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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제 779 호/2008-07-02]

한국 사람에게 미용실 수가 많은지 부동산 수가 많은지에 대해서 물으면 ‘글쎄?’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떤가. ‘한국에는 컴퓨터 수가 많을까. 카메라 수가 많을까?’ 물론 카메라 수가 집마다 회사마다 몇 대씩 있는 컴퓨터 수를 따라가진 못하겠지만 컴퓨터만큼 사양이 빨리 변하고 발전하는 것이 또 카메라이다. 특히 디지털카메라가 그렇다.

국내에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10년 전만 해도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거리를 지나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진 않았다. 몇 년 전 디지털 카메라만 해도 30만 화소 이미지 센서에 필름 카메라와 비슷한 크기로 휴대성이 떨어졌지만 현재의 디지털 카메라는 대부분 500만 화소 이상을 채용하며, 부가적인 프로그램의 발전속도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캐논 니콘 소니 등 카메라제조업체가 돈 되는 디지털 카메라시장에 팔을 걷어붙인 결과다.

처음 디지털 카메라가 출시한 회사는 약 27년 전 일본 소니사다. 1981년 소니는 은염 필름이 아닌 촬상 소자(CCD)를 채택한 휴대용 사이즈의 전자 카메라 마비카(MAVICA)를 세상에 내 놓았다. 마비카는 비디오 정지 영상의 아날로그 신호를 디스크에 자기(Magnetic) 방식으로 기록해주는 비디오 카메라와 같은 원리로, 엄밀히 말하면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와는 그 근본부터 다르다. 다만 디지털 카메라의 최대 장점인 이미지 처리 속도와 편의성, 그리고 디지털 편집이 가능한 결과물을 내놓는 핵심적 기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의 시초라 말할 수 있다.

마비카는 촬영 후 저장된 이미지를 삭제하거나 미디어를 포맷하면 다시 처음 상태로 재사용할 수 있게 했고, 자체적으로 촬영된 화상을 합성하거나 색조를 조절할 수 있는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도 내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출시 가격이 약 60만엔(카메라와 이미지 뷰어 포함, 한국 가격으로 환산 시 500만원)으로 대중화될 수 없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PC의 보급도 미비한 시절이라 TV에 연결해 이미지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마비카를 구입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소니에서는 마비카 이후 기록 데이터의 크기가 늘어남에 따라 플로피 디스켓 대신 미니 CD-R을 저장 매체로 사용한 카메라를 출시했고 이후 디지털카메라의 발전은 코닥, 캐논, 니콘 등으로 넘어가며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 물음을 갖게 만들었다.

이후 1991년 미국의 코닥사에서 최초의 디지털 SLR 카메라인 ‘DSC 100’을 출시했다. DCS 100은 그간 출시된 니콘 F 마운트용 교환 렌즈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디지털 이미지를 필름 카메라로 촬영된 것처럼 성능을 향상시켰다. 이어 1993년에 캐논에서 마운트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DSLR이 출시되었고 1998년에는 니콘 F90 바디를 기본으로 한 AF 카메라이자 600만 화소로 확대 사용이 가능(당시로는 엄청난 고화소)한 모델인 코닥 DCS 460이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 프레스용 카메라의 경우 일반 필름 카메라의 10배 이상으로 비쌀 수가 있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사용법도 복잡했기 때문에 판매량은 많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DSLR 카메라는 일반인에게는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존재로 전문적인 용도로만 활용되었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며 값이 저렴한 대중화된 카메라가 잇따라 출시되었다. 카메라 사용자도 1-2달 사이 빠르게 업그래이드 되는 카메라의 기술에 자신도 따라가고 싶어 했다. 카메라 사용자들이 기존 디지털카메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은 화소였다. 하지만 디카 업계의 기술 경쟁이 화소에서 감도로, 지금은 얼굴인식기능 여부로 변했다.

