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문 인터뷰 때 기자분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소모뚜씨, 한국에서 눈을 처음 보셨죠?

버마에서 못 보는 눈을 보게 되어 기분이 어떴습니까?^^"

 

"..."

"음..눈 자체가 너무 아름다운 것 같아요~

눈이 내리면 여인들이 예쁜 추억을 만들을 수 있고

아이들이 눈싸움을 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고"

"하지만 저에게는 눈이 아름답게 보이는것 보다

한 때는 오히러 적으로 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내 대답에 놀란 기자분이

"네?

눈이 어떻게 소모뚜씨에게 적이 되였었나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버마에서 못 보는 눈을 보면서 생활을 할거 라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컸었죠.^^

하지만 그 기대감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보게된 눈과 함께 살아졌어요."

 

"이유는

제가 전에 일했던 공장이 박스공장이였어요..

종이로 크고 작고 다양한 박스상자들을 만드는 거죠."

 

"그런데 공장이 너무 작지만

주문을 많이 받아서  작업전 종이들(원단),작업한 박스들 등을

공장안에다 싸놓은 자리가 부족해서

밖에서 나무 빠렛트를 깔아서 싸놓아요."

 

"종이라서 일반 물건들과 달리 물에 젖으면

안되니까 비가 올 때 눈이 올 때

비닐으로 덮으느라  난리죠."

 

"일이 항상 밤 늦게 끝났고 공장 숙소에는 저혼자 살기 때문에

새벽에 갑자기 비나 눈이나 올 때 밖에 싸놓은

물건들을 비닐으로 혼자 나가서 덮어야했어요."

 

"공장 근처 사는 사장님하고 공장장님이 오실 때는 이미

제가 절반 정도 일을 끝냈었죠.

밤 늦게 까지 일해서 피곤한데도 새벽에 오는 비와 눈을 외면 하고

안나갈 수도 없기에 해결방법을 찾았죠..."

일이 밤 늦게 며시에 끝났든 상관없이

공장에 있는 모든 분들 퇴근하기 전에 꼭 붙잡아서

밖에 싸놓은 물건들을 비닐으로 덮은 일을 했었죠.

그래서 항상 일이 끝나면 밖에있는 물건들 덮은 일을 하기 때문에

최소 30분은 잔업 수단 못받고 물건 덮은 일을 해 왔죠.

 

그것 뿐만 아니라 공장이 위치한 곳은 언덕이라서

눈이 오면 다음날에 길이 너무 미끄러워져 일하다가 넘어지고

 

공장안에 물건이 꽉 차서 지나갈 길이 없어서

작업한 물건을 들고 공장 밖으로 나가서

눈 속에서 걸어가서

공장뒤 창고로 이동해야 하고

 

바닥이 눈 때문에 너무 미끄러워

지게차가 못가서 물건들을 일일이 손으로 날려야하고

 

또 미끄러워서 물건을 실으러 온 큰차가 못들어와

물건들을 작은 차에다가 싣고 도로로 나가서 다시 큰차에다가

실어 줘야하는

그런 고통들은

눈와 함께 오는 동반자 이기 때문에

저는 눈만오면 짜증이 저절로 나와요ㅜㅠ

 

"눈이 아름답죠..하지만 저에게 그 아름다움이

잔인한 미소 같아서

저는 눈이 오면 싫었어요"

(눈이 오면 고생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1/04 20:56 2010/01/04 20:56
Tag //

 

기사입력2010.01.03
 
밴드의 뜨거운 공연 장면. 맨 왼쪽이 소모뚜.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오늘은 나의 월급날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 한참동안 받지 못했던 월급을 돌려준대요 / 나의 소중한 가족들 사랑하는 부모님 / 이제는 나의 손으로 행복하게 해줄게요 / 오 사장님 안녕하세요 / 오 사모님 내 월급을 주세요'(스탑크랙다운 2집 수록곡 '월급날')

'아이언 크로스'는 미얀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헤비메탈 밴드이다. 밴드의 기타리스트 칫산마웅은 한국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을 정도다. 이들을 보고 음악에 빠진 청년은 한국으로 건너와 이주노동자가 됐다.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음악을 잊지 않았던 그는 2003년 11월 성공회성당의 농성장에서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을 결성했다. 그후 6년, 두 장의 앨범을 내며 꾸준히 활동해오던 밴드는 지난 10월 주축이었던 미누의 강제추방 이후 단 1명이 남은 원맨밴드가 됐다. 여전히 '스탑크랙다운'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그 사람은 ‘아이언 크로스’의 팬이었던 음악청년, 소모뚜씨다.

