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의 허구
category 朱鷄  2017/05/29 15:24

10여 년 전만 해도 연말만 되면 가짜 영수증 만들어서 정산 서류 맞추는 게 전국적인 연례행사였던 적이 있습니다. 맞춰야 할 숫자가 소액인 경우, 또는 옛 규정을 아직도 안 고친 곳에서는 아마 지금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겠지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그 뻔한 일들을 모두가 모르는 척하고 그런 일은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그런 세상을 우리는 만들었고 살아냈습니다.

4월 4일에 중대장 명령으로 나무를 베고 다음 날 나무 심으며 기념사진 찍던 군대 생활처럼, 민둥산을 없애야 한다며 온 국민들을 동원해 나무를 심던 그 민둥산들은 고작 한 세대도 채 안 걸려 빌라촌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것 같습니다.

이상과 관념에 과도하게 몰입해서 허구로 돌아가는 그런 사회를 남과 북은 만들었습니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다른 사회들이 한 실수를 보면서도 똑같이 되풀이 했으니 변명은 안 통합니다. 입으로 말하여지는 것만 그럴싸한 사회, 그러다 보니 남는 것은 ‘정신 승리’밖에 없지요.

맹목적이고 반민주적인 폭력조차 ‘양념’이라고 불리는 시대여서인지 양념이 강하면 재료를 의심해야 함에도, 맛있기만 하면 된다는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굽은 것은 펴지게 되어 있듯이, ‘양념’으로 상한 맛을 속이려는 식당은 반드시 손님이 끊기게 되어 있습니다.

 

2017/05/29 15:24 2017/05/29 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