얼굴 인식 AF는 미국 Identix사가 개발한 얼굴 인식 기술(Facelt)을 이용한 것으로 피사체 중 사람의 얼굴 윤곽과 이목구비의 간격, 피부의 색정보 등을 추출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얼굴인식기능의 원리는 사진은 ‘밝기를 가진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된다. 점 한 개와 다른 점 한 개를 비교하는 건 쉽다. 즉, 밝기나 색을 본 후 이건 비슷한 점이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있다. 얼굴은 점들의 뭉치라고 보면 되는데,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는 얼굴의 점들을 하나하나 비교해서 가장 비슷한 얼굴을 찾는 것이다. 최근 얼굴인식기능은 실생활에 점점 더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카메라의 얼굴인식기능은 제조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결국엔 얼굴을 잘 찍기 위한 소비자의 마음을 반영한 기술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발생 이후 지금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을 선보였고, 소비자가 구매하는 한 앞으로도 디지털 카메라는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다. 하루하루 새로워지는 기술로 미루어 짐작해 보건데, 눈이나 신체에 장착하는 디카나 손바닥보다 작은 초경량 DSLR이 등장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현재 최첨단 트렌드를 바탕으로 하는 디카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래에는 또 얼마나 신기한 디카 기술이 우리에게 선보여질지 자못 기대된다.

글 : 이학명 기자


※디카의 역사를 제한된 지면에 다루기는 어렵군요. 자신이 갖고 있는 디카의 역사를 댓글로 올려주세요. 추첨을 통해 2008 KISTI의 과학향기 책을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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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목격자, 혈흔(血痕) [제 778 호/2008-06-30]

서울 교외의 한 흉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빈방 안에는 두 사람의 시체와 벽에 뿌려진 다량의 혈흔이 있었다. 문제는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서로 가해자이거나, 제 3자의 범행일 수도 있다. 이런 사건이 생겼을 경우 어떻게 범인을 밝혀낼까? 중요한 단서인 혈흔의 분석을 통해 함께 추적해보자!

만약 사람이 날카로운 도구에 찔리거나 뭉툭한 무언가에 얻어맞으면 피를 흘리게 된다. 이때 부상의 유형과 위치, 정도, 가해진 힘 등에 따라 서로 다른 혈흔이 만들어진다. 핏방울이 형성되는 과정, 공기 중을 이동하는 속도, 여러 형태의 표면에 부딪힐 때 핏방울이 일으키는 반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면 수사는 한결 쉬워진다.

혈흔형태의 분석 결과는 사건 현장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진술 또는 분석 결과들과 일치해야 한다. 만약 여러 가지 분석 결과로 범행이 입증되었다 해도 혈흔형태 등 현장의 분석 결과와 기록이 이를 입증할 수 없다면 범죄를 확인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혈흔의 형태는 사건 현장에서 혈흔의 여러 가지 특징을 분석함으로써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범인과 피해자가 사건 당시 매우 심하게 다투었을 경우 범인도 피를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비산된 혈흔 가운데 자유낙하 혈흔(정지된 상태에서 중력의 힘에 의해 떨어진 혈흔)이 발견되거나 또는 다른 혈흔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비산된 혈흔이 있다면 이는 범인이 흘린 혈흔일 가능성이 크다.

