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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

1. 학교비정규직 한 조합원이 해고의 위협에 놓였다. 문제는 그 해고가 부당해고가 아니라 그 동지의 과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정당한 해고 사유를 갖는 해고라는 것이다. 물론 그 해고 사유라는 것도 사실을 알면 좀 기가 막히기는 하다. 그 동지의 과실이라는 것은 판결만 보면 엄청나게 커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그 동지의 고의라거나, 내지는 그 동지의 사정 상 불가분하게 발생한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법의 집행은 노동자의 편이 아니다. 그리고 노동자의 사정에 대한 정상참작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너무도 부족했다. 그래서 실제 그 동지는 해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대책을 생각해 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이 조합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을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과 이야기 해도 답답하기만 했다. 아무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냉정한 결론만 나올 뿐이었다. 속이 터졌다. 노동운동가라는 내가 우리 조합원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갑자기 막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조합원에게 너무 미안해서. 이것밖에 안 되는 내가 싫어서. 막 눈물을 참았는데 계속 눈물이 나와서 당황했다. 아침부터 갑갑한 하루였다. 2. 전략조직화 이제 곧 사업계획안을 끝내야 한다. 그리고 지금 계획안을 세우면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노동운동 경험이라고는 고작해야 8개월 활동 경험 밖에 없는 내가 전략조직화 사업의 담당자로서 계획과 예산을 짜고 집행을 책임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물론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하기 싫은 것도 아니다. 활동가로서 어찌 보면 영광인 것이다. 그러나 미조직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상황은 다양하게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업계획 안에는 조직의 확대와 강화가 동시에 들어 있다. 모든 조직은 확대하면서도, 동시에 내용적으로 강화되어야만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적어도 노동조합에서 그러하지 않다면 그 노조는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조합원 숫자가 늘어나서 조합비 재정만 늘릴 뿐, 실제로 노동자 운동의 전망이란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노동자 운동이 바뀌어야 한다고 늘 이야기 해 왔다. 노동자 운동은 중소영세/여성/저임금/간접고용 등등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노동자 계급의 진정한 계급적 단결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것을 위해서 지역 중심의 노동자 운동을 건설하고, 모든 민중운동이 공동의 전선으로 모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조직화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따라서 또 한 번의 전진과 실패가 있을 것이다. 노동자 운동의 혁신이란 밖에서 비평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비평하지 않기 위해서 노동자 운동을 하겠다는 지금, 너무나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숨이 막힐 것만 같다.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도 없다. 흔들리지 않고 가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 근황 그래서 요즘 많이 외로운 것 같다. 나는 원래 그렇게 강한 인간은 아니다. 내가 봐도 나는 마음이 여리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긴 하지만 상처주는 것도 싫어한다. 그리고 과중하다고 느낄 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을 때는 버텨낸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와 무언가를 나누는 방식을 잘 모른다. 나는 개인적인 관계를 잘 맺는 방식을 잘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 새로운 관계가 필요할 때, 나는 정말로 공적인 명분이 없다면 그 사람과 만나겠다는 약속 하나 잡는 것도 힘들어 한다. 막상 그래서 일이 개입되지 않은 관계가 형성됐을 때, 그 관계에서 내 감정이나 내 고민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몰라서 항상 많은 실수를 저질러 왔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이 없다. 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사람이 없다. 내가 싫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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