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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의 중심은 어디에 있나요? <SK telecom> / 박종윤

우리 생활의 중심은 어디에 있나요?


교양 과목인 ‘현대 사회와 광고’ 혹은 전공으로 있는 광고 수업등을 듣다보면 교수님들이 수업 첫머리에 늘 반복하시는 어구가 있는데, 바로 ‘현대 사회에서 살아감에 있어 광고는 사람과 땔래야 땔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이다. 한번은 2호선 신촌 지하철 역에서 괜히 시간을 죽이며 역사를 주욱 돌아다 본 적이 있다. 신촌역에 도대체 몇 개의 광고가 존재하는 지 세어보려고 했는데 결국은 포기해버렸다. 이미 시작부터 소주독에 빠져있던 바, 잘 될 리가 없었다. 가뜩이나 복잡한 신촌 역사에 막차 시간 다 되어 분주히 제 갈길 가는 사람들, 그 많은 사람들 수만큼이나 많을 것만 같던 광고의 개수를 세기란 어지간한 근성으로는 불가능했다. 그 와중에 문득 떠오른 교수님들의 클리세한 경구에 동감을 표하지 않기란 더욱 쉽지 않은 노릇이었다.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인간은 차고 넘치는 현란한 이미지, 사운드, 그리고 엄청난 정보량에 기죽게 되었는데, 그 때문일까, 인간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게 되었다. 광고라고 예외는 없다. 수도 없이 많은 광고 중에서 우리의 머릿 속에 남아있는 것은 불과 세 네개? 사실은 그만큼도 못할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장안에 화제가 되는’ 광고는 마케팅의 효과 역시 만만치 않겠지만 우리 일반 서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활력소가 된다는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2006년, ‘장안의 화제가 되는’ 마케팅은 무엇이었을까? 한국광고단체연합회에서 뽑는 2006 대한민국광고대상에 광고 대행사 TBWA 코리아가 제작한 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며칠 전 들은 바 있다. 많은 독자 분들이 ‘아하~!’ 하며 무릎을 칠 듯 한데, ‘생활의 중심에 항상 SK 텔레콤이 있다‘라는 짧고 간결한 아이디어에서 좁은 가능성이 아닌, 수만가지 상황에 대입시켜 기존의 광고보다 훨씬 열려있는 스타일로 시리즈를 구성한 것이 높은 점수를 얻었던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의 진정한 자본주의적 미덕은 ‘생활의 중심’ 이라는 어휘에 있다. 분명 계산된 카피, ‘생활의 중심’에 ‘SK 텔레콤’이 있다는 전제는 곧 소비로서  정체성을 표출하는 현대 한국 사회에 가장 근접해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강력한 헤게모니로서 작용한다. 우리 생활의 중심에 인간이 아닌 'SK 텔레콤‘이 있다는, ’기업‘과 ’마케팅‘이 있다는 그 21세기적 전제는 이제는 담담해질 때도 되었지만, 하지만 가끔은 이내 답답해지기도 한다.

 

누구라도 시간이 난다면, 특히 ‘시간이 금이다’라는 자본주의적 경구에 흡집을 내고 싶은 반항아라면, 한번쯤은 신촌 지하철 역사에서 광고가 몇 개 붙어있는 지 세어보자. 적어도 한번이라도 시도해본다면, 혹시나 정말로 그 많은 광고를 다 세어본다면 분명 그 때는 지금보다 더 바보같은 사람이 되어있을테지만,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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