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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8
    빈집에서 손님되기를 고민하다(1)
    빈집
  2. 2008/09/08
    빈집 반돌잔치 후기(1)
    빈집

빈집에서 손님되기를 고민하다

빈집 반돌잔치를 하고나서, 오늘 아침.

어깨, 오른팔, 오른쪽 손목, 엉덩이, 종아리, 발바닥이 땡겼다.

뻐근하면서도 시원한 이상한 기분.

 

1. 빔과 참

 

빈집은,

꽉 차 있다. 빈 것을 걱정하는 순간에 가득 차고, 차있음을 걱정하는 순간에 쉽게 비워진다.

그래서 빈집이 좋은 것일까.

한동안 빈집을 자주 오가면서 반돌잔치 때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무척 궁금했는데

역시 잔치는 잔치! 먹고 마시고 즐기고 몸 부대끼며 뛰댕기는 동안

빈집은 정말 더 빈집다워지는 느낌이었다.

 

2. 말함과 말하지 않음

 

토욜 밤, 카페 일을 마치고 반돌잔치 워크샾에 끼어들었을 때

사람들은 일종의 공동체 윤리 같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빈집의 장투자들이 서로 힘겨웠던 것들, 지난 반년간 잘 하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손님에게 바라는 것들, 장투자들 서로가 각자의 요구들을 충실히,

그러나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들.

그런데 역설적으로,

못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가만히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굳은 믿음이 다시 부풀어오르는 것이었다.

장투자들과 손님들이 자신의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문제들을 짚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에

눈빛들이 통하고 숨소리가 오가자 공기가 뚱뚱해지는 느낌이었다.

얼마만일까. 이런 이야기 시간.

 

말을 잘 한다는 것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 사람도 말하고 있는 것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고

말을 잘 못한다는 것은 일어났던 말하기 세포들이 까맣게 타들어가게 하는 것.

장투자들이 서로 불편했던 것들에 대해,

어떤 것은 그냥 참고 넘기고, 어떤 것은 자기 나름대로 써붙이고,

어떤 것은 말하고 싶어도 말못하고 멀어지고

그런 것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말을 해서 더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들에 대해 우린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말 말이 모든 것을 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참을 인 세 번, 편지쓰기, 메모 남기기 등 몇 가지 방법들이 나왔지만

역시나,

중요한 건 그것은 택할 수 있는 방법일 뿐,

차이들과 각자의 온도와 속도를 공유하고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려운 것을 어려운 것이라고 인정하기가 또 얼마나 어려운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도중에 난 그냥 믿어버리기로 하게 되었다.

성급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ㅎㅎ

이 사람들, 나와는 달리 ㅋ

기본이 참-------------------------------- 훌륭하셔서,

뭐라 말로 하긴 힘들지만, 암튼 그들은 끝내 지혜롭게 잘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솟아나버렸다.

말들을 나누는 가운데 저절로.

그리고, 그날 다 이야기되지 못했던 라브의 고민과 벽에 붙어있던 몇몇 고민들에 대해서도

결코 쉽게 풀릴 문제들은 아니었는데,

말을 못했지만, 언젠가 어떤 순간에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3. 몸과 마음을 달리다

 

몸이 뻐근한 것은, 90프로 이상, 배드민턴 대회 때문이었다.

날도 더운데... 하고 미적거리다가 걍 일단 한다니깐 따라가본 배드민턴 장에서

가서도 계속 시합 심판 역할을 하면서 점수 체크를 해주다가-- 물론 이것도 에너지 많이 든다. ㅎ

한 시간 정도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뭔가 심심하여 뒤늦게 참여한 배드민턴.

A라인 스커트와 긴팔 티셔츠, 풀러진 머리칼 등 독특한 선부복장으로

오- 내가 이렇게 영화를 볼 줄이야.

얼굴이 천도복숭아처럼 빨개진 것쯤이야 괜찮다 싶었다.

 

그리고는 저녁밥을 먹고는, 또다시

뚜르드 남산.

자전거를 좋아하는 인간들이 모였으니 것도 해볼만을 하겠다 싶었지만

낮에 그렇게 힘을 빼고 또 자전거로 남산을 오른다니... 참.

