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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9

from 일기 2010/03/29 04:57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돌아오는 내내..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지난번에 보았을 때보다 훨씬 표정이 밝았다.

기분은 좀 어떻냐는 가벼운 질문에 '담담하다'고 말하셨다..

91살이나 먹은 사람도 흔치 않다고..

그러나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나도 알고 할아버지도 안다.

'ㅅㅎ씨나 ㅅㅎ씨 엄마나.. 이 세상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올해에는 좋은 일들이 많을 것인데.....'

말 끝을 흐리시는 저 어딘가에 말해주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건 말해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꾸 집에 가라고 하시길래 오늘은 여기서 잘거라고 했더니

내일이 수술이라 좀 편하게 쉬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있으면 그게 안될 것 같다고 하신다.

병원에 있으면 그렇다. 존경하는 누군가를 보고 있기 힘든 곳이다.

아니 자기를 존경하는 누군가에게 자기를 보여주기 힘든 곳이다.

내가 뭐 손자도 아니고...결국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할아버지 입장이어도 그렇게 했을거다. 

 

혈연.....

집에는 할머니가 있다.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딸과 손녀를 기다리다 저녁밥을 안먹었다는..

할머니는 혈연관계가 아니었다면 친해지기 힘들었을 사람이고

할아버지는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친밀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둘 다 나에게는 중요한 사람들이다.

 

내일은 원하지 않는,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하는 날이다.

혈연관계로 이런 일을 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안하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엄마는 혈연 그 이상으로 느껴진다. 엄마의 부탁은 거절할 수가 없다.

 

가끔은 엄마도 나에게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다. 그냥 말을 잘 해줄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장황하게 무언가를 말해주지만 가끔 그것들이 거짓말처럼 느껴지기조차 한다. 

어쩌면 스스로에게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일 수도 있다.

나도 나에게 제대로 말해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럴 때가 많이 있었던 것 같다. 

가끔 내뱉는 어떤 말들은 무엇보다 진실되게 느껴지지만.. 글쎄 과연 그런 것이었을까

순간의 느낌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 별로 주의깊게 보려고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게으르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 코피가 났다. 많이 나진 않았지만..

살짝, 슥, 도망가있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수 없다.

그렇지만 내가 무엇을 해야 그들을 도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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