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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본전생각-대통령과 민영화

밑지는 장사는 안하는 것이 경영인의 철칙이다. ‘미래대박’을 위한 ‘사전포석’을 제외하곤 말이다. 본전도 못 챙길 밑지는 장사는 아예 문을 닫아 버리는게 현명한 일이다. 투자의 천재라는 워렌 버핏이 말하는 투자 2대 원칙. 첫째 ‘돈을 잃지 않는다.’, 둘째 “첫째 항목을 반드시 지킨다.”이다. 이처럼 ‘돈’을 잃는 것이 투자의 으뜸 원칙인 셈이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흑자가 최상의 과제이자 ‘도덕’과 ‘이념’을 넘어선 절대선이다.

 

이걸 모를리 없는 ‘경영인 대통령’이 손해보는 장사를 선언했다. 지난 대선 선거 기간 중인 1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자신의 재산 354억원 중 자택을 제외한 3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겠노라고 공언한 것이다. 85%의 손실을 감행하겠다니 경영인으로써 최대의 덕목을 포기한 것이다. ‘도덕’보다 앞선 경영인의 ‘흑자 윤리’를 저버린 셈이다.

 

자신의 건물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의혹에도 요동치지 않았던 그의 ‘이윤 윤리’가 퇴색해진 순간이다. 대통령이 되어도 ‘국가 경영인’으로 자처한 그의 의아한 돌변. 물론 당선 이후 지금까지 구체적 ‘헌납’ 계획은 밝혀지지 않았다. 올 3월이면 계약만료될 거라던 ‘유흥주점’은 간판만 바꾼 채 아직 영업중이다. 여전히 경영인다운 ‘이윤 윤리’은 완고한 셈이다. 물론 최근엔 희석된 용어로 ‘헌납’이 ‘환원’으로 바뀌긴 했지만...

 

 

그러나 최근 일련의 ‘민영화’ 과정을 보며 왜 그의 헌납(아니 환원)에 뜸들인 이유를 이해할 만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친인척 배불리기’를 통한 헌납 재산 만회 전술이 그것이다. 역시 그의 선전경영기법은 탁월하기 그지없다. 미처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허를 찌르는 그의 ‘본전 생각’. 민영화의 단물을 일가친척에게 몰아준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이 정도면 환원 재산을 만회하고 남지 않을까 싶다.

 

당장 의혹이 부풀대로 부풀어진 건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인천공항은 국제공항협회 서비스 평가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친절한 공항’이다. 친절한데다 돈도 잘 버는 ‘진국’ 공항이다.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작년 당기순이익은 무려 2,070억원에 달한다. 작년에 법인세와 주식배당으로 1,144억원을 넘겨줘 정부재정에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인천공항은 조성 당시 대략 8조원가량의 비용이 투자됐다. 하지만, 현재 자기자산 규모는 4조원 정도. 하기에 매각시 최소 4조원의 국민 혈세를 손해보게 된다. 더욱이 주식 역시 5천원도 안될 정도로 저평가되있다. 하기에, 알짜배기 공항의 헐값매각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알짜배기 헐값매각이외에 또다른 논란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형님 권력’ 암약설이 그것이다. 강만수 장관은 인천공항 매각을 언급하며 ‘시드니(맥쿼리)공항’ 예를 든 바 있다. 맥쿼리의 인수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맥쿼리사는 공항과 도로 항만 등에 투자하는 호주계 투자금융회사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투자한 바 있다. 문제는 이 회사의 인맥이 논란이다. 송경순과 이지형이 그들이다. 송경순은 ‘맥쿼리 인프라펀드 감독이사’로 대통령의 워싱턴 세미나 멤버였다. 이지형은 한 때 ‘맥쿼리 자산운영 대표’이고 지금은 ‘골드만삭스 자산운영 대표’를 맡아 ‘골드만삭스-맥쿼리 인프라 재간접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지형은 형님 이상득 의원의 아들이다.

 

논란은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2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공석이었던 인천공항의 사장으로 ‘이채욱’ 후보를 선임을 의결했지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채욱’씨의 사위가 문제의 ‘맥쿼리’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맥쿼리’ 연관설일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조카의 성공을 위한 대통령의 도박. 환원 재산을 ‘친인척 배불리기’를 통해 메꾸려는 꼼수가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든다. 지금 수순대로라면 인천공항은 ‘대통령조카 공항’이란 별칭이 따라 다닐 가능성이 농후하다.