충격 각도가 예각이면 혈흔은 90도에서 만들어지는 둥근 형태가 아닌 타원형을 취하게 된다. 충격의 각도가 줄어들수록 혈흔은 더 길어지고, 약 30도에서 혈흔의 꼬리가 가장 눈에 잘 띄게 된다. 조가비 형태의 혈흔은 핏방울이 수평 방향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각도가 예각일수록 핏방울의 한쪽에는 조가비 형태가 아예 없게 되지만 반대쪽에는 아주 긴 조가비 형태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범인이 심하게 다쳐서 도주한 경우 혈흔이 형성된 모양을 통해 범인이 도주한 경로와 방향을 추정할 수 있다. 즉, 움직이면서 떨어진 혈흔의 경우 움직인 방향 쪽으로 위성 혈흔(본래의 혈흔 방울에서 떨어져 나가서 형성된 톱니모양의 혈흔)이 형성된다. 위성 혈흔의 가로와 세로의 비율에 따라 도주 당시의 속력을 추정하여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본다. 그리고 이를 채취하여 분석을 하면 범인의 혈액형 및 유전자형을 알 수 있어 범인을 좁혀갈 수 있고, 용의자가 잡히면 그의 유전자형과 비교하여 일치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건 현장에서 혈흔의 흐름과 왜곡 현상이 많이 관찰되었다면 자살의 가능성은 작아진다. 즉, 피해자가 알 수 없는 둔기 등으로 맞아 의식을 잃고 출혈된 경우 혈액은 보통 중력 방향으로 흐른다. 중간에 누군가 시신을 움직이면 왜곡이 일어나 혈흔의 흐름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시신 등에서 발견되는 왜곡 혈흔은 범인이 시신을 옮기거나 다른 변화를 주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혈흔이 없는 빈공간은 어떠한 물건이 놓여 있었는데 사후에 물건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여러 가지 혈흔의 비산된 방향을 분석하면 혈흔이 어느 곳으로부터 비산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범행의 중심 장소를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실험실에서도 미리 충격된 혈흔으로 줄기법(혈흔에 수많은 선을 연결하여 혈흔의 시작점을 찾는 법) 등을 사용하여 분석을 하면 기원점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의 혈흔의 모양이 실제의 사건현장에서 관찰된다. 손, 머리카락 등에 묻은 혈흔이 다른 물건에 묻은 경우의 전달된 혈흔, 코 등에서 호흡에 의해 분출된 호기 혈흔, 파리 등이 옮겨서 마치 비산된 작은 혈흔처럼 보이는 파리 얼룩 등 다양한 혈흔의 모양이 존재하고 이들은 사건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건 현장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이러한 혈흔들은 범행도구로부터 혈흔이 이탈되는 속도에 따라 보통 저속 혈흔, 중속 혈흔, 고속 혈흔의 3가지 종류로 나눈다. 저속 혈흔의 경우 초속 25피트(약 7.62m) 이하의 속도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데, 자연적으로 떨어진 자유낙하혈흔 등이 해당된다. 중속 혈흔은 초속 25피트~100피트(약 7.62m~30.48m)의 힘이 가해진 것으로, 동맥분출혈흔이나 이동하면서 흘린 혈흔 등이 해당된다. 고속 혈흔은 초속 100피트(약 30.48m) 이상의 충격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주로 총상이나 폭발에 의한 혈흔, 호기된 혈액 등이 해당된다.

혈흔의 형태와는 달리 혈흔의 양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건이 발생했는데 피해자는 다량의 혈흔만 남기고 실종된 상태였다. 용의자는 그를 폭행한 사실은 있지만 그를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유전자분석 결과 혈흔은 분명히 피해자의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가 죽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따라서 흘린 혈흔의 양이 정말 치사량에 이를 수 있는 양인지를 추정해야 했다. 정밀하게 혈흔의 양을 측정한 결과 흘린 피가 치사량에 가까운 것으로 계산되었다. 이 사건은 결국 사법사상 처음으로 간접적인 증명으로 시신이 없는 살인죄가 인정되었다.

외국은 1983년 11월에 매도널 박사에 의해 국제혈흔형태분석전문가협회(IABPA)가 결성되었으며 한국도 지난 2008년 6월 5일 한국혈흔형태분석학회가 창립되어 출범하였다. 살인 사건 등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현장에 흔적이 있는 한, 완전범죄란 없다. 사건 당시에 피해자 또는 범인이 흘린 혈흔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글 : 박기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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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어라 그러면 만들어질 것이다 [제 777 호/2008-06-27]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일요일 오후 현민이네 집
TV를 보던 양과장은 왠지 배가 조금씩 출출해지는 것을 느꼈다.

