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한 기억을 덜어내기가 쉽지 않다.

 

요 며칠 집에 일찍 들어왔었다. 좀전에 엄마는, 어제 현관문을 열고, 내 신발이 있는 걸 보고서 나를 불렀는데 내 대답이 들리지 않아 너무 아찔했다는 얘기를 건넸다. 얼마전에는 시립도서관에서 책이 연체되었다는 연락을 했었나 보다. 전화 머리에 내 이름을 확인하는데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고도 하셨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어떤 말을 꺼내야할지 몰라, 그저 가볍게 웃어보인다. 어떤 위로나, 확신을 주는 말을 건네는 건 오히려 바보같이 느껴진다. 엄마 아빠는 내가 집에서 혼자 자는 것도 무서워 하신다. 나도 그 마음을 알기에, 최대한 그런 걱정은 안끼쳐드리려 노력하지만, 이렇듯 모든 일상이 비일상적인 상황 자체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내 졸업식에 오고 싶어하지 않지만, 정말 싫어서가 아니다. 무엇을 먹으러 갈 때도, 보러 갈 때도, 마음이 편할리 없다. 난 어떤 일이 있어도 부모님보다 하루는 더 살고 죽어야한다고 다짐하는데, 수명의 비약적인 연장을 보면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