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랑에 빠지다

"대추리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웃었어요.

무슨 수줍은 고백이라도 하는 듯 말을 꺼낸 제가 재밌었나 봐요.

사람들이 유쾌하게 웃어주어서 행복했답니다.

막 시작된 풋풋한 사랑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사랑이 시작될 때 그 작은 떨림이 지나고 서로가 익숙해지기전에 조금은 불안한 시간이 지속되지요.

저의 사랑도 아직은 서로에게 길들여지지 못해 두렵고 불안한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곳에 산지 벌써 두달이 되어가는데 문득문득 찾아오는 막연한 두려움이 무서울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대추리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 두려움도 안아주고 싶은 치명적인 사랑이라고 할까요 헤헤  





사랑은 언제나 고통과 눈물이 따르는 법.

뻥 뚫린 가슴으로 이곳 들판을 바라보기도 하고, 눈물을 참아내기도 합니다.

대추리에 온 이후로 하루에도 몇번씩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나거든요.

농사지어야 할 시기에 대추초교앞에 쌀가마 가져다 놓고 앉아 학교를 지키는 주민들을 보면 눈물이 핑돌고, 모판에 흙을 담으며 행복해 하는 할머니를 보면 콧끝이 찡해집니다.

포크레인이 주민들의 키보다 더 큰 구덩이를 파 놓은 걸 보았을 때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흐르는 눈물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어요.

이 땅이 목숨이라고 외치는 주민들을 보고 있으면 목숨이라는 말이 목에 가시처럼 걸려 넘어가지가 않아요...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습니다.

참 많이 아프지만

그 가슴시린 사랑이 저를 살아있게 합니다.


대추리에서 재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