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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도대체 어디에 있니? [제 758 호/2008-05-14]

2008년 8월 8일 중국 북경올림픽을 앞두고 현재 중국에서는 ‘잃어버린 조상’을 찾으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여기서 ‘잃어버린 조상’이란 1929년에 발굴되었다가 2차 대전 직후 사라져 버린 북경원인을 말한다. 분명 그들에게 북경원인의 존재는 다른 나라보다 뿌리 깊은 역사를 가졌다는 자부심이자 증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북경원인은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인가?

북경원인의 두개골 화석은 1929년 12월 스웨덴의 유명한 지질학자이자 고고학자, 탐험가인 앤더슨에 의해 발굴되었다. 발굴된 곳은 중국 주구점(周口店)주1의 노우구(老牛溝)라 불리는 지역 남쪽에 위치한 40미터 깊이의 동굴이다. 발굴 즉시 근처의 지층과 단층에 있는 다른 화석을 비교하여 연도를 측정한 결과 무려 50~70만 년 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인류학자들이 인류 최초의 유골은 약 10~20만 년 된 독일의 네안데르탈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구점에서 북경인의 두개골이 발견됨으로써 인류의 ‘수명’이 10~20만 년에서 순식간에 몇십만 년이나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출토된 인골(人骨)의 경우 남자의 키는 156센티미터, 여자는 144센티미터로 현대인보다 다소 작게 추정되지만 뼈를 통해 추측해 본 팔다리 모양과 뇌 용적량도 현대인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뇌 용적량의 경우 현대인을 대체로 1,450cc라고 할 때 북경원인은 약간 적은 1,250cc로 밝혀졌다.

발굴팀은 계속하여 주구점에 있는 합자당(合子堂)이라 불리는 동굴을 발굴했다. 이곳에서 주구점의 성과를 또 한 번 높여주는 놀랄만한 유물들이 발견됐다. 그것은 태운 돌과 뼈, 그리고 불탄 소나무 가루와 목탄들이었다. 이 증거들은 주구점에서 살던 북경원인들이 불을 사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원시인류가 육식을 하고 불을 사용한다는 것은 인류가 지구상에서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증거가 됨을 의미한다. 북경원인의 유골 발굴전까지는 언제부터 인류가 불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불을 사용한 흔적의 발굴은 학계에 큰 놀라움을 주었다.

주구점 일대에서 발견된 유적들은 황색인종의 특징과 유사한 점을 보인다. 북경원인들이 사용하던 도구는 타제석기류다. 자갈들을 한쪽 또는 양쪽에서 떼어내어 만든 찍개류로 이것은 주먹도끼류를 주로 사용한 유럽과 아프리카와는 사뭇 다르다. 즉 북경원인은 ‘자갈돌 찍개 문화권’에 속한다. 이점은 한국 구석기문화와 상통하는 점이 많다. 북경원인의 후두골에는 작은 화산형 돌기가 있는데 이것은 현재의 황색인종(몽골로이드)의 특징과 같다. 또 숟가락 모양의 상문치(上門齒)를 갖고 있는데 이 점도 몽골로이드의 특징 중 하나이다. 물론 북경원인이 몽골로이드의 직접 선조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사한 것은 틀림없다.

주구점의 발굴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전쟁의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일본군이 북경의 코앞까지 진격해오자 1937년 7월 주구점의 발굴 작업은 전면 중지된다. 그당시 북경인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그 이유는 북경원인이 일본인들의 선조라고 믿었고, 일본 왕도 친히 명령을 내려 북경원인의 화석을 확보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던 그날부터 북경원인의 화석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경인의 화석을 미국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 잠시 보관토록 제안하였고 중국의 장개석은 이를 승낙했다.

그런데 그 이후 북경원인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50만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지내다가 겨우 12년 동안 이 세상에 모습을 보인 후 다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북경원인의 실종은 발견할 때와 마찬가지로 세계인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했으며 분노케 했다. 그렇지만, 북경원인의 화석을 어느 나라가 가지고 갔는지 현재까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경원인의 화석을 일본으로 이동시키려다 대만해협에서 침몰되었다고 알려진 일본 화물선을 인양하려는 계획이 현재 중국에서 추진 중에 있다.

다행한 것은 전쟁의 위험성을 알고 북경원인의 모형이 긴급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때 만든 모형은 형태나 색깔이 거의 진품이나 다를 바 없고, 세계 과학자들이 북경인을 연구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인류 학자들은 언젠가 북경원인의 유물을 실제로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글 : 이종호 과학칼럼니스트


주1)
주구점(周口店)
베이징[北京] 팡산구[房山區] 중부에 위치한다. 북경원인[北京猿人]이 발견된 곳으로 유명하다. 북경원인출토지는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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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30%, 질병의 습격!

