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상영회를 했고,

예상한대로 우리끼리 봤다.

그리고, 예상한대로, 격해진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었다.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의 삶을 강탈할 권한을 갖는 다는 게,

여전히 생경스럽다.

 

계속 마음에 맺혀있던 게 있다.

영상을 보면서, 더 뚜렷해졌다.

난 그곳에 있는 사람을 보지 않고, 싸움만 좇아 다녔다. 그래서 협상이 타결된 날, 쉬어버렸었다. 며칠이 지나고서, 그날 경찰서 앞에라도 갔었어야 했다는 자책이 밀려왔다. 번번이, 사람을 시선에서 놓치곤 한다. 용산에서도, 그 전에도, 그 전에도, 죽.

내가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그 전쟁터는 내 감정을 배설하는 곳이 아닌데, 공을 쌓기 위한 곳이 아닌데.

끊임없이 경계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또 언제나 부끄러운 반성만 뒤따른다.

 

 

 

 

/

내 속병의 원인 하나를 알았다!

요즘 설사가 좀 멎고 살만했었는데

영상을 보다 감정이 격해지니

얼마 안 있어, 바로 증상이 도지기 시작했다.

용산에, 평택에.. 한여름의 반절을 그곳에서 보낸 뒤 시작된 속병은

그러했었나보다.

감정을 쉽게 터트리지 말고 다스려야 할텐데

나이가 들수록 절제가 쉽지 않다.

특히 분노보다는 슬픔을 참아내지 못하고

자주, 격하게 토해낸다.

건강한 토로는 아닌 것 같아 걱정이다.

내 감정을 다루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