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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줌의 별빛 2010/03/26

한줌의 별빛

from 읽기 2010/03/26 20:17

W산으로 놀러가기 전 도서관에 들러서 책 반납하고

물엎지른 <가랑비 속의 외침>은 괜찮다고 하셔서 변상 안하고;

앗싸, 대자연의 품에서 띵까띵까 소설을 마음껏 봐야지.. 하고 빌린 두 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한줌의 별빛>

 

W산에서는 노느라 정신이 없었으므로, 책에는 손도 대지 않고;

생각보다 일찍 돌아온 집에서 여행의 나른함을 좀더 즐기고 싶은 마음에

잘까....하다가 <한줌의 별빛>을 읽었다. 그리고 잤다..ㅎㅎ

 

<1001개의 거짓말>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오오..라픽 샤미의 책이 또 있군하- 하면서 집어든건데

빌려주면서 사서 아줌마가 "이 책 정말 오래된건데" 하고 옆에 앉은 신참을 보고 씩 웃더라니...

뭘까 -_- ; 90년대에 나온건데..

아마도 그 때의 기억이 아련하신거겠지?

 

아무튼 ..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 사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고(!) 써내려간 일기들이 책의 내용이다..

음..뭐 물론 작가가 쓴거긴 하지만.... 어쩐지 정말 10대 소년이 쓴 일기를 보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그렇네;

 

주인공은 책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버지의 빵집 일을 도와야 한다.. 빡세게; 어떨 땐 학교도 못가고; 그것때문에 정말 힘들어한다.. 가출도 하려고 한다.. 

가출이라고 해서 욱-하는 기분에 "나 집나갈거야!"하는 건 아니고 숙고 끝에 자신의 새로운 삶을 살려고 계획하는 것이다.

이미 경제적으로나 의식적으로나 이 아이는 독립적인 상태.. (뭘먹으면 그렇게 되니;ㅁ;)

 

주인공이 가장 따르는 살림 할아버지는 현자다. 움...장난끼도 많고 괴짜인 구석도 아주 많~은 현자..ㅋㅋ

아무튼 주인공이 힘들어할 때마다 이야기 상대도 되어주고 적극적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아이가 집을 나가려고 할 때 6개월만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제안하는데...

그건 꼭 충고-라기 보다는 친구를 잃고 싶지 않은 절박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몇년에 한번씩, 혹은 몇개월에 한번씩 쿠데타가 일어나고 새정부가 들어서 현정부를 비판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새로운 법을 만들고 명령을 내리고 사람들을 잡아가두고 하는 사이에

주인공의 주변 사람들도 한 명씩 잡혀가거나 사라지거나 한다.

주인공은 기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천천히 준비해나간다..

 

길가에 사는 미친 사람.. 참새와 이야기를 나누고 수많은 나라, 시대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

배가 고프면 누군가의 집 앞에서 먹을 것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먹을 것을 준다. 마을 사람들은 이 사람을 경계하지도 멸시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성인일 거라고까지 말한다..

주인공에게 여러가지 언어로 글을 한 장 써주고, 주인공은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다마스커스에 사는 이 민족 저 민족 이 사람 저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번역?을 한다..

그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수수께끼의 목적은 그 사람들을 친구로 만날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고 깨닫는다.

그러나 스파이로 몰려 감옥에 갔다온 미친 사람이 완전히 현명함을 잃고 (주인공의 표현에 따르면) 고깃덩어리가 되었을 때... 주인공은 분노하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뭔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느낀다..

(감옥에 참새가 찾아왔을 때...너무 슬펐다..ㅠㅠ)

 

주인공은 빵가게의 고된 노동을 정말 싫어하지만,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자기에 맞게 변형한다 - 배달일을 하는 것으로..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진 못하지만 헌책방에 취직하는 것으로 자기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서기도 한다... 참 이쁘다. 이건 뭐 역경을 딛고 선...이런 느낌은 아니고, 뭐랄까..

차근차근 잘 해나가는구나 싶어서..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잘 자라는구나!! (뭘먹으면 그렇게 되는거니;;;)

 

빵 배달일을 하면서 알게된 하비브... 한 때 사회 변혁을 위해 지하조직에서도 일했지만 자신이 지지하던 세력이 권력을 얻고 관보의 편집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도 똑같은 '새정부'가 되었고 하비브는 괴로워한다.

그저 괴로워만 하던 하비브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주인공이다.

"기자가 되고싶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 초롱초롱한 주인공의 눈망울 앞에서 하비브는 자기가 부끄럽고 막...찔린 것이다..;;

이차저차 주인공과 하비브, 주인공의 학교 친구인 마무드는 함께 정부를 비판하는 신문을 만들게 된다.

장터에서 파는 싸구려 양말 속에 작은 신문을 만들어 넣고 순식간에 팔아 없앤 후 사라지는 것..