“음~ 간식을 먹을 시간이 된 건가. 여보~ 우리 출출한데 빵이라도 좀 먹자!”
점점 배가 나오는 양과장이 그리 보기 좋을 리 없겠지만 정여사는 애들처럼 칭얼거리는 양과장을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 하지만 냉장고에는 빵만 있을 뿐 빵을 찍어 먹을 잼이나 마요네즈, 버터 한 조각도 없는 것이 아닌가.

“여보~ 아무래도 오늘 간식은 좀 참아야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그냥 빵이라도 먹을래요?”
“에이 그래도 식빵에 버터 발라 먹으면 맛있는데….”
약간은 미안해하며 대답하는 정여사의 대답에 방에서 게임을 하던 현민이도 양과장 옆에 앉으면서 투덜대며 말했다.

그때 갑자기 정여사는 집안일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배만 고프다고 시위를 하는 두 부자를 골려줄 생각이 번뜩 났다.
“좋아요! 그럼 버터를 먹을 수 있게 해 줄 테니 후회하지 않기에요!”
왠지 모를 꿍꿍이를 숨긴 정여사의 말에 양과장과 현민이는 두말하지 않고 승낙을 했다.
“좋아요! 지금 집에 버터는 없고 휘핑크림만 있으니 버터를 만들어서 먹도록 해요”
“엥 버터를 만들어 먹자고?”
“엄마 버터를 어떻게 만들어요?”
엄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양과장과 현민이가 되물었다.

정여사는 냉장고에서 휘핑크림을 꺼내 입구가 크고 뚜껑이 있는 용기에 넣고 휘핑크림의 2배 정도 되는 찬물을 넣었다. 그리고 간을 맞추기 위해 1스푼 정도의 소금을 넣고 나서 의기양양한 몸짓으로 양과장에게 휘핑크림이 들어간 통을 떡하니 내밀었다.
“자 이제 두 부자가 신나게 흔들어 보세요!”
“이걸 흔들어? 언제까지 흔들어야 하는데?” 황당한 모습으로 대답하는 양과장에게 정여사는 고소한 웃음을 보내며 말했다.
“덩어리가 져서 소리가 안 날 때까지요~”

그리고 양과장과 현민이는 휘핑크림과 물이 섞여 출렁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을 때까지 흔들고 또 흔들었다. 그리고 근 1시간이 흐르고 난 뒤
“헉헉 여보! 이제 소리가 않나!”
“아이 팔 아파~ 엄마 이제 더는 못 흔들겠어요. 팔이 빠질 것 같이 아파요!”
양과장과 현민이가 울상을 짓자 정여사는 다가와 통의 뚜껑을 열었다.
“음~ 잘 흔들었네요! 어디 보자.”

통속에 들어간 걸쭉한 휘핑크림은 연노랑 색의 물과 분리되어 옹알옹알 두부 살같이 뭉쳐져 있었다. 정여사는 채에 건더기를 건져낸 후 배 수건으로 물기를 꽉 짰다. 그리곤 다시 랩으로 감싸고서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르고 나서 냉장고에서 꺼낸 휘핑크림은 어느새 버터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자 이제 버터를 만들었으니 맛있게들 드세요~”
“와~ 이게 정말 버터야?”
눈이 왕방울만 해진 양과장이 놀라면서 말했다.
“그럼요~ 어디 맛을 한번 볼까요? 음~ 조금 싱겁긴 하지만 맛있는 버터가 됐네요.
“와~ 신기하다. 엄마 어떻게 버터가 만들어진 거예요?”