지난해 11월26일 홍대에서 열렸던 밴드 결성 6주년 기념 공연 '미누야 보고 싶다'의 감상을 묻자 소모뚜씨는 담담했다.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어요. 우리는 무언가를 바라고 밴드를 한 것이 아니에요. 모두가 사람이고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국적이 다른 멤버들이 모여 '다문화밴드'를 6년이나 꾸려 올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도 강제로 추방당해야 한다는 것이 슬펐어요. 하지만 우리가 쪼개져 있는데도 공연을 하고 예전같은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건 기뻤습니다. 비록 흩어지게 되었지만 우리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아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가 하나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되니까."

소모뚜가 기타를 치고 미누는 노래를 부른다. 밴드 연습중이다. 왼쪽이 소모뚜, 오른쪽이 미누.


인터뷰 내내 그는 '우리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스탑크랙다운 밴드 멤버, 이주노동자 방송국 MWTV 대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버마행동' 총무 등 수많은 직함을 지닌 그가 제시하는 다문화사회의 원칙이 거기서 출발한다. 사람이기에 같을 수밖에 없고, 다문화사회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다문화 교육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미얀마, 네팔, 방글라데시, 몽골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참여하는 다문화교육 모임도 만들어 놓았다. 외국인근로자 인권을 위한 모임이라는 단체 중심으로 초등학교를 찾아가서 한 시간 정도 다문화교육을 진행한다.

"가르치고 나면 아이들의 변화를 피부로 느껴요. 한 시간이라도 우리 서로 정들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 서로 다르지만 우리는 똑같은 사람으로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아이들은 이해해요. 수업이 끝나고 같이 사진을 찍을 때 거리낌 없이 저한테 어깨동무를 하죠."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각별하다. 가장 강력한 소통 수단으로서 음악을 신뢰한다. 그래서 그는 밴드 활동을 택했다. 음악으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음악은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음악은 사람들을 화합하게 해 줘요.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돼요." 음악에 대해 얘기할 때 그는 잔뜩 흥분한 어조였다. 처음으로 전자 기타를 안아 봤을 때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마치 자기 자식을 안은 기분이었단다.

미얀마 사원 사진이 담긴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언젠가는 고국 미얀마로 돌아가는 것도 소모뚜의 꿈이다.


한국에 와서 그가 놀란 점 역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음악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서점에 가면 기타 교본이 있고 인터넷으로 원하는 악보를 다운받을 수 있다. 미얀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좋아하는 메탈리카의 악보 하나 얻기도 힘들었다. 그는 음악의 기초를 오로지 독학으로 익혔다.

"음악에 열 두 개의 음이 있다는 것, 코드 구성, 그런 걸 전부 혼자 터득했어요. 그만큼 어렵게 만나왔기 때문에 음악은 내게 너무나 소중합니다. 내가 음악인지 음악이 나인지 모를 정도로 사랑해요."

그는 '스탑크랙다운'밴드의 활동이 그 자체로 희망이라고 말했다. 무대에 선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주노동자들은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것이 그가 한국에 온 이유가 됐다.

그래서 그에게 국경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하 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그는 고국 미얀마를 염려하는 만큼 한국의 현실을 걱정한다. "한국에 살면서도 차별 없고 편한 세상을 원했어요. 내 나라뿐만이 아니라 내가 와 있는 곳에도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한 거죠."

그는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고 이주노동자 문제를 중심으로 한 문화 활동가로 변신했다. 이미 다국적 밴드를 꾸리며 다문화사회를 실천하고 있는 그는 미래를 낙관한다. 동료들의 추방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항상 일을 찾고 일을 벌이는 것이 자신의 일상이란다.

지금 한국에서의 삶이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힘들고 어렵지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행복해요. 어디에 있었어도 지금같은 활동을 했을 거예요."

김수진 기자 sjkim@asiae.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1/04 19:54 2010/01/04 19:54
Tag //