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 귀찮아지는 밤.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딱히 해야할 일이 있어 사람들과 헤어졌던 건 아니지만,

차라리 일이라도 몽땅하는 게 나을,

그런 지경.

 

사람들과의 거리가 새삼 느껴지는 밤.

나에 대한 원망과,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그 바늘들이 나를 향하는 밤.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한,

외롭고 슬픈 밤.

세상은 단단하고,

우리는 너무 미천한데,

그 가운데에서 나는 얼마나 진솔했는지,

얼마나 사심을 분리시키려 노력했는지,

나의 문제를 투사시키는 것은 아닌지,

계속 되짚어보는 밤.

 

내가 정말 묵묵히, 한발짝씩 걸어가는 사람이면 좋겠다.

못 하는 이유를 찾기보다,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사람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