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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이 찬물보다 빨리 언다? [제 773 호/2008-06-18]

뜨거운 물이 빨리 얼까, 차가운 물이 빨리 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차가운 물이 빨리 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답은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얼 수도 있다’이다.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먼저 언다는 것은 사실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50도의 물과 30도의 물을 얼릴 때, 50도의 물이 얼려면 온도가 30도까지 떨어져야 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상식처럼 보인다. 이 상식을 깨는 위대한 발견은 고정관념을 벗어난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비롯되었다.

1969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고등학생 음펨바(Erasto Mpemba)는 학교에서 끓는 우유와 설탕을 섞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실습을 하고 있었다. 원래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는 혼합 용액을 충분히 식힌 다음에 냉동실에 넣어 얼려야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실습실의 냉동고에는 자리가 충분하지 않았고, 음펨바는 냉동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채 식지 않은 혼합용액을 그대로 냉동실에 집어넣었다. 얼마 후 냉동실 문을 연 음펨바는 희한한 현상을 발견했다. 다른 학생의 아이스크림보다 자신의 아이스크림이 먼저 얼어 있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선생님에게 이 현상을 질문했지만, 선생님은 음펨바가 착각한 게 분명하다고 대답했다.

의문이 생긴 음펨바는 같은 실험을 몇 차례에 걸쳐서 반복하였다. 결과는 항상 같았다. 뜨거운 물이 더 빨리 얼었다. 물론 선생님과 친구들은 믿어주지 않았다. “그건 음펨바의 물리학이야.” “음펨바의 세계에서나 그렇겠지.” 라는 놀림을 받았다. 이때 인근 대학의 물리학자인 오스본(Denis G. Osborne) 교수가 음펨바의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음펨바는 자신의 관찰에 대해 오스본 교수에게 질문했다. 오스본 교수는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지만, 실험실에 돌아가서 꼭 실험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음펨바의 주장대로 실험해 본 오스본 교수의 연구팀은 결국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떠 빨리 언다는 음펨바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실험 결과는 1969년 ‘Physics Education’저널에 게재되었다(vol 4, p.172-175).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언다는 사실은 이미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록으로 남겼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는 갈릴레오 시대까지 대단했고, 17세기 초에는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언다는 사실은 상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직관과 배치되기 때문에 수백 년 동안 잊혔다가 음펨바에 의해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런데 음펨바 효과는 왜 일어날까? 여러 가지 가설들은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뜨거운 물 분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증발이 더 잘 일어나기 때문에, 뜨거운 물의 질량이 상대적으로 작아져서 더 빨리 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용기를 밀폐해서 증발효과를 제거해도 음펨바 효과는 관찰된다. 또 뜨거운 물에는 녹아있는 기체의 양이 적어서 빨리 언다거나, 뜨거운 물이 용기 주변의 환경을 변화시켜서 냉각 과정을 바꾼다는 주장도 있다.

대류현상도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뜨거운 물은 차가운 물보다 초기에 외부로 잃는 열의 양이 많아서 대류현상이 뜨거운 물에서 더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외부로 열을 더 빨리 잃게 된다. 하지만 대류현상은 용기의 모양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 가설은 보편화되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과냉각 이론이 거론되고 있다. 물이 얼음으로 되려면 응결핵이 필요한데 응결핵이 없으면 물은 0도에서도 얼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을 과냉각이라 한다. 뜨거운 물이 약 영하 2도에서 얼은 반면에 차가운 물은 영하 8도에서 얼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그 원인이 확실치 않아서 음펨바 효과를 뒷받침해주기에는 부족하다.

이 모든 가설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음펨바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하기도 한다. 온도, 증발, 대류, 용존 기체, 전도와 같은 현상이 동시에 작용하여 뜨거운 물이 식을 때 물이 증발하고, 이 증발로 인해 많은 열을 잃고 또 물의 양이 줄어서 빨리 얼게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음펨바 효과의 결정적인 원인을 알려주는 이론은 없다. 언제 누가 그 원인을 밝힐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이론을 주장하는 아이의 말을 경청해 주는 어른과 또 어른들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아도 반복해서 실험해 보는 아이가 있는 곳에서 그 답이 나올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글 : 이정모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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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SPY 위에 나는 USB [제 772 호/2008-06-16]

요즘 손쉽게 데이터를 복사, 이동, 보관할 수 있는 USB 메모리 저장 장치에 대한 시선들이 곱지만은 않다. 지금 2년간 기업의 핵심정보 유출사고 중 52%가 USB같은 이동식 저장장치를 통해 빠져나가는 등 우리나라의 산업 기밀 정보 유출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언론에 소개된 보안 USB는 분실시 데이터 해킹을 원천 차단하는 기능이 있어 많은 기업에서 앞다퉈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요한 자료를 취급하는 정부 기관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 더욱 화제다.

