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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6일자로 김용호(한국사이버테러정보전학회) 이사가 ZDNet에 기고한 글을 잘 보았다. 전반적으로 인터넷 감청에 대한 항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진정성으로 작성된 글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 운용과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잘못된 서술이 부분적으로 있어 감청 문제에 대응해온 민간단체로서 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http://www.zdnet.co.kr/column/column_view.asp?artice_id=20110516122515&type=xml
첫째, 암호화된 정보들이 해킹이나 감청으로 타인 또는 수사기관에 노출될 일은 많지 않다는 지적은 부분적으로만 옳다. 일반적인 해커라면 기술적으로 암호화된 정보를 노리는 경우가 많지는 않겠다. 그러나 수사기관, 특히 국가정보원과 같은 정보수사기관은 법원의 허가서를 가지고 KT, SK브로드밴드와 같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에 직접 찾아온다. 2009년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인터넷 회선감청장비 31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장비들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 장비에 직접 맞물리는 용도이며, 그 구체적인 사양에 대한 사항은 비밀에 싸여 있다. 따라서 그것이 암호를 해독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
둘째, 법원이 아무나 감청하라고 '감청허가서'를 발급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회 통계에 따르면 법원의 감청영장 허가청구에 대한 기각률은 3%도 되지 않는다. 허가서가 백장이면 두장 남짓만 기각되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는 말이다. 이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 전문가들은 법원의 통제 기능이 식물화되었다는 지적을 계속해 왔다.
정보수사기관이 패킷감청을 이용하면 대상자가 인터넷을 통해 접속한 사이트 주소와 접속시간, 대상자가 입력하는 검색어, 전송하거나 수신한 게시물이나 파일의 내용을 모두 볼 수 있다. 이메일과 메신저의 발송 및 수신내역과 그 내용 등과 같은 통신내용도 모두 볼 수 있다. 피의자가 만약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면 허가서에 없는 전화통화까지 들어볼 수 있고, 나아가 피의자가 패킷화된 데이터를 사용한 IPTV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보고 있는 TV프로그램을 동시에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암호화 여부에 관계없이 정보수사기관이 이를 지득할 확률도 매우 높다. 국가정보원은 스스로 국내 암호 인증에 관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9일 인권단체들이 국가정보원의 '패킷 감청'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핵심적인 이유는 한 가지이다. 패킷감청에 대한 법원의 허가는 사실상 ‘포괄적 백지 허가서’를 발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 헌법에서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고 있는 취지는 물론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감청 대상과 내용을 특정하도록 한 조항들과 전면으로 배치된다. 게다가 국내 감청의 90%를 차지하는 국가정보원의 감청은 법원도, 국회도 그 구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하는 비밀영역에 싸여 있다. 최소 2000년대 초반부터 실시되었다고 전해지는 국가정보원의 패킷감청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도 2009년이 되어서였다. 이러한 제도 운용 속에서라면, 인터넷 패킷 감청은 그 자체로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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