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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문장

계속해서 같은 책(<<열하광인 1>>)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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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가 부러웠던 것은 문장과 문장이 걸쇠로 단닪히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가장 멀리 가장 높이 혹은 가장 색다르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완벽하려면 보폭을 좁게 하고 호탕하려면 틈이 생기더라도 보폭을 멀리 두라 했건만, 이 서책은 보폭이 넓되 틈도 없다. <<열하>>를 읽기 전에는 나름대로 내 문장에 자신이 있었다. 명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는 충분하다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은 문장에 대한 내 생각을 온통 흔들어 버렸다. 문장은 단순히 글자들의 합이 아니었다. 문장은 지은이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었다. 문장은 즐겨 외우며 내 삶에 적용시키는 거울이 아니었다. 문장은 놀라운 변신 그 자체였다. 나무가 그냥 서 있을 대는 나무였지만, 강으로 첨벙 뛰어들자 배가 되었고 구르니 바퀴가 되었으며 타오르니 횃불이 되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변신의 극한을 보여 주는 문장이야말로 참 문장이다. 이 책은 그런 문장들로 넘쳐났고 나는 그 앞에서 내 문장을 잊었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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