마치 스파이 영화에서나 나올듯한 스파이 USB란 명칭은 철저한 보안 기능 위주의 USB 방식 저장 장치라고 설명할 수 있다. USB는 Universal Serial Bus의 약어로 한글로는 범용 직렬 버스라고 한다. 1994년도에 발표되어 PC 주변기기에 사용되는 표준 통신 방식중의 하나인 USB는 휴대가 간편한 저장 장치로 급속히 대중화되었다.

USB는 기본적으로 호스트와 디바이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호스트는 일반적으로 PC를 말하며, 디바이스는 스파이 USB와 같이 PC에 연결되는 여러 종류의 주변 장치들을 말한다.

스파이 USB의 내부는 암호화 칩과 마이크로프로세서, 그리고 SLC NAND 플래시 메모리로 구성되어 있다. SLC NAND 플래시 메모리는 메모리 셀의 구조가 싱글인 반도체의 한 종류이며, 플래시 메모리 내부 데이터를 읽고 쓰는 것을 수십만 회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반도체를 말한다.

스파이 USB와 연결되는 PC는 특별하지 않으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USB 호스트 기능을 가진 PC를 말한다. 스파이 USB에 암호화 칩이 있다고 해서 특수한 제3의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스파이 USB가 PC와 주고받는 데이터는 일반 USB에서 사용하는 프로토콜과 동일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USB 메모리는 암호화 칩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마이크로프로세서와 NAND 플래시 메모리가 모두 하나의 칩에 포함된 SoC(System on Chip)형태의 칩셋으로 설계되었지만 스파이 USB는 그 특성상 SoC로 설계하지 못한다.

이렇게 호스트와 디바이스 간에 주고받게 되는 데이터는 호스트와 디바이스 사이에 프로토콜 분석장치와 몇 가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캡쳐가 가능하다. 그러나 스파이 USB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도록 암호화 칩(Cryptography Chip)을 사용해 데이터만을 변·복조(Encode·Decode)하게 된다.

암호화 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하는가이다. 암호화 알고리즘은 여러 종류가 있으나 최근에 칩으로 상용화되는 알고리즘은 AES-128을 많이 사용한다. AES(Advanced Encryption Standard)는 고급 암호화 표준으로 알고리즘 공모를 통해 2001년도에 채택되었다. AES-128의 128은 암호화 알고리즘에 사용되는 키의 크기를 말한다. AES-128은 암호화의 기본 요소인 혼란, 확산, 비선형성의 3가지 조건을 만족하는데다가 암호화 알고리즘과 복호화 알고리즘이 달라 효율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암호화된 데이터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의해 SLC NAND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이 된다. 스파이 USB는 PC와 연결된 후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암호를 요구하게 된다. 이 때, 암호를 수차례 잘못 입력하게 되면 NAND 플래시 메모리를 로우-레벨로 포맷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스파이 USB 내부 마이크로프로세서에 기록된 펌웨어가 PC에 설치된 로그인 소프트웨어와 사용자의 암호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정해진 로그인 횟수를 초과할 경우에 NAND 플래시 메모리를 포맷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스파이 USB에는 로그인이 실패할 경우에는 하드웨어까지 손상을 입히도록 설계되었는데 이러한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호스트로부터 제공되는 5V, 500mA의 전원을 스파이 USB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회로에 사용된 특정 부품 쪽으로 스위칭함으로서 특정 소자를 파손시켜 동작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발생하게 되며, 경우에 따라 화재와 같은 2차적인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와 같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스위칭 기능을 이용해 스파이 USB 내부에 저장된 PCB나 반도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특수한 화학 약품(예:PCB 부식용액 등)이 유출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스파이 USB가 약품을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수 기능이 있을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스파이 USB를 물리적으로 분해 하고자 시도할 경우 기구적으로도 화학 약품이 유출되도록 설계할 수 있어 가장 쉽게 적용이 가능한 방법이다. 이 방법 역시 약품을 통해 사람이나 또 다른 기기에 2차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순수한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으로 펌웨어 프로그램이 NAND 플래시 메모리를 로우-레벨로 포맷한 후 영구히 복구할 수 없는 루틴이나 코드로 빠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비용이 저렴하고, 기계적, 전기적, 화학적인 위험이 없다.

