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8/06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6/23
    파리 공항에서 벌어진 불법체류자 추방 저지 행동...
    민서네..

파리 공항에서 벌어진 불법체류자 추방 저지 행동...

 

6월 8일부터 15일까지 파리랑 제네바랑 다녀왔습니다.

필수유지업무 관련 ILO에 제소장을 제출하는 공공운수연맹 동지들과 함께였지요.

일정 잘 진행하고, 14일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중국항공을 타고 베이징을 경유 인천으로 들어오는 길이었습니다.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연맹의 김건*동지가 입고 있는 프랑스 연대.단결.민주(SUD) 노조 옷(9일 SUD 방문시 선물받은 것)을 본 웬 프랑스 청년이 반갑게 말을 걸어오는 겁니다.


“니네들 여기 조합원이냐? 나도 조합원이다. 혹시 **시 **분 발 중국가는 비행기 타냐?”

“응 우리 SUD 조합원은 아니고 자매조직이랄 수 있는 한국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다.”


우야뜬 무지 반가워하며, 긴급하게 우리에게 행동 참여 요청을 하는 겁니다.

24살 된 중국계 불법체류자가 프랑스 정부에 의해 가족을 내버려둔 채 추방되는 위기에 처해 있고, 바로 우리가 타는 비행기를 타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어쨌거나 이 비행기로 불법체류자가 추방되는 것을 막아야 되는데...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 친구 주문 사항은 일단 비행기 타서, 기장이나 승무원들에게 강제추방되는 불법체류자와 함께 비행할 수 없음을 밝히고 자리에 앉지 말고 서있으라는 것입니다. 승객이 서있으면 비행기는 출발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다른 프랑스인 승객들도 동조할 것이니 함께 해달라고...


동행한 연맹 사람들과 논의를 했죠... 민주노총이라 밝힌 마당에, SUD랑 친하다고 밝힌 마당에, 거기다 제 가슴에는 그날 따라, 단속 추방 반대! No Crackdown, Migrants Trade Union 버튼이 생생히 달려 있었는데..... 못하겠다 할 수는 없죠. 당연히 그러마고 했고.....


비행기 탈 시간은 다가오고... 우리도 비행기에서 강제로 밀려나거나, 기장의 명에 따라 비행기 한 구석에 포박되어 있을 수도 있다... 연행되거든, 한국인임을 밝히고, 통역과 변호사를 불러달라는 요구만 하고 묵비하자.. 등등... 굳은 결의와 함께... 비행기에 탔습니다.


탑승자 중 우리가 거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웬걸... 비행기 안은 조용.. 일어서 있는 사람이 드문드문 있었지만 항의의 뜻으로 일어서 있는지는 확실치 않아 보였습니다.

어쨌거나 우리 자리에 가자 마자, 승무원에게, 이 비행기에 강제로 추방되는 사람이 타고 있느냐 묻고, 우리는 강제 추방되는 사람과 한 비행기에 탈 수 없다고 의견을 밝히고 서있었습니다. 다른 승무원이 오고, 객실장인 듯한 사람도 오고... 우리 입장은 그대로였죠...


이윽고, 프랑스 경찰이 왔습니다.

그 사람은 자유다.. 중국 영토 안에서는 그 사람은 자유다. 문제 없다. 프랑스 영토 안에서만 우리 통제에 있을 뿐이다...

너 그 사람이랑 비행기 같이 타기 싫으면 내려라.. 운운...

니네들 이렇게 소란피우면 프랑스 법에 따라 5일 이상 구금할 수도 있다 운운...


약간 빈정거리는 듯 하더군요.


우린 반문했죠. 그 사람이 분명 자유 의지로 비행기 탔냐? 그 사람 추방되는 거 아니냐. 강제로 비행기 탄 사람이랑 같이 비행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린 내릴 수 없다. 왜 내리냐. 우린 정당한 티켓을 사서 탔고, 난 이 비행기로 집에 가고 싶다....


비행기 안은 술렁 술렁.....


일부 중국인들은 한국인이 웬 행패냐... 운운(분위기가 그런 듯.) 이 비행기는 한국 비행기가 아니고 중국 비행기다 니들이 뭔데 이러냐.... 백인 유럽인도 일부 니들이 왜 다른 승객 권리를 침해하냐 운운...


그러나 다수는 우리 편이었던 듯...


기자로 보이는 백인 여성이 프랑스 경찰에 강력 항의(짐작만 했죠.. 불어라 통...)..


한국인 운운하며 우리를 공격하는 중국 할아버지 한테도, 다른 젊은 중국인들이 강력히 항의하고.....


이 와중에도 5분이면 다 끝나니 빨리 앉으라는 승무원의 요구가 있었죠. 우리는 거부했습니다. 5분이면, 서있겠다. 앉은 다음에 경찰들이 안내리면 다시 서기도 난감해지는 상황이 되겠죠.


결국 출발 시간을 40분이나 넘겨 기장(으로 보이는 듯한)이 프랑스 경찰들에 다가가, 내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프랑스 경찰들 눈치보다가 뒷문으로 다 내렸습니다.


순간 터져나오는 박수... 우린 경찰이 다 내리고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불법체류자 강제 추방 문제는 유럽에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몇 년 전에도 아프리카계 여성 한 사람이 강제추방 과정에서 사망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프랑스 경찰이 중국항공을 왜 선택했을까. 보통 이런 일은 국적 항공기를 사용하는게 일반적인데... 아마도 프랑스 경찰이 너무 쉽게 생각한 거 아닐까 싶습니다. 프랑스국적기였다면 우리는 바로 끌려나갔을 수도 있죠. 중국국적기는 프랑스 경찰의 통제가 미치지 않고, 기장이 권한을 갖죠...


어쨋거나, 우리 행동은 성공했고... 그 불법체류자는 다행히 우리 비행기에서는 내렸는데...

어떻게 되었을지....


덕분에 한 시간 이상 늦게 출발한 비행기... 우리는 베이징에서 갈아타는 비행기를 놓쳤습니다. 인천공항에는 예정 시간보다 7시간 이상 늦게 도착했지요.


이상... 일종의 무용담이었습니다. 잘했죠? ㅎㅎ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