“응 그것은 바로 우유가 가진 독특한 성분 때문이야. 우유는 3대 영양소가 다 들어가 있는 완전식품으로 수분이 약 89%, 지방은 3.4%, 그리고 단백질이 약 3% 정도 들어 있단다. 이 우유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제하면 생크림이나, 버터, 치즈, 요구르트 등을 만들 수 있어. 이 가운데 버터는 생크림을 통해 만들 수가 있는 거지.”

“냠~ 냠~ 그러니까 원유를 통해 휘발유와 각종 다양한 기름을 정제하듯 우유도 그렇다는 거지?” 벌써 식빵에 버터를 잔뜩 발라 열심히 먹고 있던 양과장이 오물거리며 말했다.
“네~ 생크림은 우유에서 수분을 빼고 유지방을 농축시켜 만든 것인데 이 생크림에 들어간 유지방의 구조는 물리적으로 자극이 매우 약해 가공 중에 자극을 받으면 유지방끼리 응집하면서 버터가 만들어지게 돼요.”
“냠~ 냠~ 그럼 버터를 만들 때 꼭 생크림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우유를 가지고 만들 수도 있잖아요!” 양과장에 질세라 열심히 빵을 먹고 있는 현민이가 물었다.
“그렇겠지. 하지만 시판되는 우유는 지방을 분리해서 저지방으로 만든 우유가 많아서 만들기가 쉽지 않아. 결국 생크림으로 할 때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흔들어야 버터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 하지만 바로 짠 우유로는 그렇게도 가능해. 실제로 버터가 처음 발견되었던 것도 가죽주머니에 우유를 넣은 뒤 자신도 모르게 흔들다가 물과 유지방이 분리된 것을 발견한 것이 시초야. 아직도 히말라야나 아프리카 일부 지방에서는 가죽주머니로 버터를 만들기도 한단다.”

“아~ 그렇구나. 엄마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아주 맛있어요. 우리 다음에도 만들어 먹어요. 다음에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서 많이 만들어요.
“그래 여보. 우리 식구가 다 먹기에는 좀 부족하니 다음에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만들어 보자~”
입 주위로 잔뜩 버터를 묻힌 양과장과 현민이를 보고 정여사는 왠지 고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해요. 아 그런데…. 다음에는 손으로 흔들지 말고 믹서기로 하면 금방 만들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이렇게 손으로 만들어 먹으니 더 맛있죠? 호호”
“헉! 엄마!!”
“여보!!”
양과장과 현민이의 볼멘 목소리를 듣자 왠지 통쾌해지는 정여사였다.

[실험방법]
준비물 : 생크림(시중에서 판매하는 휘핑크림을 구매하면 된다), 냉장 보관된 물, 입구가 크고 뚜껑이 있는 용기, 꽃소금, 스푼

[진행순서]
1. 냉장보관한 생크림을 용기에 붓는다.
너무 많은 양을 하면 만들기가 쉽지 않다. 적당한 양을 붓는다.
2. 생크림이 들어 있는 용기에 생크림 양의 2배 정도 되는 물을 붓는다.
- 생크림만 넣어도 되지만 물을 넣으면 더 빨리 분리가 이루어진다.
3. 생크림이 담긴 용기 뚜껑을 닫고 힘껏 흔든다.
- 생크림 10ml에 물 20ml를 넣고 흔들 경우 약 2시간 정도 흔들어야 했다.
4. 용기에서 소리가 나지 않고 유지방이 연한 황색으로 굳어지면 용기의 물을 제거하고 냉수로 2~3회 씻는다.
5. 덩어리를 배 수건으로 물기를 꽉 짜고 나서 냉장 보관하면 버터가 된다.
6. 식성에 따라 꽃소금으로 간을 하면 되는데 소금은 처음에 넣어도 되고 배 수건으로 짤 때 넣어도 무방하다.

[실험 Tip]
- 손으로 흔들기 어렵다면 집에 있는 도깨비 방망이나 믹서 같은 도구를 이용하면 더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실험을 위해서 손으로 직접 흔들어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글 : 양길식 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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