창이 있으면 방패가 있듯이 언뜻 보면 세상에 완벽한 보안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나 결코 그렇지는 않다. 분명 스파이 USB는 보안 통제의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긴 하나 어딘가에 우리가 모르고 있는 허점은 있게 마련이다. 이것이 보안 통제를 위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자된다고 해서 더 완벽한 보안이 지켜진다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보안에 투자되고 있는 비용들은 원래 생산적인 시스템이나 환경에 투입되어야 할 비용이다.

보안은 시대가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발생된 또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이다. 이를 합리적으로 바로 잡는 것은 바로 우리 스스로가 어릴 적 도덕이나 윤리 교과서를 통해 배운 정직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볼 때 가능하지 않나 싶다.

글 : 이정욱 USB개발전문가포럼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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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짠 치약에 이런 원리가? [제 771 호/2008-06-13]

출근과 등교로 분주한 아침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현민이는 양치를 하려고 욕실에 들어갔다.
“오늘은 어제 엄마가 사준 어린이 치약을 써야지.” 현민이는 어제 D-마트에서 엄마가 사준 먹음직스러운 어린이용 치약 중간 부분을 꾹 눌렀다. 그러자 하얀색과 연한 녹색의 치약이 가지런한 줄무늬를 만들며 빠져나왔다.
“와~ 색깔 참 예쁘다. 그런데 치약이 줄 맞춰서 나오네!”
평소 한가지 색으로 된 치약만 사용하던 현민이는 새로 산 줄무늬 치약을 처음 보고 신기한 마음에 치약 여기저기를 꾹꾹 눌렀다. “야~ 참 신기하다. 치약 어느 곳을 눌러도 치약 색깔이 섞이지 않고 똑바로 나오잖아~” 새로운 것을 발견한 현민이는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워 아침 식사를 준비 중이던 엄마를 큰소리로 불렀다.
“엄마!! 치약이 기차처럼 꼬리를 물고 나와”

칭찬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던 현민이는 세면대 여기저기에 길게 짜 있는 치약과 새로 산 치약을 다 써버린 실험의 결과로 인해 엄마에게 아침부터 잔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양현민 너 아침부터 치약가지고 장난치면 어떡해! 게다가 어제 새로 산 치약으로 말이야~.”
“그게 아니고 난 실험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잔뜩 골이 난 현민이는 거실에서 아침 신문을 읽고 있던 아빠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아빠 치약 속에 두 가지 색 치약이 들어 있는데 어떻게 두 색이 섞이지 않고 가지런한 줄무늬가 생기는 거야?”
현민이의 볼 맨 목소리에 아빠는 껄껄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우리 현민이가 그게 궁금해서 실험한 거였구나?.”
“응. 처음에는 치약 끝 부분을 눌러서 치약 무늬가 가지런한 걸로 생각했는데 치약 윗부분이나 중간 부분, 그리고 치약 옆에 한쪽 부분만 눌러도 줄무늬가 생겨. 도대체 어떻게 서로 섞이지 않고 나오는지 모르겠어.”

현민이의 고민스러운 얼굴을 보며 양과장은 엄마가 들을 수 있도록 주방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현민이가 오늘 아침 파스칼의 원리를 깨닫게 되다니 정말 놀라운 걸~.”
“파스칼의 원리? 아빠 그게 뭔데?”
“응 파스칼의 원리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치약의 줄무늬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이야기를 해 줄게. 치약에 줄무늬를 만드는 방법은 2가지 방법이 있단다. 첫 번째 방법은 치약 튜브를 한 개의 원통형이 아니라 2개의 격실로 나눈 튜브를 만든 뒤에 치약이 나오는 구멍에 각각의 출구를 만들어서 치약이 나올 때 자연스럽게 줄무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야.”
“아~ 그러니까 교실에서 운동장에 나갈 때 파란색 운동복을 입은 친구들은 앞문으로, 하얀색 운동복을 입은 친구들은 뒷문으로 나가서 밖으로 나갈 때는 같이 섞여 나가는 것과 같은 방법인 거네!”
“그렇지. 하지만, 이 방법은 그리 많이 사용하지는 않아. 제조 원가가 일반 치약 튜브보다 더 많이 들기 때문이지.”

