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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좌파'는 '진보의 위기'

중앙일보에서 '진보의 분화 … 리무진 리버럴 '강남 좌파' 뜬다'라는 기사를 냈다. 진보의 분화는 얼어죽을... '진보의 분화'가 아니라 '진보의 위기'다. 개혁세력들은 '진보개혁'이란 말로 물타기를 하더니 이제는 아예 자신들이 진보라고 나섰다. 진보가 아닌 것을 진보라고 부르지 말자는 지극히 정당한 주장은 진보에 등급을 매긴다느니 딱지를 붙인다느니 하는 저급한 비난을 받고 있다.

조국 같은 '강남 좌파'는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양극화를 심화시켜 놓은 유시민 같은 정치꾼에게 다시 정권을 안겨 주는 것만이 진보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전직 진보정당 지지 지식인 진중권은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다가올 연합 속에서 되도록 진보의 가치를 많이 관철시키는 것"이라며 신자유주의 개혁세력과 연합하는 것의 불가피함을 주장한다. 그나마도 "되도록"이란다. 진보의 가치를 많이 관철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연합"인가? 차라리 그냥 "다시는 좌파니 진보니" 하지 말고 투항한 뒤에 떡고물이나 주워 먹자고 말하는 편이 솔직하다.

김규항의 말처럼 진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있다. 진보정당 외부의 좌파들을 "철인좌파"라 조롱하고 진보정당 내부의 좌파들을 "빨간색 노출증 환자"라 조롱하면서도 그나마 진보정당 지지 지식인 노릇하며 거들먹거리던 사람마저도 "다시는 좌파니 진보니 안 한다"면서 '강남 좌파'를 두둔하고 나섰다. 진보정당 밖의 '강남 좌파'는 물론이고, 진보정당 내부에서마저도 '강남 좌파'로 변신하자거나 '강남 좌파'와 연대하여 '복지대연합'(?)을 하자는 비현실적인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과 '복지대연합'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라니, 얼마나 비현실적인 주장인가? 정신이 박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따위 주장을 늘어놓지는 못할 것이다.

중앙일보는 신났다. 그들은 '강남 좌파'가 좌파도 진보도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조직'이나 '교육'을 '개인'에 대한 '억압'이라고 생각할 만큼 '리버럴'한 '강남 좌파'는 결코 자신들이 누리는 기득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강남 좌파'를 띄우며, 좌파나 진보를 하려거든 촌스럽고 낡은 사회주의 따위는 쳐다보지도 말고 그냥 세련된 '강남 좌파'나 하라고 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에는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강남 좌파'의 등장이 "저급한 이념 갈등이 정제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말이 있다. '이념 갈등'이 저급한 것인가? 이런 천박한 생각이 우파니 보수니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스스로를 좌파니 진보니 하는 사람들조차 "철인좌파"니 "빨간색 노출증 환자"니 하며 '이념 갈등'을 저급한 것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저급하지 않고 세련된 '강남 좌파'라 주장하고 있으니, 우파들로서는 "저급한 이념 갈등이 정제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법도 하다.

'강남 좌파'(강남에 사는 좌파는 '강남 좌파'가 아니다)를 비판하는 것은 대단히 급진적인 주장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도 아니다. 그저 좌파가 아닌 것을 좌파라 부르지 말고 진보가 아닌 것을 진보라 부르지 말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주장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다음'의 뉴스 운영에 대해 한마디. 도대체 왜 '다음'에 조중동 기사가 다시 올라오는 건가? '다음' 아이디를 없애든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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