올해 들어 전국각지에서 발생하는 조류독감으로 인해 축산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조류독감은 예전 발병했던 조류독감과는 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 발생한 조류독감의 경우 질병이 발생한 지역의 조류들을 살처분하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진정되었다. 하지만 현재 유행하고 있는 조류독감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조류독감을 옮기는 주범을 철새나 야생 조류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철새나 야생조류의 경우 조류독감에 감염 되더라도 저항성이 있어 집이나 농가에서 키우는 조류처럼 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닭이나 칠면조와 같은 가금류로 전파가 되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변이가 된다.

조류독감은 병원성(病原性:병을 일으키는 정도)에 따라 고(高)병원성, 약(弱)병원성, 비(非)병원성 3종류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는 4∼8주 된 SPF주1) 닭에 특정 인플루엔자를 주사하였을 때, 10일 이내에 8마리 중 6마리 이상 죽게 되면 이를 HPAI라고 규정한다. 또한 H항원의 분절부위의 아미노산 배열이 고병원성 바이러스 배열과 일치하였을 때도 HPAI 즉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라고 한다.

비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지 않으며, 약병원성은 조류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인체에는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사람에게도 감염이 될 수 있는데 감염될 경우 약 33%의 사망률을 보일 정도로 위험한 무서운 바이러스로 변하게 된다.

조류독감 바이러스 가운데 인간에게 가장 위험성이 큰 것은 변종 조류 독감인데 그 이유는 인간 대 인간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변종조류독감은 2005년 베트남과 2006년 중국, 태국 등에서 인간끼리 전염이 가능한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생긴 말이다. WHO와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 등은 독감 환자의 체내에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침투, 유전자 정보를 교환해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특종조류독감에 걸린 사람의 치사율이 30%가 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05년 5월부터 인체감염 발생 위험도에 따른 6단계 대유행(판데믹) 단계를 발표하고 회원국들에게 이 단계에 따라 대처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렇게 위험한 질병이지만 현재까지 변종조류독감에 대한 치료제는 ‘타미플루’외에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다. ‘타미플루’도 사후 치료제로 감염 후 48시간 내에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조류독감을 완치하는 것이 아니라 조류독감의 증상을 단지 완화해 주는 항바이러스제이기 때문에 그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변형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전 국민의 2%에 투약할 수 있는 120만 명분의 타미플루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타미플루 생산국인 스위스의 25%, 유럽연합(EU)와 일본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20%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다.

변종조류독감의 위험성이 커지자 세계 각국에서는 타미플루 치료제외에 미리 조류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 일본,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백신 개발이 끝나 자체적으로 비축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 사용판매는 백신의 안전성 및 FDA 승인 때문에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변종조류독감도 인간에서 인간으로 옮기면서 변종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백신만으로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변종조류독감에 대한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가장 고전적인 방법인 손발을 잘 씻고 주변을 청결하게 하여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뿐이다.

인류의 기술이 발달하고 문명 또한 지난 세기에 비해 눈부실 만큼 발전했지만 여전히 인류는 인류를 위협하는 대유행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 듯하다. 지난 세기 인류를 위협한 질병이 페스트나 콜레라, 홍역, 장티푸스 등이었다면 지금은 조류독감, 광우병,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는 질병의 이름만 바뀌었듯이 말이다.
 
조류독감의 유행이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조류독감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계속되는 위험 속에서 점점 무감각 해져 가는 우리들의 무관심이지는 않을까 싶다.
 
글 : 이학명 기자


주1)
SPF (specific pathogene free)
특정 미생물 또는 기생충이 없다고 인정되는 동물.
제왕 절개를 하여서 얻은 동물을 세균이 없는 환경에서 사육하여 감염 실험용이나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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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도 가르는 다마스커스 검 [제 756 호/2008-05-07]

옆 나라 일본의 만화에서는 사무라이가 일본도를 휘두르면 금속은 물론 돌까지 잘려나가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과장이 좀 심하기는 하지만 명장이 만든 일본도는 실제로 날아오는 총알을 반으로 가를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단한 검이다. 그런데 일본에만 그런 명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구의 반대편 중동에도 다마스커스 검이라는 명검이 있다.

