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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우리들의 전설

  • 등록일
    2009/08/03 03:15
  • 수정일
    2009/08/03 03:15

이런 시국에 TV 드라마 이야기나 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들도 있을라나?

 

허나, 진보 불로그의 컨텐츠 다양성 확보를 위해, 오랜만에 드라마 평이나 질러보겠다. ^^

 

곽경택. 참 이양반.

상실된 부성과 거친 남성성에 대한 낭만적 집착은 알아줘야 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둘다 본 사람은 알겠지만,

영화 '친구'와,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가장 큰 차이는

"동수"다.

사실 알고보니 "동수"가 "준석"보다 훨씬 풍만한 캐릭터였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쓸 이야기는.

결국 동수,준석,상택 이 세 남자가 어떻게 친구였느냐 하는 점에 재미를 느꼈다고나 할까?

 

영화에서는 단순히 어릴때부터 부랄친구였으나 살면서 서로 다른길을 걸었다는 설정으로 모든 것을 설명했었는데..

사실, 이게 설명이 부족했던 점은 사실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부랄친구는 부랄친구일뿐, 세상을 살면서 그렇게 끈끈한 관계로 엮이는 일은 별로 없다.

상택은 겁많고 위선적이며 그러나 팬때 굴리기로는 남한 최고로 용감한, 저기 관악산 밑에서 많이 볼수 있는 한국에서 엘리트라 불리우는 집단의 특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캐릭터이다. 솔직히 상택이라는 캐릭터가 동수,준석과 같은 건달과 친분을 맺는 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그런데 TV 드라마의 친구에서는 그것에 대한 리얼리티를 불어넣어주었다.

 

바로. "진숙"이라는 캐릭터.

여자 문제였던 것이다.

푸하하..

이렇게 웃지만 웃을 일은 아니다.

진숙이라는 캐릭터야 말로, 이 세사람의 관계에 진정한 리얼리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남성들이 공감할 거라는데 한표를 던지겠다.

 

동수와 준석의 끈끈한 유대가 적대관계로 바뀌는 과정, 그리고 상택이 이 둘사이의 관찰자로 살 수 있었던 모든 일에는

"진숙"이라는 여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어떤 남자가 자기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서먹한 관계에 용감히 뛰어들 수 있는 유일한 이유.

감히, 그리 단호히 이렇게 말할 수 있는데 ^^

그건 여자이다.

 

중요한 것은 세 남자의 입장에서 이 여성은 단순히 서로 좋아하는 성적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세 남자 사이의 동맹관계를 팽팽하고 균형잡아주는 관계의 정점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동맹관계의 긴장은 일시적으로는 유지되지만 결코 오래가진 못한다.

 

보통 드라마라면, 보통 이 여성이 한 남자를 선택함으로써 동맹관계가 해체되고 갈등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이 여성이 한 쪽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 관계 자체를 파기하고 완전 새로운 삶으로 진입할때, 동맹관계가 와해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면에서 "진숙"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히 셋중에 누가 좋을까를 선택하는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삼자의 관계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위하는 여성이다.

 

근데...

근데..

 

영화에서도 그렇고 TV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이 "진숙"이라는 캐릭터의 디테일이 정말 아쉽다.

 

내가 보기엔, 배우의 문제라기 보단 곽경택의 한계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진숙"이라는 캐릭터를 너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일반화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뭐, 드라마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지켜봐야 겠지만.

남성들의 마초적인 디테일함에 일가견이 있는 곽경택에게 그러한 여성적인 시각의 디테일함을 바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지도..

하지만, 만일 상택이 곽경택의 분이라고 했을때..

만일 상택이 "진숙"이라는 캐릭터를 진정으로 가슴 깊숙이 묻고 있었다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은 좀 든다.

 

암튼 386들은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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