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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관 (棺) 2012/07/27

관 (棺)

from 분류없음 2012/07/27 17:09

 

 

 사각의 공간들이 토해내는 빛들을 맛만 보았다 
 눈이 멀고 귀를 잃고 온뭄의 구녕에서 나를 이루던 액체들이 비집고 나와도 
 나는 공간 속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 

 나는 차가운 콘크리트 속에 있는 너의 아귀를 
 생각한다 
 혀를 낼름거리며 축축한 흙이 아닌 
 회색의 다듬어진 돌덩어리를 핥고 있을 너를 
 생각한다 

 온전히 도시와 입맞춘 너는 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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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의 소녀는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뿜어내는 빛들을 바라보며 한참을 울었다. 
도심 속 존재하는 수많은 공간들 중에서 내가 들어가 쉴 곳은 쉬이 내어지질 않는 것일까. 

이 속에서 조금이라도 머물기 위해선 내 가난한 주머니 속 화폐를 길바닥에 뿌려야했고, 집이 있어야했다. 
도시가 뿜어내는 빛들은 어딜가나 실컷 볼 수 있는데 
그중에 내가 있을 곳은, 온전히 내 것은 왜 하나도 없냔 말이야... 

그러던 어느날 나는 보았다. 
나는 도시야, 하고 말해주는 높고 단단한 건물들, 반짝이는 간판들, 표정없는 사람들. 
도시 속 너무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그 것들과는 다르게 
아주 어색한 모양으로 콘크리트 속에 박혀있는 나무를 보았다. 

어? 너는 왜 거기 있어? 
이제까지 내가 알던 너와 돌덩어리속에 쳐박혀 있는 너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네가 부러웠다. 
너에게 내어진 그 공간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흙대신 다듬어진 돌덩어리를 핥고 있는 네가, 온전히 도시와 입맞춘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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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7 17:09 2012/07/27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