서 투쟁하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며 스스로에게 다짐이라도 하듯 주먹을 꼭 쥐는 김씨.

인터뷰를 끝내고 서둘러 일터로 돌아가는 김씨의 뒷모습 뒤로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절대로 사람을 쓰레기처럼 쓰다가 버리는 회사와 비정규법을 강요하는 대한민국을 인정 못한다”는 김씨의 강한 의지가 환청처럼 들리는 듯 했다.

황세영 기자

진보정치 324호

 

비정규직법 시행 앞두고 해고·계약거부 잇따라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7-06-20 23:03 | 최종수정 2007-06-20 23:21 기사원문보기
 
이랜드 계열사인 뉴코아 비정규직 계산원을 해고하자 이에 반발한 노조원들이 20일 뉴코아 아울렛 동수원지점 앞에서 가방을 둘러쓰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다산인권센터 제공

오는 7월1일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기업들의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비정규직법의 차별시정조항과 무기계약근로전환조항 등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계약직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 도리어 비정규직 직원의 고용 안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이랜드 그룹 계열사 뉴코아는 지난 4월말부터 기존 비정규직 계산원에 대한 해고에 돌입, 지금까지 90여명을 해고했다. 남은 290여명의 비정규직도 이달 말에서 7월 중순 사이 계약이 종료돼 순차적인 해고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국 17개 뉴코아 지점 가운데 울산 등 5개 지점에서는 도급업체를 통해 인력의 아웃소싱이 완료됐다.

 

 

 

뉴코아 측 관계자는 “경영상 어려움으로 계산원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비정규직법의 차별 금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웃소싱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인정했다.

 

계약 해지 유형도 다양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에 따르면 뉴코아 경기 평택지점은 계약기간이 7월1일 이후인 비정규직에게 6월30일 이전으로 계약 기간을 다시 쓰자고 강요해 비정규직법 시행 전에 계약을 만료했다.

 

서울 강남지점의 이모씨 등 2명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계약서로 ‘계약기간이 종료됐다’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또 계약 기간을 0개월, 1일, 1개월 계약 등으로 표시한 예도 있다.

 

유은란 뉴코아 노조 동수원지부장은 “회사 측은 도급업체로 이직하면 월급이 오른다고 회유하면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발한 경기·수원 지역의 20여개 인권·노동·여성단체들은 ‘경기지역 뉴코아 지원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뉴코아에 대해 불매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뉴코아 외에도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해고 및 재계약 거부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많다. 금융 IT 솔루션 전문회사 ㅋ사는 장기적으로 75%의 인력을 아웃소싱할 계획으로 알려져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청은 비정규직 195명 중 무기계약전환 대상자가 1명뿐이다. 국비·시비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 한해서만 26명을 고용 보장하고, 기간제법 시행령 예외조항을 활용해 131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원도 지역의 병설 유치원 전임강사 25명은 최고 20년까지 근무했으나 지난 2월 도교육청의 일방적 계약해지로 전원 부당 해고를 당했다. 청주대 시설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지난 5월 일방적으로 계약만료 공문을 받았다.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최소 요건이자 출발점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차별시정제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 전 해고 사태의 한 원인이 되고 있을 뿐아니라, 시행 후에도 관련 규정이 추상적이고 불확정적이어서 사용자가 인사노무관리나 임금체계를 통해 회피할 수 있는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다.

 

배재대 조임영 교수(법학)는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의 쟁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차별의 해소가 아니라 오히려 사용자의 차별 실태와 전략을 법적으로 정당화시키고 차별을 제도화·고착화 시키는 역기능이 부각될 수 있다”며 “본래 취지에 맞게 어떤 해석의 적용이 타당하고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고은·박영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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