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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준 동지를 생각하며

김준 동지가 결국 운명했다.

 

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문병 가야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부고를 듣게 되었다.

 

"노동조합 활동가는 반드시 낮은 곳으로 임해야 한다"는 김준 동지의 말이 떠오른다.

 

벌써 7년 전이다.

PSI 행사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 술이나 한잔 하고 가자며 붙드는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잔을 기울였었다. 취한 듯한 그의 말 속에 계속 되풀이되는 한 마디, "낮은 곳으로 임해야 한다"는...  낮은 곳의 노동자와 민중과 함께 하지 않으면, 노조는 썩고, 노조 활동가는 관료가 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벌써 산별 연맹 단위에서만 8년째를 맞는다. 상층 단위에 처음 들어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 김준 동지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그러나 과연 나는 지금 관료가 아닌걸까? 과연 내가 몸담은 상층은 부패하지 않고 살아있는가?

 

문상 마치고 돌아오는 길, 초상 사진 속의 그 맑게 웃고 있는 김준 동지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 왔다.

 

강 모처럼 뇌물을 받아야 썩는게 아니다, 비리에 손을 적셔야 썩는게 아니다.

낮은 곳으로 임하지 않는한 노조는 썩는다.

 

어려운 현실을 운운하며 현재에 안주할 때,

투쟁하고 부딪히며 현장을 조직하지 못하고 손쉬운 접근에만 매몰될 때,

빼앗기는 자신의 권리를 싸워 되찾으려 하지 않고 타협과 현실의 안온함에 젖을 때,

다수 정규직 조합원들의 뜻이 그러함을 강변하며 노조는 원래 그런 조직이라 애써 변명할 때,

서민들의 고단한 일상으로부터 조직된 대오로서의 노조의 역할을 찾아내지 못할 때,

고인 물처럼 우린 썩는다.

 

2009년, 우리는 기로에 서게 될 것 같다.

 

심각해져가는 경제 위기,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비정규법 개악, 민주노총 직선제 도입....

 

선택이 눈 앞에 있다.

 

싸우느냐 박제가 되느냐..

 

싸워서 패배할 지언정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씨앗은 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준 동지를 보내며..

 

다시 그의 말을 되새긴다.

낮은 곳으로 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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