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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편히 잠드세요. 허세욱 동지.

벌써 1주일이 지났네요.

지난 일요일 '허세욱 동지 사망, 한강성심병원으로 급히 집결'이라는 문자를 받았던 게.   

어제 청계광장에서 열렸던 허세욱동지 추모 촛불문화제에 모인 이들은 아직도 허세욱 동지를 떠나보낸 슬픔으로 동지를 추모했습니다. 하지만 슬픔 속에서도 허세욱 동지가 염원했던 한미FTA 저지를 위해 실천으로 나서야할 때임을 또한 모두를 알고 있었습니다.

허세욱 동지가 가르쳐주신 것처럼 공부하고 실천하고 함께해야할 때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고 편히 쉬세요.

마지막 가는 길에 환히 웃던 그 모습처럼 편히 잠드세요.

허세욱 동지 잘 가세요.

 

 

누가 평범한 한 노동자를 분신으로 내몰았는가?
- 허세욱 당원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07.04.05.  최은희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지난 4월1일 오후 4시경 협상장인 하이얏트 호텔 근방에서 ‘한미 FTA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을 시도했던 허세욱 당원은 3일이 지난 지금까지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병원에서 홀로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생의 사투를 벌이고 있을 허세욱 당원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홀로 그 끔찍한 고통을 견디고 있음을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고 저절로 눈물이 난다. 부디 상태가 호전되어 무사히 회복하시기를. 끈질긴 생의 의지로 반드시 힘든 고비를 이겨내시기를. 병원 로비를 지키고 있는 동료들과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허세욱 당원의 쾌유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나에게 허세욱 당원은 지난 3월30일 촛불집회에서 짧게 깍은 하얀 머리를 하고 직접 제작한 몸 벽보를 앞뒤에 붙인 채 어두운 시청 앞에 목석처럼 서있던 모습으로 인상 깊게 남아있다. 짧게 스쳐갔지만 뭔가를 전하고자 하는 간절함과 진심이 느껴졌다. 일상적으로 참가하는 집회에서 상대방으로부터 힘을 얻는 흔치 않은 경우였다. 많은 당원들이 허세욱 동지에 대해 나와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는 듯하다.

허세욱 당원은 16년째 택시를 운전하는 55세의 노동자이다. 평소 ‘택시 완전월급제’ 실시를 힘주어 강조하던 택시노동자였다고 한다. 교대근무 속에서도 2002년 모범당원 상을 받을 만큼 성실하게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였고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억울하게 죽은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120만원의 적은 월급을 쪼개 지역단체에 기부할 만큼 조용히 이웃사랑을 실천해 오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대부분의 사실들은 분신 이후에야 알려진 것들이다. ‘허세욱’이라는 이름을 생소해 하다가 사진을 보고는 “아! 이 분”이라고 기억할 만큼 허세욱 당원은 이름 없이 실천해온 평범한 늙은 노동자이다.

그래서 허세욱 당원의 분신 소식은 우리에게 더 안타깝고 고통스럽다. 아무런 잘못도 없고 책임질 자리에 있지도 않은 늙은 노동자가 온몸을 던져야 하는 상황에 분노가 치민다. 최저임금도 적용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힘들게 살아온 이 땅의 노동자가 왜 이런 고통을 또 다시 받아야 하는가?

4월2일 허세욱 당원이 입원한 병원 로비에서 TV를 통해 한미 FTA 협상 타결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를 들었다. “한미 FTA를 전략적으로 반대하신 분들 덕분에 미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협상이 타결되었으니 더 이상 반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위층 병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허세욱 당원과 그가 쓴 “국민을 우롱하지 마라”던 유서내용이 생각났다. “국민을 우롱하지 마라”며 절규했던 허세욱 당원을 또 다시 우롱하는 것 같아 노무현 대통령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한 노동자의 목숨을 건 절규조차 협상력을 위한 수단으로 간단히 비웃어 버리고 50%의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한번도 귀담아 듣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이 바로 허세욱 당원을 절망케 한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부의 독단적이고 졸속적인 한미 FTA 협상이 허세욱 당원을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 그러고도 또 다시 노동자․민중을 모독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허세욱 당원이 분신을 시도한 하루 뒤인 4월2일,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에 합의했다. 기다렸다는 듯 한나라당과 언론재벌은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신문에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전경련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자본의 수괴들이 손을 맞잡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사진이 실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선택한 한미 FTA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확해 지는 순간이다. 정체 없이 떠돌던 ‘국익’이 ‘누구의 이익’인지도 분명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한 국민의 권리 대신 미국의 다국적 제약기업과 한국의 대형 제약회사의 이익을 선택했고 국민의 건강 보다는 미국의 거대 축산기업과 한국의 대형 유통회사의 이익을 선택했다. 그리고 우리 삶에 대한 결정권을 자본의 통제 아래로 양보했다. 합의문대로 한미 FTA가 실행된다면 10%의 재벌과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겠지만 중소기업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고, 노동자․농민의 삶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가난해질 것이다. 특히 FTA와 함께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고용유연성 증대,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통제 강화 등이 시행된다면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택시 노동자 역시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을 개선하기 더욱 힘들 수 밖에 없다. 몸 벽보에 “FTA로 서민들은 더욱 살기 힘들어질 것 - 비정규직 증가로 사회양극화 심화”라고 써서 다니던 허세욱 당원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예정된 대로 한미 FTA 협상은 타결되었다. 1년 전 협상 시작을 선포할 때부터 예정된 것이었으며, 지난 4월20일 농어민 대표들에게 “농업도 시장에 맡겨야한다”며 대통령이 막말을 해댈 때 이미 결정된 것이었다.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변한 것은 없다. 변한 것이 있다면 지난 1년간 한미 FTA를 반대하는 세력들간의 연대가 확대되고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꿈쩍할 것 같지 않던 국민 여론의 균열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이제 더욱 강력한 ‘한미 FTA 무효화’ 범국민 운동을 전개할 때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허세욱 당원이 앰뷸런스에 실려가면서도 외쳤던 ‘한미 FTA폐지하라’는 요구로 더 많은 노동자, 농민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 기어이 한미 FTA를 저지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허세욱 당원님의 무사 쾌유를 모든 사람들과 함께 간절히 기원한다.

※ 허세욱 당원님의 쾌유를 기원하며 당원들의 참여를 요청드립니다.
- 카페와 당 홈페이지에 허세욱 당원 쾌유 기원 글을 남겨주십시오.
- 허세욱 당원 치료비 모금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십시오.
- 매일 저녁 7시 광화문에서 열리는 ‘한미 FTA 저지, 허세욱 동지 쾌유 기원 촛불 문화제’에 함께 해 주십시오.

※ 각주 : 허세욱 당원 분신 소식을 듣고 급하게 기고문을 작성해 4월2일 한겨레 신문 ‘왜냐면’에 투고했으나 한미 FTA 협상 타결 등의 상황 변화에 따라 실리지 못함. 이 글은 그 기고문을 수정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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