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추천받은지도 2년쯤 되었다. 추천해주었던 사람과 이 책은 따로 생각할 수가 없다..

스밀라라는 무척 매력적인 여자가 있다고 눈을 반짝이며 말하던 R.. 지금은 연락하고 있지 않지만

어쩐지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하면 무척 반가워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둘은 조금 닮기도 했다..ㅎ

 

추리소설이라는 것은 읽다가 알게 됐다.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는거지?? 궁금해서 결국 밤을 또 꼴딱...;;

1박2일동안 읽었다. 꽤 두꺼워서.. 머리는 약간 힘들어하는데 재미때문에-ㅁ-;;

내가 책을 잡고 있다기보다는 책이 나를 잡고 안놔주는 느낌이었다. 하긴 요즘 계속 그런 느낌으로 뭔가를 읽고 있긴하다..

 

스밀라... 스스로를 가짜 그린란드인이라고 부르는 이분은 덴마크에 살고 있는 그린란드 핏줄이다.

사냥꾼이었던 그린란드인 엄마, 탐사하러 왔다가 엄마한테 반해버렸던 덴마크인 의사 아빠와 각각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다. 엄마가 죽고 그린란드에서 덴마크로 원하지 않는 이주를 해야했던 것이다.

그리고 30대 중반인 지금은 혼자 살아가고 있다. 저소득층이 모여사는 아파트 - 하얀감옥에서..

 

하얀감옥에 살고 있던 소년 이사야는 스밀라의 유일한 친구였다.. 알콜중독 엄마와 함께 살면서 아무도 제대로 돌봐주지 않지만, 딱히 무언가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 소년..

둘은 함께 유클리드의 기하원론을 읽으며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어느날 옥상 위에서 떨어진 소년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의 장례식에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소년에게 고소공포증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의 발자국이 남겨진 눈의 흔적이 무언가 수상한 점이 있다는 것으로 스밀라는 소년의 죽음이 추락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스밀라는 눈을 '읽을 수' 있다.. )

오직 진실...  그녀의 직감은 여러가지 단서들을 찾게 해주었고 진실에 대한 그녀의 집념과 행동은 갈 수록 강해진다.

 

원수같은 아버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것, 미행당하거나 얻어 맞는 것은 물론 심지어 불에 타 죽을뻔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정말 뜨거운 사람이다!

아무리 싸늘하게 사람들과 거리를 두어도 기본적으로 자신이 뜨겁다는 사실을 자신도 알고 있다.

 

스밀라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 차분히 바라보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때때로 조종?하는 모습은 참으로 신기하다.. 때때로 물리적인 폭력을 무덤덤하게 수행하는 것도..ㅎㅎ

그런 면들이 참 매력적이다. 어떤 지점에서 R이 미소지으며 스밀라의 표정을 상상했을지, 나도 상상할 수 있다.

 

사랑에 빠질 때도, 배신의 순간에도 스밀라는 그런 자신을 인정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자신의 약함을 잘 알고있다. 진실을 파헤치는 험난한 여정의 중간에 잠시 '죽고 싶지 않고, 편하게 있고 싶다'는 욕구를 스스로 인정하며 땡땡이?를 치는 장면이 있다. 프흐흐... 멋져요 -_- b

 

북유럽, 북극이라는 낯선 동네의 모습이 어렴풋하게나마 그려지면서 무척 호기심이 생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타고난 것일까, 북극의 눈 속에서 살아가면서 생겨난 것일까..

왜 어떤 이는 사냥꾼의 기질을 타고 나고 어떤 이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어떻게 하면 눈에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ㅎㅎ

 

 

여정의 끝에 결국 소년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결국 모두가 소년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것은 분명히 드러난다.

돈을 받고 소년을 실험 대상이 되도록 내버려둔 엄마, (심지어 소년과 친구였음에도!) 감시하는 임무를 거부하지 않은 수리공, 소년을 공포로 몰아넣어 지붕까지 올라가게 만든 퇴어크..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을 만들어낸 것은 운석과 관련된 계획, 식민지의 단물을 빨아먹는 빙정석 주식회사,

허영과 야망으로 가득찬 과학자들, 의사들.. 결국은 돈이다.

 

스밀라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퇴어크의 마지막과 함께 끝나는 이야기는 분노로 끝나지는 않는다.

그들의 결말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스밀라는 그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퇴어크의 마지막은 어떤 얼음을 잘못 딛고 미끄러져 바다로 추락하는 것일 거다.. 내눈엔 그렇게 보인다..ㅋㅋ... 그래 잘 될리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드는거다...

글쎄, 마지막 부분은 알쏭달쏭하다..

 

'우리에게 말해줘'라고 사람들은 내게 와서 말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문제를 이해하고 끝맺을 수 있잖아'라고. 사람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끝맺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뿐이다. 결코 결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한번쯤 다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페터 회...작가가 잘생겼다 ㅋㅋ

검색해보니 90년대에 나왔다가 리메이크 출판된 책이라는데.. 스밀라 서포터즈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호오...  

재미있는 부분이지만 당췌 이해하기는 힘든 본문의 부분이다. (검색해보니 이것이 가장 많이 발췌되어씀;;) 과연 나는 유클리드의 기하원론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것인가..ㅋㅋㅋ

 

 

 

 

"수학의기초는 숫자들이죠. 누가 나한테 나를 진짜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숫자들이라고 말을 할 거예요. 눈과 얼음과 숫자들. 그 이유를 알아요?" 

 

"숫자 체계는 인간의 삶과 같기 때문이죠. 우선 자연수들이 있어요. 양의 정수들이죠. 어린아이의 숫자예요. 하지만 인간의 의식은 확대되죠. 아이는 갈망을 발견하죠.

갈망의 수학적 표현이 무엇인지 알아요?" 

 

"음수예요. 뭔가 잃고 있다는 느낌을 형상화 해놓은 거죠.

인간의 의식은 더 확대되고 성장해요. 아이는 중간의 공간들을 발견하죠. 돌 사이, 돌 위의 이끼들 사이, 사람들 사이, 그리고 숫자들 사이. 그게 무엇으로 가는지 알아요?

분수로 가요. 정수에 분수를 더하면 유리수가 되죠.

그러나 인간의 의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아요. 이성을 넘어서고 싶어해요.

근을 푸는 것과 같은 터무니없는 연산을 보태죠. 그래서 무리수가 나와요."

 

"그것은 광기의 한 형태예요. 무리수는 무한이니까요. 그것은 다 적을 수가 없어요.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 한계를 넘어서도록 강요하죠. 그리고 유리수에 무리수를 더함으로써 실수를 얻게 되죠." 

 

"거기서 멈추지 않아요. 절대 멈추지 않아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실수를 확대시켜 허수, 즉 음수의 제곱근까지도 말하게 되니까요.

그것은 우리가 그려볼 수 없는 숫자들이에요. 보통 인간 의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숫자들이죠. 그리고 실수에다가 그 허수를 더했을 때, 우리는 복잡한 숫자의 체계를 완성하게 되죠. 

얼음의 결정 형성을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첫 숫자체계예요.

그것은 마치 탁 트인, 광대한 풍경과 같죠. 지평선. 그곳을 향해 달려가도,

지평선은 뒤로 물러날 뿐이에요. 그것이 그린란드예요.

나는 그린란드 없이는 살 수 없어요! 그래서 갇히고 싶지 않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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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6 21:02 2010/03/2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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