“그럼 두 번째 방법은 뭐야?”
“응 두 번째 방법은 치약튜브에 치약을 넣을 때 치약 튜브 뒷부분으로 흰색 치약과 유색 치약을 일정한 방향대로 나란히 주입해서 뒷부분을 밀봉하는 방법이지. 보통 우리가 사용하는 치약 대부분 이 두 번째 방법을 많이 사용한단다.”
“그럼 두 가지 색이 서로 섞이지 않아?? 치약튜브를 누를 때 엉망으로 섞여 버릴 수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두 가지 색의 치약은 서로 성분이 틀리고 크림과 같은 진득한 상태로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섞이지는 않는단다. 그리고 치약 튜브 그 어느 곳을 눌러도 일정하게 치약이 나오는 것은 바로 파스칼의 원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야.”

“그런데 아직 파스칼의 원리를 아직 설명하지 않은 거 같은데요. 여보”
아침 준비를 하고 있던 엄마도 어느새 양과장 옆으로 다가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이제 파스칼의 원리를 설명해 줄게. 파스칼의 원리를 발견해낸 블레즈 파스칼은 프랑스의 위대한 과학자이자 수학자, 그리고 물리학자에 종교 철학가로 과학과 수학 분야에 많은 업적을 낸 사람이야. 오늘 아침 현민이가 발견한 파스칼의 원리는 1653년 파스칼이 수압기를 만들다 발견한 원리로 밀폐된 용기 내에 담겨 있는 유체(기체나 액체)의 어느 한 부분에 압력을 주게 되면 이 압력은 유체의 다른 부분과 용기의 벽면에 같은 크기로 전달되어 이때 전달되는 압력의 방향은 벽면에 대해 수직으로 작용한다는 법칙이야”
“그게 줄무늬 치약과 무슨 상관인데요?” 아직 이해가 안 되는 듯 눈을 깜박이는 현민이를 보며 양과장은 설명을 계속했다.
“다시 말하자면 치약 튜브 속에는 두 가지 색의 유체 즉 치약이 들어 있는데 치약 튜브의 가운데를 누르건 끝 부분을 누르건 이 두 가지 색의 치약은 파스칼의 원리로 인해 같은 압력을 받게 돼. 그러기 때문에 출구로 치약이 나올 때 두 가지 색의 치약은 같은 압력을 받아 고른 줄무늬를 내며 나오게 되는 것이지”
“아~ 그러니까 결국 어느 곳을 누르던 치약이 배출되는 압력은 하얀색이든 유색이든 동일하게 받기 때문에 똑같이 나온다는 거군요?”

옆에서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의 현민 엄마의 말을 받으며 현민이가 물었다.
“그런데 아빠, 파스칼의 원리는 치약에만 사용되는 원리야?”
“치약 튜브에 사용되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 볼 수 있지. 실제로는 파스칼의 원리를 통해 작은 힘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건설용 기계나, 유압기계, 철판을 찍어내는 유압용 프레스, 그리고 자동차 브레이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단다.”



양과장은 파스칼의 원리를 좀 더 설명하려고 종이에 간단한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했다.
“이 그림을 보면 두 개의 출구, 두 개의 피스톤을 가진 실린더를 볼 수 있는데 파스칼의 원리에 의해 압력은 그 어디나 같아져. 이를 바탕으로 하면 면적이 좁은 A에서 1이라는 힘을 주어 1이라는 압력을 주게 되면 면적이 넓은 B에서도 압력은 1이 되겠지? 하지만, 힘은 압력×면적(F=P×A)이기 때문에 B에서 낼 수 있는 힘은 A의 1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어. 이런 원리를 이용해 적은 힘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는 거야.”
“그럼 B의 면적을 엄청나게 넓게 하면 엄청난 힘을 낼 수 있겠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힘이 커지는 대신 A와 B 지점에서 피스톤의 작동 거리는 반대가 되기 때문에 무한정 면적을 넓게 할 수는 없어”
“아~ 그러니까 힘의 이득을 얻는 대신 작용하는 거리는 더 짧아지는 거구나”
“그렇지. 이제 좀 알 것 같아?”
“응! 아빠 오늘 학교 가서 오늘 아빠가 말해준 거 다 말해줄래”
“나도 오늘 엄마들 모임에 나가서 아는 척 좀 해야겠는 걸요~ 호호!”

우리가 매일 쓰는 일상적인 물건 속에도 과학 원리는 들어 있고, 그 과학의 원리로 우리는 어제보다 좀 더 편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오늘 밤 집에 들어가서 가족들끼리 양치를 할 때 가족들에게 파스칼의 원리를 설명해 주며 우리 삶 속에서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은 어떨까?

글 : 양길식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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