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주민등록번호[제도]

유출된 개인정보들에 덤으로 딸려나가는 것은 생년월일, 성별, 출생지역 등 주민등록번호를 구성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개인정보들이다. 바보같이 왜 번호만 봐도 이런 개인정보를 알 수 있도록 만들었을까? 세계에는 몇 개의 개인식별번호와 상당히 많은 사회보장번호가 존재하고 있지만,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처럼 번호 자체에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는 방식의 번호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유출되지 않아도, 제출하는 것만으로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는가!
 
또한, 왜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만 변경불가능한가? 미국도, 일본도 민원을 통해 언제든지 사회보장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81만개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었다고? 그렇다면 그 번호는 더 이상 무의미한 번호가 아닐까? 옥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첫 걸음은 당연히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의 유출, 1차적 유출이 무서운 것은, 그 번호가 다른 모든 개인정보를 호출해낼 수 있는 매직넘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존재하고 있는 개인정보 DB의 식별자는 모두 주민등록번호가 사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용정보도, 의료기록도, 인터넷실명제 아래 글을 쓴 기록도, 모두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저장되어 있으니,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개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재구성[묘사]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작지 않다. 어디 살고, 가족은 몇이고,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성향의 글을 쓰고, 어떤 비디오들을 즐겨보는지 등등등. 국가는 국민을 감시하기 위해서, 자본은 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서, 애타게 알고 싶은 정보들이겠지. "타인의 삶"은 영화 속 딴 나라의 옛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주민등록번호나 지문같은 고유한 식별자는 애초부터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그런 번호의 민간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주요국의 개인식별번호 현황

 

국가 개인식별번호 형태
미국 사회보장번호 번호 자체만으로 개인정보를 노출시키지 않는 조합
일본 주민표코드 생성원칙 없이 무작위로 추출된 10개의 숫자와 1개의 오류 검정 숫자
프랑스 중앙주민등록시스템에 개인식별번호 포함 신원확인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음
스웨덴 우리나라와 유사한 개인식별번호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개인식별번호 사용을 엄격히 제한

[출처=KISA]

 


그런데, 주민등록번호의 민간사용을 전면금지해도 모자를 판에, 한국 정부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니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니 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서, 오히려 민간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강제하고 있다. 수집안하면 과태료 부과! -_- 정부의 명백한 삽질에 힘입어, 2007년 7월 기준으로 주요 223개 사이트중 91.5%인 205개 사이트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SA의 조사결과다. 두번째 걸음, 민간사용 좀 금지하자. 정보는 쌓이는 곳에서 새기 마련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주민등록번호, 제도 그 자체이다. 한국과 같이 전 국민에게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8국가에 불과하다. 무슨 G8인가? 하여튼, 안 좋은 데는 꼭 낀다. 그리고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것도 모자라 전 국민의 지문을 등록해두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세상에, 사회보장이 필요한 사람은 사회보장번호를 부여받고, 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의료보헙번호를 부여받고, 운전면허 따는 사람은 운전면허번호를 부여받으면 된다. 혹시 2MB 정부가 잘 이해 못할까봐, 요약하자면 이런 목적별 사회보장 시스템이 글로발 스탠다드이다. 그런데 한국은 모든 것을 주민등록번호로 관리하고 있으니, 니들만 편하면 되고, 우리 개인정보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인가.

1968년 박정희가 시작했다는 주민등록제도, 그리고 지문날인제도.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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