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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1
    2010/01/11
    이스

2010/01/11

벌써 7개월째를 맞는 어느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투쟁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지 그 동지는 정말 힘들어 했었다.

 

그 동지는 정말 지긋지긋한 곳에서 외롭게 해고 당했고, 정말 지긋지긋한 곳을 돌아가기 위해 싸웠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모든 투쟁의 조직은 잘 되기 힘들었고.

 

투쟁 계획을 내는 것도 버거웠고, 그 동지는 아팠다. 된다는 희망도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좀 쉴 때라고 입 밖에 누군가 내기는 쉽지 않았고.

 

그러는 동안에 어느 샌가 그 동지는 스스로 그 투쟁을 그만두겠다고 말할 수 없이.

 

힘겨워 하면서 그렇게 꾸역꾸역 투쟁은 진행되어 왔다.

 

 

 

 

오늘 그 동지는 이제 더 이상 투쟁을 진행하기 보다는 쉬고 싶다고 말했고.

 

그 자리에 있던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밥을 같이 먹는데 밥이 밥 같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밥을 잘 안 먹은 것도 아니다.

 

그 집 음식이 그렇게까지 맛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진짜,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밥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약속이 없어서 둘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그 동지는 술을 마실 몸 상태는 아니었고 나도 술은 그닥 먹고 싶지 않았다.

 

난 실컷 잡담을 하면서 억지로 웃었고, 딴에는 대단히 재밌는 얘기를 하면서 웃기려고 했다.

 

 

 

그 동지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항상 옆에서 함께 했던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게 미안했다고.

 

나이가 훨씬 많은 자신이, 나를 배려하지 못한 게 미안했다고.

 

 

 

난 그냥 듣고 있다가 또다시 농으로 풀었다.

 

그 동지는 말하면서 울었지만 내가 농이라도 하면서 풀지 않으면.

 

내가 울 것 같았다.

 

몸 관리 잘 하라고, 푹 쉬라고 말했지만.

 

물론 오늘이 끝이 아니겠지만.

 

그 동지나 나나 마음으로는 이제는 끝을 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했으면서도.

 

아무도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 흘러나온 지금.

 

이젠 더 이상 그 동지를 잡을 수 없었다. 아니, 잡는다는 게 잘못되었다고도 생각한 것이다.

 

 

 

사람이 하는 운동이고 사람이 하는 투쟁인데,

 

물론 그녀가 힘겨운 건 정권과 자본의, 참으로 개같은 놈들 때문의 개같은 폭력때문이 원인이지만.

 

희망을 갖지 못한 채 7개월간 자신의 투쟁의 의미만으로 그렇게 싸워온 동지의 어깨에는

 

물론 그 동지의 모든 투쟁에 함께 했고 조직하고 기획하고 집행했던 나보다도.

 

더 큰 책임감이 돌덩이처럼 얹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정말 힘들었고, 그 마음을 내가 어찌 다 알겠는가.

 

 

 

물론 그 동지가 인간적으로 훌륭하다거나, 모범적인 활동가였던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까지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조용히 살았던 사람이 노동운동이라는 새로운 길을 봤을 때.

 

이제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겠구나.

 

내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멸시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의 꿈을 꿀 수 있구나.

 

내 투쟁이 정말 이렇게 의미있는 일이었구나 라고.

 

그렇게 느꼈던 마음이 있기에 그녀는 계속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집에 데려다 주고 홀로 걸어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내가 무엇을 했나 싶은 생각과 함께 그 사람의 힘겨움을 뭘 이해했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속이 답답하고 뭔가 할 말이 많은 것 같았지만 머리 속에 무슨 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가슴이 답답해서 끊임없이 담배만 피워대며 길을 걸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다시 그 동지를 만나서도 웃을 것이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힘겨워 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만날 때 나는 웃을 것이다.

 

 

 

 

 

 

 

정말 힘든 몸과 마음, 그리고 상처를 껴안고.

 

이제껏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동지가 있어서 많이 배웠고 우리의 투쟁이 그래도 아름다웠습니다.

 

후회는 없는데 아쉬움은 계속 남는다고 말했었지요.

 

그토록 서러움과 아쉬움 속에서 싸워왔던 날들이었습니다.

 

더 많이 힘이 되어주고, 희망을 줄 수 있는 활동가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정말 많이 미안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동지.

 

그 말을 해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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