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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백석 시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 백석 -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힌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쟈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쟈

 

눈이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벌서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힌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 응앙 울을 것이다

 

 

- <<시인 백석-백석 시 전집>> ( 송준 지음, 흰당나귀, 2012)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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