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from monologue 2008/07/03 15:58

그이는 대립이 극명한 전투가 있을 때

가장 먼저 앞질러가서 싸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촛불집회에 가곤 하는 우리.

경찰이 잡았다 놓아주고 잡았다 놓아주고

착한 경찰인 건지, 못된 시위대인 건지

위태로운 줄타기를 계속하다

여성인 나는 보내주고,

호리호리한 몸에다가 크지 않은 키의

가장 때리기 좋은 우리 남편은

결국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다.

뚫지 않으면 갈 수 없다고.

 

답답했었다. 한 때는 그이의 모든 면들이

용기 없고 마냥 수줍어하며

밸밸거리고 싸우기보다는 침묵하는 편이 많았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언제고 사랑만으로 돌봐줄 수 있는 때는 지났다.

그이의 정신과 가슴과 행동들을, 깨워주고 신뢰해줘야 한다. 

더 많은 채찍과 비판도 필요할테고.

 

하지만 여전히 말이 없다는 게 문제.

지금, 누구보다 힘들어하면서도 힘들다는 말 한 마디 드러내지 않는 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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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3 15:58 2008/07/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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