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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백혈병치료제 7만원---- 환자들 감당 힘들다

‘백혈병치료제 7만원’…환자들 “감당 힘들다”

한겨레|기사입력 2008-01-10 20:17 기사원문보기
[한겨레] 새로 나온 백혈병치료제가 한 알에 7만원대라는 높은 가격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공단)과 제약회사 사이에서 약값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과 전문가들이 효능에 비해 약값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고 나서 ‘제2의 글리벡 약값 논란’이 예상된다. 또 이번 협상은 2006년 말 보건복지부의 ‘약값 적정화 방안’이 시행 이후 건강공단과 제약회사가 사실상 처음으로 맞붙은 사례여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한국백혈병환우회와 김동욱 가톨릭대의대 교수는 10일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이 한 알당 약값이 7만원대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약값은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 모두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스프라이셀과 비슷한 효능을 가진 백혈병 치료제 3~4개가 임상시험 과정을 거치고 있어 곧 출시될 예정”이라며 “이 약들과 장단점을 비교하면 스프라이셀의 치료 효과가 크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잦은 혈구 감소 등 여러 부작용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국적 제약회사 비엠에스가 만든 스프라이셀은 현재 처방되고 있는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약품이다. 하지만 조만간 백혈병 환자의 첫 치료 약품으로 쓰일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한해 5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약값 협상의 시한은 오는 14일이다.

안기종 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한 알에 2만원대인 글리벡 약값도 감당할 수 없어 당시 환자들은 해당 제약회사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수차례 시위를 벌이는 등 목숨을 건 싸움을 해야 했다”며 “비슷한 여러 약들의 약값 결정에 본보기가 될 것이므로 건강공단이 제대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회사 쪽은 약의 개발과정에 투자된 돈과 다른 나라의 약값 등을 고려할 때 협상 가격은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공단 쪽은 건강보험 재정 지출 가운데 약값 지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점을 감안해 약값을 낮춰야 한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다. 약가협상팀 윤형종 부장은 “환우회나 전문가들의 지적을 잘 알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약값 결정이 복지부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스프라이셀의 경우 심사평가원이 건강보험 적용이 타당하다고 결정했으므로,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약값은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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