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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앞두고, 대추리에서

방에 있던 짐을 정리했다.

배낭에 챙겨넣은 노트에는 집주소와 부모님 연락처가 적힌 포스트잇을 붙여두었다.

기지 안에는  전경버스가 수십 여대 집결해 있다.

평택 시내 곳곳에 전경들이 깔렸다.

내일 오전부터는 경찰이 대추리로 들어오는 차량을 통제할 것이다.

 

하루종일, 아니 며칠 전부터 '손님들'이 언제 오나 긴장했었다.

저들은 평택 지킴이들을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 작정을 했는가 보다.

바로 옆까지 경찰 병력이 배치된 지금은 오히려 안도한다.

곧 싸움이 시작되겠지.

누군가는 다치고, 누군가는 개처럼 끌려가고, 누군가는 가슴을 쥐어뜯고, 소리치고...

 

그러나,

지금

나는 기쁘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쁘다.

먼 훗날에 짊어지게 될 지 모를 후회와 탄식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을테니까.

 

운동장에서 누군가가 쥐불을 돌린다.

초소에서 지킴이들은 모닥불을 쬐면서 규찰을 서고 있다.

비닐 하우스에서, 텐트 안에서, 지킴이들의 숙소에서 밤을 지새고 있다.

마음이 든든하다.

우리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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