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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진보언론, 진보정당 유감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육, 아동 건강검진 등의 아동정책을 묶어 발표하면서 '여성이 살기 좋은 서울'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서울'이 아니고 '여성이 살기 좋은 서울'이다. 물론 서울은 여성도 살기 좋고 아이들도 살기 좋아야 한다.  하지만 아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성으로 포장하는 것은 오세훈 시장의 아동정책이 '여성을 위한 아동정책'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으로 아동권에 대한 낮은 인식을 보여준다.

 

그런데 아동에 대한 낮은 인식은 진보정당, 진보언론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지난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민주노동당은 여성위원회 주최로 여의도역에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선전을 했다. 당내 대선후보 3인 중 권영길 의원은 심상정 의원과 함께 아동환자를 방문했고, 노회찬 의원은 '초등학교 무상교육' 예산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심상정의원은 '아동안전 5대 제안'을 발표하면서 권영길 의원과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당과 대선후보 3인이 아동관련 발언과 일정을 배치했다는 점에서 아동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식상하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같은 이전의 정책을 반복하는 것도 식상하고 어린이날이면 보건의료노조와 국회의원이 아동병원을 방문하는 것도 식상하다. 아동살해, 유괴, 성폭행, 학대, 빈곤, 결식, 아토피, 사교육 같은 어른들이 만든 이 사회의 모든 위험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 총체적 아동인권 말살의 상황에 대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은 너무 둔감하다. 사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민생'과 '생활정치'를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거대담론, 남성중심의 정치의제에서 민주노동당도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진보언론이라고 이야기하는 레디앙은 어린이날  심상정과 노회찬 의원의 보도자료를 단신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물론 날이면 날마다 있는 무슨무슨 기념일마다 기획기사를 내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아동관련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고 어린이날 몇일전에 정부에서 발표한 '2006 아동학대 보고서'가 모든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실을 감안할 때 레디앙이 좀더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모색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레디앙에 대한 아쉬움은 어린이날 최순영 의원실에서 진행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례 증언대회'를 기사화하지 않은 것에도 있다.  최순영 의원실에서 진행한 증언대회는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파렴치한 아동 폭행, 학대, 성폭행 사례를 부모들이 직접 참석해 증언하는 행사였다. 그동안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사례는 끊임없이 발생함에도 그 문제제기가 인터넷을 통한 선정성, 한탕주의 기사가 다였다. 이런 점에서 이번 보고대회는 당사자인 부모가 직접 참석해 문제를 고발하고 이에 대한 규제방안을 국회와 사회에 촉구하는 의미있는 행사였다. 아동학대의 실태를 드러냄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출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회와 정치의 역할이 국민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해결하는 것이라고 할 때 피해아동 부모의 울분의 목소리를 국회에 담아낸 최순영 의원실의 이번 어린이날 사업은 매해 반복되는 당의 다른 이벤트보다 훨씬 의미있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민주노동당의 사업들을 소상히 전하는 레디앙이 왜 이 보고대회는 전하지 않았을까? 어린이날 진보진영이 같이 고민해봐야할 의제를 던지기 보다 레디앙은 '노-무상교육', '심-무상의료'라는 정치구도를 만들어내는데 더 열중했다. '안전'을 던진 심상정 의원의 정책제안을 '무상의료'로 오역하면서.

 

아동문제에 접근하는 민주노동당의 방식과 내용은 무엇일까?  '표'가 없다고 언제까지 무시할 것인가? 보수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아동정책을 '여성(남성은 빼고)'정책으로만 둘 것인가? 강자가 아닌 약자의 입장에서,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아동정책이 진심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빈곤, 학대, 건강한 성장.... 수많은 문제에 대한 답을 고민해야 한다. 내년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이 있는 어린이날 행사를 기대해본다. 권영길 의원이 초등학생들을 국회로 초청해 '초등학생들이 바라보는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 이것만은 해줘'라는 주제로 이야기 한판을 벌여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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