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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날, 봄눈 생각

 

평택 시청 앞에서 주민증을 불태우던 날...

그날은 대추리에 눈이 한뼘도 넘게 쌓였었다.

시청으로 가는 동안 이민강 할아버지가 하얀 눈을 보면서 말씀하셨다.

"봄눈이 많이두 왔네. 봄눈 치군 많이 왔어."

입춘 지나서 내린 눈이니 봄눈은 봄눈이다만,

봄눈을 봄눈이라 부르는 이민강 할아버지가 어찌나 신기하게 보이던지...

 

기자회견을 마치고 주민증을 소각한 후,

쌈밥집에 가서 쌈밥을 먹고 대추리로 돌아오는 길.

눈이 녹아서 길은 질척거리고, 눈의 냉기를 머금은 공기는 차가웠다.

어르신들은 정월에 눈이 많으니 7월에 비가 많이 올거라는 말씀들을 하셨다.

아침에 트랙터로 눈을 치워서 대추리 신작로길이 환했다.

"봄눈은 빨리 녹는 뱁이여."

이민강 할아버지가 빨리 녹는 눈을 기특한 듯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타향에서 봄을 맞게 된 나는 할아버지의 봄눈 타령을 듣고도 어리둥절 할 뿐이었다.

 

대추리의 '현철'이라 불려 마땅한 이민강 할아버지.

주민증을 반납하고 뒤숭숭한 마음이 봄눈을 보면서 좀 누그러지셨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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