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위임이라는 노무사가 나에게 다가와 "소모뚜씨, 우리 회사가 일거리가 없어서 여러 가지로 어려워하고 있는데 그걸 이해해줘야죠. 소모뚜씨도 그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 했었는데 사장님이 나쁜 사람이 아니잖아요."등으로 나에게 회사가 어려워서 봐 달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노무사의 말을 들으면서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이 없는 우리들 보다 부족함에 대한 겁이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나를 통해 거대한 수익을 챙겼던 자본가 사장이 지금 나에게 기본적 노동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굉장히 아까워하고 있다. 8년간 그가 나의 노동력을 착취한 것하고 비교하면 내가 받아야 할 권리는 쥐꼬리만 한 것인데.

 

법을 배운 노무사가 법을 통해서 이야기 해주지 않고 무조건 사장을 봐 달라만 이야기 하고 있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내가 많은 것을 가진 사장을 어떻게 봐줘야 할지 몰라서 노무사에게 "노무사님, 제가 법도 못 배워서 하나만 물어 볼께요. 노무사님이 법은 배우신 것이 사회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최소한 법의 보호로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법을 배우신 것 맞나요?"라고 물어 봤다.

노무사가 가슴을 쫙 펴서 그렇다고 답했다.

 

내가 "저는 이 회사를 위해 8년 동안 하루 평균 15시간 일을 해왔고 지금 회사 그만두게 돼서 대한민국의 근로 기준법에서 정한 퇴직한 노동자가 받을 수 있다는 권리인 퇴직금을 요구하는 것인데 그게 이렇게 노동부까지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서 요구해야 하고, 사장과 노동자가 서로 감정적으로 적처럼 되어가고 있고, 심지어 노무사님까지 퇴직금을 받으려 하는 내가 사장한테 미안해 해줘야 하는 식으로 말씀을 하고 있네요."

" 그럼. 노무사님의 판단에는 제가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없나요? 있나요?"라고 물었다.

노무사가 "받을 권리 있죠."라고 답했다.

 

내가 "그럼, 권리를 받으러 온 저는 제 역할을 다했으니까 그 권리마저 주기 싫은 사장님에게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하게 하는 것에 노무사님이 우선 노력하셔야 되는 것이 아닌가요?"

 

내 말이 끝난 후 노무사는 노동부앞 주차장에 있는 차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모님을 연락해서 불렸다. 찡그린 얼굴로 나타난 사모님에게 나는 인사를 했다. 사모님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안녕 못해!" 라고 거칠게 말 했다. 밤이든 낮이든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일을 해줬을 때 나에게 고맙다고 얘기 했던 얼굴하고 360도 달랐다. 우리가 최소한 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이렇게 미움 받고 힘들어야 하는 것인가?

 

노무사는 사모님한테 나에게 퇴직금을 줘야 한다 하며 어떤 식으로 줄 건지는 서로 협상하라고 말 했다. 나와 사모님은 노동부 건물의 한구석으로 협상하러 갔다.

 

사모님은 나에게 정도 없이 이렇게 노동부까지 신고해서 퇴직금을 받으려 하냐 하며 나무랐다.내가 당신들이 만약 내가 퇴사할 때 나에게 따뜻한 한마디와 아쉬움의 표현을 했었다면 이런 상황까지 나도 안 했을 텐데 나는 지금 내 권리를 받고 싶은 마음보다 나를 배신한 당신들의 행동에 실망한 마음의 상처가 더 커서 이렇게 까지 하게 됐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화가 난 사모님과 배신당해서 억울한 나는 서로를 탓하는 분위기로 이야기가 되어갔지만 나중에는 8년 동안 함께 지냈던 이야기들을 하면서 분위기가 점점 따뜻해졌다.

 

이야기 중 회사가 힘들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는 사장님이 넓은 새 아파트, 소나타3 새 차 등을 구입하는 것과 일본에서 제작한 새로운 여러 기계들이 회사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사장님의 회사가 힘들다는 말을 8년 동안 들어 봤었기 때문에 사모님의 말이 별로 새롭지 않았지만 자기네들을 자꾸 봐달라는 도와달라고 말하는 사모님을 보고 마음이 힘들었다. 내가 이들에게 무슨 큰 죄를 지고 있는 것인가? 퇴직금 800만원을 받으려하는 내가 한 회사를 끝장내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내가 "나는 당신들의 돈을 받고 난 후에 그 돈들을 어딘가에 갖다 버리고 싶다"고 말하자 사모님이 나에게 "정말? 그럼 다른데 버리지 말고 나한테 줘" 라고 말 했다.

 

듣다가 한심해서 나는 아무 말도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묻자 사모님이 내가 퇴직금을 안 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에게 미안해 하지도 않고 이런 말을 하는 사모님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그건 안 되고 다른 것 요구하라고 하니 퇴직금의 절반을 깍아 달라고 했다. 결곡 나는 나의 권리를 깍아 주고 싶은 사모님에게 150만원을 깍가줬다. 그리고 내가 받아야할 나머진 액수도 3개월 나눠서 받기로 했다.

 

650만원의 퇴직금을 3개월동안 나눠받은 후 나는 버마에 있는 부모님들에게 보냈다. 버마수도 양곤에 있는 유명한 쉬다곤 사원이 보이는 근처에 살고 싶다는 어머니의 평생소원을 이루어지게 해줬다.

 

이렇게 해서 나는 배신당해서 얻은 서운함을 해결했다.

이것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 퇴직금을 받는 것보다 소중했다. 가진 자들의 끝없는 욕심과 욕망. 욕심을 위해서라면 힘없는 사람들에게 한 약속, 정, 배려를 져버려도 된다는 그들의 인식 등을 배웠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한국 법에서 정한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장하기 싫은 사업주들의 비양심적 행동에 대한 감시, 단속, 처벌을 하고자 하는 사회적 관심, 노력과 행동들은 안 보이고 살기 힘든 약자들에게는 매우 엄격한 법과 규칙들이 정해져 있다. 가진 자들이 만들어 낸 법을 지키기 어려운 약자들은 어쩔 수 없이 법을 위반할 경우 받게 된 처벌은 목숨까지 잃어야할 정도다.

 

한국은 한국을 사랑한다는 미누 같은 이주민들을 쫓아냈고, 한국에서 거주한지 100년 넘는 교민들, 한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아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생각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반면에는 자신의 다양한 목표로 한국을 아예 떠났던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에서 자신의 노력과 재능으로 유명해져 세계적으로 알려지면 그 유명한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처럼 한국을 내 고향처럼 생각하고 정들어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보여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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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10:11 2011/03/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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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천대성 2011/03/16 13: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부끄러운 이야기네요...힘네세요~

  2. 마빗 2011/04/13 17: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 잘 읽고 갑니다. 안타깝고 화나고 미안합니다.
    많은 분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습니다.
    법에 정해진 대가도 받지 못하면서,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일하고 있어요.
    이런 현실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지 못해서,
    그래서 나는 안타깝고 화나고 미안합니다.

    밤이 깊은 것은 곧 새벽이 가깝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승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