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 가득 울음으로 가득찼다.

임금도 울고, 백성도 울고, 울음투성이다.

 

죽어야 산다, 살아도 죽는다-

이런 선택을 염두에 둘 수 있는 건 누구였을까?

결국 종이 한켠에 이름이라도 남길 수 있는 사람을 몫 아닌가.

 

적군에게 붙잡히든, 아군에게 붙잡히든 노역을 당하는 때, 무엇이 죽음이고 무엇이 삶인지를 물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울음 속에서도 삶은 계속하게 하는 이유가 있을텐데, 김훈은 그것을 쓰지 않는다.

지난 번에 읽은 남한산성에서도 그랬다.

삶은, 생존은, 본디 이유가 필요없는, 본능처럼 타고나는 것일 뿐일까.

그렇다치면 더더욱, 그 본능을 거스르는 것은 소수의 특권이다.

그래서 애닳프면서도 짜증이난다.

 

죽어야 사는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죽음은 김훈처럼 염세적인 죽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