어쨌든 또 난 그냥 쉴까 했는데, 함 가보자 해서 가니

지음, 말랴, 지각생, 원두 넷이 출전하는데

아규, 라브, 지선, 나 넷이서 결승점으로 설렁설렁 걸어가는 길도 재밌더라.

물론 난 또 소월길의 정취에 그냥 있지 못하고, 얼마간을 뛰었다. ㅋ

암튼, 골인한 세 명에게 월계관 비슷한 것을 만들어주고 기념촬영까지 마치니

몸만 달린 것이 아니라 맘까지 달려나가더라.

빈집에서 설렁설렁 노는 것도 재미지만,

남들 뭐 한다고 할 때 무작정 따라나가보는 것도 재미다.

그러니, 미리 샤워를 해버려서 옥상에서 있었던 남/녀 등목 시간에 참여 못한 것이 뒤늦게 아쉽다.

 

4. 투비 컨티뉴

 

반돌, 그러니깐 6개월이 지났다.

빈집의 수명이 얼마까지일까는 별로 생각 안해봤지만

수많은 실험과 모험들이 생활 면면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로 반돌잔치는 가깝게는 한돌잔치가 되기 전까지

빈집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함께 달려나갈 시간과 일과 인연들을 품어주고 있다.

앞으로 뭘 어찌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사람들은 뭔가를 꾸물꾸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조만간 맥주 담으러 가야지.

일단, 무작정 건강하시기를...

러니와 복돌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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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반돌잔치 후기

-사진후기는 이따가 올라갑니다. 아직 필름스캔 전이라-

 

 반돌잔치 일정표에는 배드민턴을 치는 일정이 두 번이나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처음 일정은 너무 더워서 다들 치지 않기로 결정했고, 두 번째 일정은 생리통으로 허리가 조금 아프기도 해서 안 갔다. (대신 빈집에서 멋지다! 마사루를 보다가, 낮잠을 자다가 했다.)
 
 
  어쩌면 이런 것이 ‘빈집다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빈집 반돌잔치에서 했던 것 중에 ‘재미의 이름으로’ 모두에게 강제된 일들은 없었다. 청소하기, 장보기, 요리하기, 그리고 빈집에 대해서 토론하기, 술마시기, 노래하기, 춤추기, 배드민턴치기, 보드게임하기, 그리고 자전거 레이스까지. 어떨 땐 다들 제각각으로 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렇다면 평소에 빈집의 모습과 별다를 게 없는 게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매스게임도 아닌데 좀 더 특별한 날, 좀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다 한번에 할 필요는 없는 게 아닌가.(심지어 자전거 레이스가 싫다고 집에 가 버린 사람도 있었지만, 뭐 싫으면 집에 갈 수도 있다고 다들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느슨함을 반돌잔치 내내 나는 마음껏 즐겼다. 또, 어쩌면 빈집의 반돌을 굳이 기념해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반돌잔치는 그냥 먹고, 놀고, 마시기 위한 하나의 구실일 뿐이고, 매일 하는 먹고, 놀고, 마시기에 이름을 하나 붙인 것일 뿐(어쩌면 너무 늦게 파악한 거야?)누구도 사람이 적게 와도 혹은 늦게 와도 별로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누구든 오면서 맛있는 것을 가져올 거라는 희망을 주고 받았다.
 
  그럼에도 이번 반돌잔치 행사가 이룬 결실은 바로 ‘자매결연’이다. 다롄에 이어 포천에 있는 한옥 ‘빈당’이 빈집의 두 번째 자매다(원래 이름이 ‘빈당’이라고 한다! 오오). 빈집 반돌잔치에 손수 일구시고 채집하신 농작물로 감자전, 도토리묵, 표고전을 만들어 오신 숲속님이 자신의 보금자리인 빈당을 소개해주셨다. 빈집과는 조금 다른 정책(?)들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빈집 방문자들이라면 당연히 빈당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심지어 빈집 보다 더 게으르게 있어도 된다고 하신다)수목원이 바로 코앞이라고 하니 가을소풍도 당연히 가야하겠지?
 
  한모금 맛본 후에는 카스도, 하이트도 물맛이 되는-심지어 지리다;- 디온표 흑맥주가 무료였던 빈집 반돌잔치. 이 정도의 유인책에도 빈집에 발걸음을 하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또 다른 이벤트를 준비해서 그 핑계로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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