 

맥쿼리는 사실 안끼는 곳이 없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에도 맥쿼리는 창궐했다. 지난 4월 매각주간사로 선정된 ‘골드만삭스’. 앞서 기술한 것처럼 그 ‘조카’가 있는 곳. 이 때문에 속사정은 아는 곳은 대통령이 해도 너무한다며 부글부글 끓었다. 걷잡을 수 없는 논란 속에 골드만삭스가 대우조선의 경쟁업체인 중국 조선업체 투자했다며 ‘매각주간사’ 자격을 취소했다. ‘형님 조카를 위한 매각’ 1차전은 데뷔도 하기 전에 막을 내렸다. 이제 인천공항으로 실질적 데뷔전을 치룰 예정이다.

 

21세기 ‘블루골드’라 불리는 물(상수도) 산업. 상수도 민영화에 대해 정부가 오락가락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도 형님은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춘에 따르면 세계 물시장 규모는 2004년 886조원에 달하고, 2015년에는 1,579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박’ 산업이다. 2005년 상수도 세입이 5조 3,672억원에 달하니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2006년 3,500억 시장으로 급성장한 생수 시장의 맛을 들인 기업들이 더 큰 규모의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여기서 떠오르는 브랜드가 ‘코오롱워터’. 코오롱건설은 지난해 전국 41개 사업소와 284개 하폐수 처리장을 운영하는 물(水)처리 기업인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해 물산업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업이다. 코오롱이 눈에 띄는 또다른 이유는 코오롱의 고문으로 있는 형님 이상득 의원 때문이다. 그는 77년부터 82년까지 (주)코오롱 사장을 역임했고 그후 88년까지 코오롱상사(주) 사장을 지낸바 있다. 이러한 연관함수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세계 7위로 물기업으로 등극한 ‘맥쿼리’까지.

 

역시 선전경영기법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 자신이 직접 ‘경영 일선’에 뛰어들어 구설에 오르기 보다는 대타를 내세우는 기법. 헌납분으로 표를 샀다는 비아냥과 여성접대부 ‘허’한 이유불문 도덕불문으로 돈을 버는 것은 이제 지위상 한계가 있는 걸 체득한 것일까? 이제 선진적으로 ‘형님 일가’를 통한 헌납분을 메꾸려 하는 듯 하다. 민영화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더욱 저하시키고 사회 공공성을 파괴한다. 특히 최근 일련의 발언들은 민영화로 번 돈을 ‘대운하’의 삽질 비용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감출 수 없다. 토건에 필요한 많은 돈을 공기업 매각비용으로 충당하려는 그런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야 한다.

사실 대통령과 민영화는 일찍이 밀접한 연관이 있어 왔다. <프레시안>은 지난 정권 시절 공기업 민영화는 특혜로 얼룩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노태우 정권은 한국이동통신을 SK로 넘겼는데 그의 딸 노소영 씨가 최태원 SK회장의 부인이라 한다. SK는 노 대통령 취임당시 재계 서열 7위에서 작년 3위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특혜 의혹으로 점철된 ‘친인척 배불리기’ 공기업 민영화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설령 친인척이 인수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공기업 민영화는 공공성 파괴와 국민 부담 가중으로 삶의 질을 더욱 파괴할 수 있다.

 

 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발표되면서 특히 공항 민영화에 따른 국민부담 가중이 우려되고 있다. <한겨레21>에 따르면 2002년 민영화된 맥쿼리(시드니) 공항은 여객 이용료를 6-7배 인상한 바 있으며, 2006년 민영화된 히드로 공항의 경우에는 4-5배 정도 인상했다고 한다. 히드로 공항은 민영화 이듬해 45위였던 서비스 평가에서 103위로 떨어졌다.

 

 

청주공항 민영화 역시 요금 인상이 뻔한 일이다. 인천공항에 비해 절반 수준의 이용료와 주차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43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윤’이 아닌 ‘공익’을 우선 가치로 하는 공기업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국민의 추가부담으로 민간기업의 흑자를 보장해 주는 민영화, 사기업이 맘대로 공항운영을 좌지우지하는 사유화를 반대한다.

‘청주공항 민영화 시기상조론’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충청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 충북도는 청주공항 민영화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충북도는 “청주공항을 저비용항공 허브공항과 물류중심 공항으로 육성코자 하는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활주로 확장 등 시설투자가 계획적이고 정책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민영화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 말을 뒤짚으면 활주로 확장 등의 시설투자가 이뤄지면 민영화에 대해 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활주로 확장 등의 비용은 다시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 ‘일류공항’으로 탈바꿈시킨 알짜 공항을 넘긴다는 것은 타당치 않다. 일류공항으로 탈바뀜 되더라도 그 최선의 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것은 사기업의 이윤보장이 아니라 국민이어야 함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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