그래서 신문 이름은 '양말 신문'이다..아 귀여워 -ㅁ-

하비브는 잡혀가지만 비슷한 형태의 양말 신문들이 생겨나고, 이제는 주인공과 마무드가 계속 그 일을 해나갈 차례이다.

 

주인공의 폭 넓은 친구 사귀기... 나이나 하는 일 같은 건 문제되지 않는다. 솔직하게 대하고 함께 고민하고 애정을 주는 것..

뭐더라, 하비브에 대해 뭔가 불편하다고 느끼던 주인공이 그를 편하게 대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는데..

하여간 각자 자기 이야기를 길게 주고 받으면서였던 것 같다. 흐흐... 그 후 자연스럽게 맞담배를..ㅋㅋ

 

주인공의 연애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순정파!! 주인공에게 여자친구인 나디아는 거의 여신이다..ㅎ

시를 써 주고, 꿈에서도 그리며, 만나면 온갖 사랑의 말을 속삭인다능;;; (음 약간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하지만;;;)

나디아의 아버지는 정부의 끄나풀이다.. 정부가 몇번이고 바뀌어도 계속..;;

그래서 둘은 늘 아슬아슬하게 만난다. 만나면 음음 하트가 피어오른다.. 오오; 이미 사생활도 독립적; (압수르디스탄의 어린 커플이 생각난다. 별자리에 맞춘 날 음음을 위해 열심히 물길을 파던;;;ㅋㅋ)

책 말미 쯤에 주인공이 나디아에게 써준 이야기는 꽃이 바위를 기어오르고, 중간에 바람이 말리고 유혹하고 괴롭히지만 끝까지 바위를 넘어가겠다고 마음먹는 이야기이다..

그저 주인공의 여자친구, 혹은 비밀경찰 아버지의 딸-로만 보였던 나디아가 그 이야기에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약간 충격이었다.. 그 꽃이 꼭 자기 같다면서....

그래..쟤도 참 여러가지로 힘들겠구나 -_- ;

 

 

책은 이미 반납해서 내용은 인터넷에서 검색된 부분 뿐이지만...

정말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다..

 

 

 

-

 

 

  내게 차를 따라주려고 했지만 살림 할아버지는 손이 떨려서 잔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잔이 바닥에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내가 애써 위로하려고 했지만 살림 할아버지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웃어넘겼다.

"넌 지금 자연의 지혜를 본 거야. 그러니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라." 할아버지는 차를 마시면서 그 지혜를 설명해주었다.

"자연은, 얘야, 자연은 말을 하지 않아. 하지만 말하고 싶은 것을 보여줄 뿐이지. 자연은 내게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지. 사물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그것을 갖고 갈 수도 없고, 꼭 붙잡으면 붙잡을수록 점점 더 빠르게 네 손에서 벗어날 거라고. 늙은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인생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해주기 위해 늙은이의 손을 약하게 하면서 자연이 하는 말이야."

 

 

- (자존심 강한 살림 할아버지에게 맛있는 음식 권하기..ㅋㅋ)

 

'우리 남편보다 아저씨께서 음식에 대해 아시는 것이 훨씬 많을 거예요. 글쎄 남편은 이것이 맛이 없다고 하는 거예요. 한번 드셔보시고, 솔직한 의견을 말씀해주세요'


'커피를 마시다가 혀를 뎄거든요. 이 음식 좀 드셔보시고 혹시 뭐 부족한 것은 없는지 한번 봐주세요'

'15년 만에 처음으로 이 어려운 요리를 제대로 만들어 보았어요. 그런데 '가족 이외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 접시 나누어주야지, 그렇지 않으면 홍역을 다시 앓게 될 거야'라고 이것이 저한테 말하는 것만 같아요. 아저씨, 제가 가족말고 아저씨 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그리고 홍역도 다시 앓고 싶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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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프는 진주가 조개 속에서 은밀하게 여물기 위해서는 맑은 물과 햇빛과 넓은 바다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 넌 다마스커스의 클로아켄에 있는 조개가 진주를 토해내는 것을 본 적 있니?" 라고 그 애가 그늘진 얼굴로 내게 물었다. 무심결에 한 그의 말이 나의 아픈 상처를 건드렸다. 빵가게가 날 기진맥진하게 만들고 있다. 난 커서 무엇이 될까?


 

앞으로 친구를 사귀기 전에 먼저 잘 따져보고 친구로 삼겠다는 말을 하자 살림 할아버지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설령 삼백 번 코방아를 찧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지. 그리고 의심을 품지 말고!"

할아버지는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이며 이렇게 말했다.

 "얘야, 우정은 약한 자들이 만들어놓은 거란다. 강한 사람들은 우정을 필요로 하지 않아. 그들에게는 힘이 있거든. 이것저것 따져보는 것은 인생의 중대한 실수가 될 테니까 그런 짓은 하지 말고 친구를 사귀거라. 그렇지 않으면 외롭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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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6 20:17 2010/03/26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