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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을 떠나며 2012/03/01
아침 일곱시 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어제 ems택배 박스를 사서 고시텔로 향하는 길에는 정말이지 죽고 싶었는데 지금은 기분이 한결 낫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짐은 어제 부치지 못하고 방에 그대로 둔 채 총무님에게 부탁을 하고 고시텔을 나왔다.
이 망할 짐 덩어리들 때문에 강의 마지막 행사도 못가고 2평도 안되는 좁은 방안에서 사투를 벌였지만 어쩌겠나, 따지고 보면 잡다구리한 짐들이 무슨 죄인가 싶은게.. 다 게으른 내 탓인걸.
집에 내려가면 버릴 건 버리고 최대한 간소하게 생활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여름에 서울에 올라왔을 땐 마리도 다녀오고, 희망버스도 다녀오고, 여러가지 내가 지향하는 활동들을 했다면
올 겨울엔 어찌 지냈나, 하고 묻는다면 '잘 놀다간다' 라는 대답을 할 것 같다.
본래의 찌질함과 우울함을 어쩌지 못하고 힘들었던 날도 많았지만 정말 잘 놀았다.
여러 사람들을 두루두루 만나면서 든 생각은 나도 내 줏대를 가지고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고 잘 살아가야겠단 것이었다. 괜히 이런 저런 말 다 들어가며 스트레스 받지 말자. 멋지지도,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않지만 나는 나인걸 어쩌겠나. 많이 가꾸고 아끼고 사랑해줘야지. 이 다짐을 당장 오분 후에라도 까먹을 수 있는 나인걸 알지만 항상 각인하도록 노력하자.
밤을 새서 글도 정리되지 않는다. 원래 글 정리 안되는게 주 특기지만..
하여튼, 잘, 살자고.
집에 내려가면 또 다른 일상이 펼쳐질 것이고 난 또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닐 것이고
그러다보면 시간은 또 훌쩍 지나가겠지. 어쨌든 겁먹지말고 정말정말 잘 살자! 3월아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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