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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이란...

모 대학에서 메이데이 전야제 문화행사와 관련하여 갈등을 빚고 있으며,

또한 집회를 열 장소 잡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는 민노총 관계자의 말을 듣고 보니

뭐랄까...

어쩌다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면서 착잡함과 답답함...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성을 근 20년간 입에 달고 살면서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했던 결과가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당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대중이라...(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도대체 대중이란 무엇일까...

대중이란 것이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이기는 한 것일까...

실체도 없는 헛것을 디립다 쫒아다닌 것은 아닐까, 저산 너머 무지개를 쫒는 소년처럼...

  

 맑스주의에서 대중이란 계급적 의미로 쓰인다.

즉 대중이란 노동자 '계급 대중'을 의미한다.

이때 대중은 실체가 있는 존재가 된다.

(물론 계급 역시도 엄밀하게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계급과 관련된 이야기는 조만간 정리를 해 보도록 하겠다.) 

그런데 아마도 90년 초에 공산주의권이 무너지던 시점에

수많은 전향들이 일어났고, 그 전향의 과정에서 '노동자 계급'을 제외한

모든 피지배 계층을 통칭하는 '대중'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맑스주의와 노동자 계급에 관한 이론의 입지가 좁아지고,

아울러 '변혁의 주체가 노동자 계급이라는 것'에서 '대중'으로 옮겨지게 된다고 본다.

또한 정치적 측면에서 '비합법 전위 정당론'으로부터 '합법 대중 정당론'이 득세하면서

합법적인 진보 대중 정당들이 출현하게 된다.

 

그러면서 모든 판단 활동과 행위들의 기초는 '대중'이 되었다.

대중이 싫어하는 것을 하면 안 되고,

대중이 좋아할 만한 것을 따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대중이 원한다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고,

대중이 원한다면 양잿물도 마셔야 한다.

조금이라도 비대중적(?)인 생각되는 판단과 행위들은 종파적, 분파적인 것으로 간주되었고

전체 운동에 해를 끼치는 해당 행위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떠받드는 대중이 지지는 고사하고

이른바 진보의 목을 세차게 조르고 있다.

(또한 진보가 무엇인가 하는 것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토록 신처럼 떠받들면서 그렇게 충성을 맹세했건만,

그 '대중'은 진보를 '쌩까는 것'을 넘어서서

그 대중의 이익에 해가 되는 악의 근원쯤으로 여기고 있다.

 

도대체 대중은 어떤 존재이길래 진보를 '시험에 들게' 하는가!

신과 같은 존재인 대중...

우상 숭배에 빠진 것은 아닌가!...

 대중이 정말 진보의 기초인가?!

 

대중이 진보의 기초일 수 있을 때가 있다.

그때는 진보가 부르주아 계급의 지배력과 맞짱을 뜰 수 있거나 그 지배력을 넘어설 수 있을 때이다.

그 까닭은 레닌이 말했던 것처럼 오직 생존이라는 전쟁에 대한 정치적 공포 때문이다.

오로지 생존이라는 전쟁에 대한 정치적 공포만이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부르주아 사회 자체 안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으며, 부르주아 사회 자체가 무너져서는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중들은 상당히 기회주의적이며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진보의 현실은 부르주아 계급의 지배력을 넘어서기는커녕 맞짱도 뜰 수 없으며,

부르주아 계급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때려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진보의 기초로서 대중'은 허상이며 우상일 뿐이다.

또한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중성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이라고는 없다.

 

대중이 정말 진보의 기초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부르주아 사회만이 생존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느끼지 않게 하는 현실적인 조건, 부르주아 사회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또는 공동체가 있다는 생각과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현실적 조건을 진보 스스로가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조건을 '코뮌'이라고 하고 싶다.

자본이 어떤 개지랄을 하더라도 쌩까면서 우리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코뮌의 건설이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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