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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의 연예인들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양식 없는 제목과 내용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조국은 '매력 있는 진보'를 내세우며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진보집권플랜>의 성공은 '발랄', '명랑', '패션', '매력' 따위의 수식어를 내걸고 진보를 자처하는 양식 없는 사람들이 출판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비집단임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진중권의 책이 잘 팔리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조국, 진중권, 노무현, 유시민의 책의 소비자들은 거의 겹친다. 그들에게 김규항과 박노자는 딱지 붙이기 좋아하는 '철인 좌파', 그리고 자기만 잘난 맛에 사는 '꼴통 좌파'다. '발랄', '명랑', '패션', '매력' 따위를 주장하는 그들은 김규항과 박노자의 '양식'에는 적대감을 드러낸다.

자신의 책의 소비자들이 노무현, 유시민의 책의 소비자들과 거의 겹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진중권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도 노무현 추모 열기에 편승했고, 심상정의 사퇴 이후 자신이 유시민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강조했다. 김규항의 지적처럼 대개 '보수 행세하는 극우'를 공격하는 것에만 주력했던 진중권은 아예 진보신당을 탈당하며 "다시는 좌파니 진보니 안 한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그는 '비판적 지지'가 '가장 현실적인 진보의 방법'이라고 믿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책을 구입할 때 걸리적거리던 장애물을 완전히 치워버렸다.

"좌파니 진보니 안" 하고 살면 '발랄', '명랑', '패션', '매력' 따위의 수식어를 내걸고 진보를 자처하는 양식 없는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들으며 살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은 이런저런 강연회를 열고 강연비도 줄 것이며, 강연이 끝난 뒤에는 책을 들고 와서 싸인까지 받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 행세하는 개혁'을 공격하는 양식 있는 사람들은 양식 없는 사람들로부터 조롱과 저주를 들으며 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를 잃게 된다. 김규항과 박노자가 조국이나 진중권처럼 '보수 행세하는 극우'를 공격하는 것에만 주력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국이나 진중권은 대중의 입맛에 맞는 싸구려 불량식품을 제공하는 연예인들일 뿐이다. 대학에서 강의하고 책 잘 팔린다고 해서 아무나 '지식인'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을 공격한다고 해서 아무나 '진보'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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