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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반복, <NAVER>

두려운 반복,


 ‘반복 학습’의 효과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왜 있지 않은가, 그 유명한 ‘파블로브의 개’. 실험의 요지는 다들 아시다시피 ‘반복이 동물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처음에는 동물에게만 한정했었던 이론을 인간의 영역으로 확장한 이후 반복의 개념은 관점을 막론하고 인간 심리를 연구하는 데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서 부각되었다.

 

 반복은 양날의 검이라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함께 가져간다. 좋은 면이라 하면 역시 기능성이 높아진다는 면을 들 수 있겠는데, 인간은 일반적으로 어떠한 일을 실행할 때 그 반복하는 횟수가 높아질수록 속도와 정확도가 높아진다. 여담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배우지 못한 노동자라 해도 10년, 20년 이상 근속한 노동자에게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그에 비하여 나쁜 면 역시 작지는 않은데, 수 많은 나쁜 점들에서  주목해야 될 것 중 하나는 결국 반복이란 행위가 고정관념(streotype)을 양산하는 데 가장 큰 구실을 한다는 점이다. 고정관념이란 한번 형성되면 다시 새로운 개념을 주입하는 것이 힘이 듦은 물론, 자신도 모르는 새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언제서부터 눈에 들어왔는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꽤나 많은 TV 광고 뒤에 짧게 붙었던 토막 광고가 있었다. ‘네이버에서 ☐☐☐를 쳐보세요.’ 특히 제품의 성능과 관련된 광고가 아닌 이미지 광고, 혹은 영화 예고편 등에서 많이 활용된 문구였다. 이는 곧 네이버에 어떠한 상품을 검색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증명이며, 거꾸로 뭐든지 자유로와 보이는 정보의 바다에서 실지로는 네이버가 사실상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구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네덜란드, 영국, 그리고 미국 순으로 헤게모니가 이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인터넷 검색 사이트의 역사에서는 야후에서 네이버로 헤게모니가 이동하였다. 2006년 8월 기준으로 대략 70퍼센트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의 검색 엔진은 현재 독점 혹은 야후, 엠파스 등의 기업들과 함께 과독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볼 수 있다. 굳이 단순화 시키자면 대한민국 사람 10명 중 7명이 네이버를 통해서 정보를 찾아다니고, 네이버 뉴스에서 정치-경제-시사적인 이슈들을 확인하며, 네이버 지식인에서 일상적인 지식을 찾아다닌다는 도식이 그려진다. 즉, 네이버적인 사고방식이 고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고의 편의적인 고정이 정치적, 윤리적으로 옳을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될 문제다.

 

 현재의 미디어 권력 구조 속에서 네이버가 마음만 먹으면 어떠한 흐름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나갈 수 있음은 자명하다. 아니, 현재도 그러하고 있다. 검색창의 스폰서 링크, 메인 뉴스의 선정, 인터넷 댓글의 의도적 삭제 등. 황우석 박사의 사태, 평택 대추리 사태 등 여러 사회적 이슈에서 네이버의 음모론이 끝임없이 재기되는 배경에는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미디어 권력의 암울한 이면이 항상 존재해왔다. 하지만 매번 이러한 정당한 문제의식은 금새 휘발되기 마련이다. 어쩌랴, 당신이 좋아하는 저 영화 속 주인공이 말한다. ‘네이버에서 ☐☐☐를 쳐보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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