이 검은 특수한 철인 다마스커스 강(鋼)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이 강(鋼)은 표면에 마치 파도를 치는 듯한 무늬가 있는 것이 독특한 특징이다. 다마스커스 강(鋼)이라는 이름은 시리아의 다마스커스라는 도시에서 이 강(鋼)이 났기 때문에 도시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이 기법을 처음으로 만든 대장장이의 이름을 땄다는 설이 있다. 유래야 어쨌든 이 강(鋼)으로 만든 다마스커스 검은 전설에 따르면 십자군 기사들의 검과 갑옷을 단칼에 잘라버리고, 돌까지 베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칼은 12세기~18세기에 걸쳐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완제품도 거의 남아있지 않고, 제조 비법도 전수되지 않고 있어 의문과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지금도 시중에 있는 나이프샵에서 다마스커스 검을 팔고 있지만 그것들은 다마스커스 강(鋼)을 사용한 검처럼 보이도록 색이 다른 두 종류의 철판을 겹친 다음 눌러 붙이고, 무늬가 잘 보이도록 갈아낸 모조품이다.

그렇다면, 다마스커스 강(鋼)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해서 그런 전설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가설 중에 다마스커스 강(鋼)은 강하고 깨지기 쉬운 탄화철인 시멘타이트와 부드럽고 유연한 철을 결합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가장 대표적이다. 다른 가설에 의하면 강도를 높여주는 바나듐과 텅스텐과 같은 성분들이 섞여 있어서 강한 것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중세 페르시아 특유의 철 제련 방식에서 제작하던 중 우연히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세 페르시아에서는 철을 제련할 때 뚜껑이 달린 작은 그릇 모양의 도가니에 쇠를 넣은 뒤 마운드형 오븐에 넣고 굽는다. 오븐 속의 철에 공기를 막아 철의 강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탄소가 이산화 탄소로 변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제작된 페르시아의 검은 유럽의 검보다 더욱 강한 강도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속 시원한 해답은 되지는 못했는데, 최근에는 다마스커스 강(鋼)에 탄소나노튜브가 섞여 있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탄소나노튜브란 탄소 원자 6개로 이루어진 육각형 모양이 여러 개 합쳐 만들어진 관 모양의 탄소 덩어리로 전기전도율은 은과 비슷한 수준이며 열전도율은 다이아몬드 수준, 그리고 강도는 철보다 100배나 높다. 고작 탄소 덩어리가 이렇게 뛰어날까? 하겠지만 자연계에서 제일 강한 경도를 가진 다이아몬드도 알고 보면 탄소 덩어리다. 탄소나노튜브는 지금까지 알려진 물질 중 제일 강하고 단단한 물질이다. 자연계에서는 우연히 발생되며, 인간이 원하는 만큼 생산하려면 첨단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독일의 드레스덴 기술 대학 연구팀은 지난 2006년 말에 다마스커스 강(鋼) 샘플을 X-레이와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해본 결과 탄소나노튜브의 존재를 밝혀냈다. 이 팀의 일원인 페터 파우플러는 중세 페르시아 특유의 공법에 따라 다마스커스 강(鋼)에 이러한 탄소나노튜브가 많이 들어가고 특유의 모습과 물리적 특성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특유의 제작공정, 즉 주1)단조(鍛造), 합금 조성, 열처리,)제련 방법, 거기에다가 환경적 특징 등의 요소가 겹쳐 철강에 탄소나노튜브가 많이 생기게 했으리라는 주장이다. 물론 중세 페르시아인들이 그 시기에 탄소나노튜브의 존재를 알았을 리는 없지만,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탄소나노튜브를 많이 포함하는 강한 철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도 미생물의 존재는 몰랐지만, 미생물의 효과를 이용한 김치를 만들어 먹었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가설도 아직 실증되지는 않아 다마스커스 검의 전설적인 성능과 제작비법을 해결하는 열쇠는 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탄소나노튜브가 다른 자연물이나 인공물에서도 임의로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이 이 가설의 신빙성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드레스덴 대학 연구팀은 자신들의 가설을 입증하고자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다마스커스 강(鋼)을 재생산하는 실험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전설 속의 다마스커스 검을 재현될지도 모른다.

바위를 가르고 그 모든 것을 베었다는 전설 속의 다마스커스 검!
그 검의 복원에 대한 마음을 가져 보는 것도 좋지만 그 옛날 수많은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현시대에서도 복원이 어려운 다마스커스 검을 만들어냈던 장인 정신에 경의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글 : 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주1)
단조(鍛造) : 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서 필요한 형체로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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