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평행선

여성노동권 관련 세미나를 하고, 평행선 영상을 같이 봤다.

조금은 무덤덤하게 봤다. 이 영성을 처음 봤을 땐 어떤 느낌이었을까.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집행부들 하나같이 어쩜 그렇게 회사와 똑같은 태도로 하나같이 예의없는 말을 내뱉을까..

남성/여성, 정규/비정규 노동자의 분할은 자본이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해야 할테지만,

그 안에서 자본이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그대로 재현하는 이들에 대해 인간적인 비판도 필요하지 않을까..

 

함께 싸웠던 이들을 져버리는 일은 왜 어느때나 일어날까.

어느 단추를 고쳐 끼워야 세상이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까.

 

 

 

 

하지만 영상을 무심하게 보기도 했는데, 영상 속 일들이 잘 실감나지 않았다. 영상이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게 아니라, 내 상태가 그렇단 얘긴데, 어느 순간의 환희나 어느 순간의 분노 모두 멀게 느껴진다. 감정이 죽어가는 상태는, 좋지 않아..;

 

 

 

중간에 '싸울 준비를 하게'란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가 나온다. 찾아보니 정윤경의 '칼을 가시게'다. 이 사람은 어쩜 이리 좋은 노래를 많이 만들었을까.

 

2010/08/10 09:55 2010/08/10 09:55

보는거당신과 나의 전쟁

학교에서 상영회를 했고,

예상한대로 우리끼리 봤다.

그리고, 예상한대로, 격해진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었다.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의 삶을 강탈할 권한을 갖는 다는 게,

여전히 생경스럽다.

 

계속 마음에 맺혀있던 게 있다.

영상을 보면서, 더 뚜렷해졌다.

난 그곳에 있는 사람을 보지 않고, 싸움만 좇아 다녔다. 그래서 협상이 타결된 날, 쉬어버렸었다. 며칠이 지나고서, 그날 경찰서 앞에라도 갔었어야 했다는 자책이 밀려왔다. 번번이, 사람을 시선에서 놓치곤 한다. 용산에서도, 그 전에도, 그 전에도, 죽.

내가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그 전쟁터는 내 감정을 배설하는 곳이 아닌데, 공을 쌓기 위한 곳이 아닌데.

끊임없이 경계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또 언제나 부끄러운 반성만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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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병의 원인 하나를 알았다!

요즘 설사가 좀 멎고 살만했었는데

영상을 보다 감정이 격해지니

얼마 안 있어, 바로 증상이 도지기 시작했다.

용산에, 평택에.. 한여름의 반절을 그곳에서 보낸 뒤 시작된 속병은

그러했었나보다.

감정을 쉽게 터트리지 말고 다스려야 할텐데

나이가 들수록 절제가 쉽지 않다.

특히 분노보다는 슬픔을 참아내지 못하고

자주, 격하게 토해낸다.

건강한 토로는 아닌 것 같아 걱정이다.

내 감정을 다루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2010/04/29 23:27 2010/04/29 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