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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6
    고유가 대책! 비법을 알려줄께
    花無十日紅

고유가 대책! 비법을 알려줄께

나는 청주에 살고 있다. 아침에 20-2번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다. 퇴근 할 때는 20-1번 버스를 탄다. 환승을 각오하면 30-1번이나 823번 버스를 타도 된다. 하지만, 환승은 물론이거니와 족히 10여분을 더 걸어야 한다. 빠듯한 출근시간에 이런 ‘여유’를 만끽하는 건 불가능하다.

 

더욱이 20-2번 버스는 착하다. 사무실 입구 계단 바로 앞에 승강장이다. 그런 마당이니 굳이 다른 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배차시간도 14분에 한 대씩이니 적당하다. 늦장부리지만 않으면 편안한 하루가 보장된다.

 

지난 주말 촛불문화제엔 아내와 함께 512번 버스를 타고 철당간으로 갔다. 나는 청주 어디쯤에 살고 있을까? 버스를 자주 애용하거나,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은 어림짐작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얼마전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하지만, 추울때나 더울땐 버스를 이용한다. 요즘같은 찜통더위에 자전거 출근은 엄두도 못낸다. 울 와이프는 그냥 자가용으로 출근하라고 한다. LPG 유류대가 1,070원으로 치솟았지만, 내 차에 적힌 연비가 사실이라면 이 돈이면 출퇴근이 가능하다. 에어콘을 틀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출근하는덴 900원의 버스요금보다 싸게 먹힌다. 물론 소위 ‘감가삼각’이란걸 고려하지 않고 순수 기름값만으로 따졌을 때 말이다. 그럼에도, 버스를 고집하는 건 환경문제도 있고, 대중교통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맘같이 쉽지 않다. 요상한 고유가 대책 때문이다. 청주시는 지난 6월 18일부터 버스 운행을 평일에는 10%, 휴일에는 20% 줄였다.

 

그 뒤 벌어진 일. 청주에선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디지털’화된 승강장이 설치되어 있다. 현재 버스가 어디를 지났으며, 몇 분뒤에 도착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모니터에 짧아지는 도착시간을 보며 기다리는 재미도 솔솔한다. 헌데 얼마전엔 20-2번 버스의 도착시간이 나와 있지 않다. 운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버스를 마냥 기다릴 순 없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택시. 택시는 나의 얄팍한 주머니에서 무려 3,300원을 가져갔다.

 

14분에 한 대 도착하던 버스가 이제는 도통 도착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 할 수 없이 대중교통이 아닌 나에겐 ‘고급교통’ 수단에 해당하는 택시이용을 선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거기다 고유가에 허덕이는 버스회사에서 유류대 절감 차원으로 에어콘 이용을 자제하는 모양이다. 나처럼 ‘비만’에 가깝고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죽을 맛이다. 나만이 아니라 승객여럿이 연신 부채질을 하는 찜통 시내버스.

 

요즘 나는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한정된 자원 낭비자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시간도 절약되고, 시원한 에어콘 바람도 보장되니 말이다.

 

오늘(7월 15일)부터 관공서엔 자가용 홀짝제가 시행된다. 청주시도 자가용 홀짝제 시행에 함께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한 술 더 떠 매달 마지막 금요일을 ‘대중교통 이용의 날’로 정하고 차량 출입을 전면 통제한단다. 자가용 운행을 줄여서 고유가 파고를 넘겠다는 발상이다.

 

나는 정부와 지자체, 도 교육청의 발상이 기름 소비를 줄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이들의 ‘강제적’ 홀짝제의 발상만으로 그친 것엔 동의할 수 없다. 기름 소비를 줄이는 근본 대책은 대중교통 활성화에 있다. 대중교통인 버스의 운행을 줄여놓고 자가용을 놓고 다니라니 말도 안된다.

 

청주시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유가 대책은 자가용 사용 통제가 아니라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2004년부터 서울에서 시행된 ‘준공용제(시내버스 운영에 들어가는 인건비, 유류비 등 비용일체를 업체에 보전해 주는 방식)’는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의 통계를 보면 고유가로 인해 시내버스 이용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한다. 버스카드 충전 건수와 금액이 작년 상반기에 대비해 올 상반기에는 무려 83%나 늘었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지난 7월초에는 서울시에서 예비차량을 102대 추가로 투입하는가 하면 출근시간 지하철 운행간격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대중교통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청주시는 이제라도 ‘홀짝제’의 타율통제를 통한 고유가 대책의 얕은 수가 아니라,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한 자율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공공영역인 대중교통 활성화에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 시내버스를 활성화하는 것이 남상우 청주시장이 언급한 ‘시민생활 안정대책’이다. 시내버스 배차 시간이 지금보다 줄어들고, 노선이 정비된다면 자연스레 자가용을 놓고 다닐 수 있다.

 

고유가로 인해 시내버스회사의 어려움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버스업계가 문제가 아니라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겠다는 청주시의 의지가 문제 아닐까?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지원확대와 ‘시내버스 준공영제’ 실시. 그러할 때 고유가 파고를 넘을 수 있다. 20-2번 버스가 다시 14분에 한 대 꼴로 운행한다면 나의 고민도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여기에 ‘준공영제’ 실시로 재정지원을 확대해 운행간격을 더욱 단축한다면.. 생각만해도 즐겁다. 시민들의 즐거운 표정을 생각하며 서둘러 ‘준공영제’ 실시를 준비하길 바란다.

대중교통은 공공재다.  공공재의 운영은 민간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할 때 공공성이 강화될 수 있다.  고유가 탈출의 시원한 비법! 시내버스 준공영제.  더 이상 미룰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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