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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3

from 일기 2010/03/13 21:59

어젯밤 엄마랑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다가 아무래도 만나뵈어야 할 것 같아서

오늘은 엄마를 따라 나섰다.

최근에 뵈었을 때도 그랬지만, 평소에 비해 거의 잘 웃지를 않으신다.

웃을 기력도 없으신건지 몸이 안좋으니 기분도 안좋으신건지, 아마도 둘 다..

딱히 '건강하시라'는 말을 하기가 참 그래서...그냥 애교를 좀 부리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ㅅㅎ씨같은 손자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ㅋㅋ

나야말로 할아버지가 진짜 할아버지면 좋겠다고... 그리고 별로 남의 할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더니 조금 기분 좋아하시는 듯..

물론 할아버지가 진짜 할아버지면 지금과는 달랐을거라고 생각하긴 한다..

아마도 친구가 되기 훨씬 어려웠겠지 ;

아무튼 92세라는 나이는 경이로울 정도이다..

건강하실 땐 전혀 실감나지 않더니 요즘엔 실감이 많이 난다.

 

할아버지와 외곽으로 차를 타고 나갔을 땐 기분 잡치는 일이 있었다.

따뜻한 날씨에 탈탈거리는 갤로퍼를 타고 한껏 기분이 괜찮았는데

어느 마을에 들어서더니 갑자기 엄마가 갑자기 "저기에 아빠있다"라고 하는거다.

뭐니-_- ; 저기에 아빠있다라니...헐...

반사적으로 돌아봤을 때 멀리 보이는 실루엣이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는 것 같은데다가

눈까지 마주친 것 같은 기분... 물론 눈까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참 더럽..;;;

이런 식으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뭔가 이건-_- 계획적인 거였나 싶어서

"여긴 왜 온거야"라고 살짝 짜증을 냈는데 (할아버지 있어서 마이 참았다 -____- )

계획적이었던 건 아닌 것 같고... 그저 상황이 짜증날 뿐...

화가 사그러들었을 때 생각해 보니, 좁은 동네에서 이렇게 맞부딪힐 일이 (비교적) 많을 엄마로서는

아빠랑 왜 잘 지내고 싶어하는지 어쩐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는 거다 보니 말이다..허어어어얼...

그래도 나는 피할거야..ㅋㅋㅋ

 

할아버지랑 헤어지고 도서관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엔 초등학교 동창을 마주쳤다.

집에 오는 길에 있는 미용실에서 열심히 문을 닦고 있던 ㄱㅎㅈ.

아..그럭저럭 괜찮았던 동창들 이름도 기억이 안나는데 웬수같은 동창 이름은 너무 선명하게 기억난다ㅋㅋ

날 봤을까? 거기서 일하는 지는 지난 번에 슬쩍봐서 짐작은 했지만 설마 거기서 그렇게 문 닦고 있을 줄 알았니...-_- ;

지금은 어떤 성격에 어떤 라이프를 살고 있는지 전혀 모르지만 앙심은 가시지 않는다.

그. 때. 나를 괴롭혔던 너....절대 용서 하지 않겠다~! 후훗..

 

아..... 뭔가 초딩같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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